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의 <동의보감>이 세상에 나온 지 올해로 400년이 됐다. 이로 인해 최근 <동의보감>을 재조명하는 책들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개정판을 낸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도 그 중 하나다. 고전평론가인 저자는 의학서인 <동의보감>을 인문학적 시선에서 새롭게 풀어냈다. <동의보감>이 400년전 의학서인 만큼 딱딱하고 어려울 것이라는 편견을 시원하게 깨버린다. 친근하면서도 직설적인 저자 특유의 문체로 이해의 문턱을 낮췄다.
<동의보감>은 조선을 대표하는 고전으로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기록유산이다. 허준이 1610년에 완성한 의서를 내의원에서 총 25권으로 구성해 1613년 간행했다. <동의보감>은 2009년 7월 30일 바베이도스에서 열린 제9차 유네스코 국제자문위원회의에서 전문 의학서로는 최초로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심사에서 “<동의보감>은 그 내용이 독특하고 귀중하며 오늘날에도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동아시아의 중요한 유산으로 세계 의학사에 크게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는 평을 받았다. <동의보감>이 세계기록유산 등재되면서 한의학의 정통성이 더 확고해졌다는 평가도 있다.
저자가 <동의보감>을 처음 접한 것은 40대 초반이다. 그는 당시 암에 걸린 상태였다.
이를 계기로 몸과 병의 역학관계에 주목하면서 <동의보감>을 만나게 됐다. 결국 그는 의사가 권한 암 수술을 하지 않고 암을 이겨냈다. 외과적 수술 없이 병을 이겨내는 방법은 <동의보감>에서 터득했다. 저자는 살기 위해 책을 읽은 셈이다.
고전 평론가답게 저자는 의학서에 머물러온 <동의보감>을 ▶허준, 거인의 무등을 탄 ‘자연철학자’ ▶의학, 글쓰기를 만나다 : 이야기와 리듬 ▶정(精)·기(氣)·신(神) : 내 안의 자연 혹은 ‘아바타’ ▶‘통하였느냐?’ : 양생술과 쾌락의 활용 ▶몸, 타자들의 공동체 : 꿈에서 똥까지 ▶오장육부, 그 마법의 사중주 ▶병과 약 :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 등의 주제로 나눠 인문학적으로 재해석했다.
저자는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을 넘나들며 고전을 현대의 삶과 연결시켰다. 새롭게 읽어낸 <동의보감>은 의학과 인문학이 따로 있지 않다는 것을 말한다. 오히려 그 둘이 함께할 때 우리 안의 치유본능을 이끌어내 궁극적으로 ‘몸·삶·생각’이 하나가 된다고 본다. 그리고 그에 대한 깨달음이 곧 운명이라는 것을 역설한다.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동의보감>은 이렇게 다시 저자의 필력과 독법으로 보다 철학적이면서도 친밀하게 되살아났다.
글·김지연 기자
새로 나온 책
하워드의 선물
에릭 시노웨이, 메릴 미도우 지음
위즈덤하우스·14,000원
누구나 후회 없는 삶을 꿈꾼다. 40년 넘게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교수로 재직한 미국 경영학계의 살아 있는 전설 하워드 스티븐슨이 수많은 인생의 갈림길에서 갈팡대는 독자들에게 ‘후회 없는 인생을 사는 12가지 지혜’를 전한다.
책은 제자 에릭 시노웨이가 하워드와 수년 동안 함께 나눈 대화 형식으로 진행된다.
암, 효소로 풀다
박국문 지음
헬스레터·20,000원
저자가 지난 20여 년간 직접 배우고 익혀 실천해 보면서 터득한 체질개선법을 대중 건강서로 펴냈다. 책은 기존 의학상식의 틀을 깨는 새로운 건강관리법인 ‘효소가 풍부한 생활’을 소개한다. 책을 읽다 보면 자연치유로 암을 고친 수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안도하게 된다. 자연치유 의학자들이 친절하게 들려주는 과학적 암 치유법도 만나게 된다.
운동 미니멀리즘
이기원 지음
올림·14,000원
저자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꼭 맞는 완벽한 운동은 ‘더하는 것이 아니라 빼는 데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영양·교육·운동을 결합한 새로운 개념의 체육관 짐마일로를 운영하면서 최소한의 운동으로 건강과 아름다움을 갖게 하는 방법을 궁리한 결과다. 저자는 몸의 변화를 바로 보여주는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고전적 운동의 미니멀리즘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