모처럼 바닷가에 왔습니다. 오늘 여기까지 오는 동안 얼마나 많은 시간을 설레었을까요? 해마다 결혼기념일이 되면 바닷가에 가서 일출을 보자고 했던 약속은 잘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해를 볼 수 없었던 그 시간 동안 삶이 얼마나 팍팍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드디어 오늘 바닷가에 도착했습니다. 오순환의 ‘바다’는 일출을 바라보는 부부의 뒷모습을 그린 작품입니다. 작가는 평범한 일상의 모습을 동화처럼 그려내는 재주가 있습니다. 수평선에서 붉게 떠오르던 해는 지상에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황금빛으로 바뀝니다. 수평선도 바다도, 창가에 드리워진 흰색 커튼도 모두 황금색으로 물들었습니다. 부부의 옷과 머리카락까지 황금색으로 일렁입니다. 두 사람의 눈동자에도 황금빛이 어른거릴 것입니다. 아내의 어깨를 감싼 남편의 머리가 살짝 기울어져 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같이 화려한 모습은 아니지만 편안한 부부의 뒷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저렇게 고운 모습으로 함께 늙어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조정육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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