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우주협력협정을 맺고 달 탐사, 화성 탐사 등 우주 개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로써 우리나라가 오는 2020년을 목표로 추진 중인 무인 달 탐사 프로젝트가 탄력을 받고, 우주 개발 역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4월 27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제2차 한?미 우주협력회의에서 한·미 우주협력협정에 공식 서명했다.
윤 장관은 인사말에서 "한·미동맹은 지난 60여 년간 군사동맹을 넘어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끊임없이 성장·발전해왔고, 과거에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을 함께 추구하는 단계에 도달했다"면서 "대표적 분야가 우주협력"이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또 한·미 우주협력협정을 통한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강조하면서 "안타깝게도 우주 기술을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 북한은 인공위성이라는 미명 아래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 운반수단으로 탄도미사일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고 최근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 등 잇단 도발을 비판했다.
리퍼트 대사는 "북한에 대한 우리의 목표에 대해 (한·미가) 완전히 일치된 입장을 갖고 있고 계속 협력할 것"이라면서 "한·미관계의 미래와 신뢰가 이번 우주협력협정에 반영됐고, 지구뿐 아니라 우주에서도 (한·미가) 같이 갑시다"라고 강조했다.
▶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가 4월 27일 한·미 우주 협력 협정에 서명한 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
4월 27일부터 29일까지 서울에서 개최된 제2차 한·미 우주협력회의에는 한국 측에서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 외교부, 국립전파연구원, 기상청, 국립환경과학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 한국원자력의학원,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한국과학창의재단 등이 참가했으며, 미국 측에선 국무부, 항공우주청(NASA), 해양대기청(NOAA), 지질조사국(USGS), 주한 미대사관 등이 참가했다.
양국은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우주협력협정 체결과 제2차 한·미 우주협력회의 개최에 합의한 바 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NASA 고다드 우주센터를 방문하는 등 우주 개발 협력 의지를 강하게 피력해 ‘우주’를 한·미 양국 정부 간 중요한 협력 의제로 부각시켰다. 미국이 우주협력협정을 맺은 국가는 10개국이며, 아시아 국가 가운데는 한국이 처음이다.
이번 제2차 한·미 우주협력회의는 민간 우주 개발 분야에 관한 유일한 정부 간 협의체로, 한·미 간에 점점 커져가는 우주 협력 분야와 현재 진행 중인 양국 기관 간 협력 상황을 점검하고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는 달 탐사 등 현재 진행 중인 협력에 대한 세부 방안을 논의하고, 국제우주정거장, 화성 탐사, 우주방사선 등 새로운 분야로 협력의 외연을 넓혀나가기 위한 상호 관심사항을 공유했다.
▶ 2020년을 목표로 추진중인 우리나라의 무인 달 탐사 프로젝트 상상도.
4월 27~29일 제2차 한·미 우주협력회의 개최
달 탐사, 화성 탐사, 국제 우주정거장 등 협력
1일 차 본회의에서는 우주 탐사, 위성 개발 및 활용, 우주 환경, 우주과학 문화 확산, 우주정책 등 5대 분야 9개 주요 의제(17개 세부 의제)에 관해 협의했다. 우주 탐사 분야에서는 현재 협력이 진행 중인 한국의 달 탐사는 물론 미국이 추진 중인 화성 탐사와 국제 우주정거장 등 우주 탐사계획을 공유하고,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또한 위성 개발과 활용 분야에서는 기상위성 자료 활용 및 탑재체 개발, 해양 및 환경위성 정보 품질 향상을 위한 현장 조사 등에 대한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우주환경 분야에서는 태양 흑점 폭발에 따른 전파 재난 등을 예방하기 위한 양국 간 공조 체계와 우주방사선의 인체 영향을 연구할 연구인력 교류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다. 우주과학 문화 확산 분야에서는 NASA가 주관하는 교육사업인 ‘GLOBE 프로그램(Global Learning and Observation to Benefit the Environment)’에 대한 한국의 참여방안과 NASA 과학자의 국내 과학교육 프로그램 참여방안 등을 논의했다.
우주정책 분야에서는 양국의 우주 개발정책을 소개하고 다자 간 국제기구에서의 공통 관심사를 공유했으며, 전 세계가 겪고 있는 식량 안보와 재해·재난, 안전, 기후변화 등에 그동안 축적된 우주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과 양국의 공동 대응방안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또한 이번 한·미 우주협력회의에서 합의된 사항의 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미래비전그룹’ 구성도 논의했다.
2일 차 항우연(대전) 방문에서는 달 탐사, 국제 우주정거장, 한국의 다목적 실용위성과 미국의 지구관측위성 간의 직수신 협력에 관한 전문가 간 실무협의가 진행됐다. 특히 항우연 방문에서는 국내 연구진과 언론인을 대상으로 미국의 우주정책과 민간 우주 개발 방향을 소개하는 ‘우주정책포럼’도 개최돼 주목을 받았다.
3일 차에는 기상청 기상위성센터(충북 진천)를 방문해 기상위성 활용과 개발 협력 등에 관한 실무협의를 진행했다. 또한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 후속조치로 5월 2일부터 6주간 국립환경과학원과 NASA가 공동으로 수행하는 국내 대기질 공동조사(KORUS-AQ) 착수 행사에 한·미 양국 대표단이 참석할 예정이다.
민간 우주 개발 분야에 관한 유일한 정부 간 협의체
우리의 우주 개발 성공 가능성 높여
제3차 한·미 우주협력회의는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개최 시기는 미래부와 미국 국무부 간 협의를 통해 확정된다.
우주 개발 주무부처인 미래부는 이번 제2차 한·미 우주협력회의를 계기로 국내 우주 개발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우주 개발 최강국인 미국과의 협력을 적극 추진해나갈 방침이다.
배태민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행사에 앞서 "그간 양국 기관 간에 산발적으로 진행되던 협력이 한·미 우주협력협정과 한·미 우주협력회의라는 틀 내에서 체계적이고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회의에서 논의된 사항들이 양국의 우주 개발에 실제로 이익을 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이행하고 점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글 · 두경아 (위클리 공감 객원기자) 2016.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