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두 번째 틸트로터 무인기 실용화 모델 개…무인기 등 12개 '산업엔진 프로젝트' 본격화
4월 10일 전남 고흥군의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이하 항우연) 고흥항공센터 시험활주로. ‘틸트로터’ 기술이 적용된 ‘고속 수직 이착륙 무인항공기(TR-60)’가 고흥항공센터 시험활주로를 박차고 날아올랐다.
동체 길이 3m, 210㎏ 중량의 TR-60은 약 5분간 헬리콥터 형태로 비행하다 적당한 고도에 이르자 프로펠러를 90도 기울여 비행기 모드로 전환하고 시속 250㎞의 속도로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틸트로터(Tilt Rotor)란 헬리콥터처럼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고 이동 중에는 회전 날개를 기울여 일반 비행기와 같은 방식으로 비행하는 차세대 항공 기술이다.
▷▷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에 성공한 틸트로터 무인기 'TR-60'이 4월 10일 전남 고흥항공센터 시험활주로에서 이륙하고 있다.
항우연이 국내 기술로 개발 중인 TR-60은 우리나라가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개발한 틸트로터 무인기 실용화 모델이다. 5시간 동안 공중에 머물며 운항 거리는 60㎞에 이른다. 헬리콥터보다 빠른 시속 250㎞로 4.5㎞ 상공에서 임무 수행이 가능해 넓은 지역의 감시, 수색, 정찰, 운송, 통신 중계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항우연의 TR-60 사업은 현재 예비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상태로, 오는 2020년 상용화하고 2023년까지 선도형 틸트로터 무인기 개발을 완료해 2024년 본격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항우연은 이날 TR-60 외에도 태양광 장시간 체공 전기동력무인기(EAV-2), 유·무인 복합기(CFT) 등 자체 개발한 무인항공기를 비롯해 국내 중소업체가 개발한 소형 무인항공기를 선보이는 시연행사를 가졌다.
조종사 없이 원격 또는 자동으로 조종되는 무인기 시장은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소형 무인기인 드론(Drone) 상용화에 나서면서 달아오르고 있다. 2014년 53억 달러 수준이던 전 세계 무인기 시장은 2023년 125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10% 내외의 성장세로 같은 기간 항공산업 전체 성장 전망치 4%를 뛰어넘는다.
무인기는 항공산업과 IT 접목한 신사업
최근 소형 무인기로 각광 받는 드론은 원래 미국에서 정찰 등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됐으나 이후 기술이 발달하면서 점차 폭격·공중전으로 용도가 확대됐고, 현재 민간에서도 산업용으로 이용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다.
세계 최대 온라인 소매업체 아마존에서 2013년 소형 소화물을 주문 후 30분 이내에 배달하겠다는 야심찬 드론 활용계획을 밝힌 뒤 지난 3월 미국 연방항공국(FAA)으로부터 시험운항을 승인받았다. 물류 배송업체 DHL은 지난해 9월 25일부터 독일에서 드론을 이용한 배송 프로젝트 ‘파슬콥터 2.0’을 시작했다.
우리 정부도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제조업 혁신3.0 전략 실행대책’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산업엔진 프로젝트’의 하나로 무인기산업을 선정하고 관련 생태 환경 조성에 분주하다.
▷▷ DHL사의 택배 무인기 드론.
12개 '징검다리 프로젝트'에 향후 3년간 1100억 원 투자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엔진 프로젝트’의 성과를 조기에 창출하기 위해 무인항공기를 포함한 12개 ‘징검다리 프로젝트’에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약 1100억 원을 투자한다고 5월 6일 밝혔다.
‘징검다리 프로젝트(Bridge Project)’란 산업엔진 프로젝트를 달성하기 위해 연구개발(R&D) 과정 중 중간 결과물을 활용해 시장에 기술, 제품을 출시하는 프로젝트다. 현재 시장의 수요가 가시화되고 있는 ‘니치마켓(Niche Market :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으로, 단기적인 R&D를 통해 기술 개발 성과를 조기에 산업화하는 데에 목적이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징검다리 프로젝트를 통해 산업엔진 추진 과정에서 파생된 중간 성과를 활용해 즉시 상용화·제품화함으로써 2017년까지 약 3조 원의 수요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는 원양어선 어군 탐지용 무인기, 병원·물류로봇, 플라스틱 기반 자동차 튜닝부품 등에 약 310억 원 규모의 R&D자금을 신규 투자할 계획이다.
틸트로터 기술이 적용된 TR-60 개발은 ‘어군 탐지용 무인항공기’ 프로젝트의 하나로 추진되고 있다. 민간 무인기 운항제도가 수립되는 2020년 이전에 공해상에서 제도와 상관없이 운용할 수 있는 원양어선의 어군(魚群)을 찾는 무인기를 개발해 시장을 선점하고, 이후에는 최종 목표인 불법 어로 감시, 군 정찰, 재난재해 감시 무인기 등으로 시장을 확대할 계획 아래 무인기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징검다리 프로젝트 분야가 ‘플라스틱 기반 자동차 튜닝부품’이다. 고성능을 요구하는 자동차용 플라스틱 소재를 만들기 위해 징검다리 프로젝트로 요구 성능이 상대적으로 낮은 프리미엄 초소형 전동차(어린이용 승용완구 등) 소재를 먼저 개발한다. 이후 이를 개선해 자동차 튜닝부품에 우선 적용·상품화한다는 계획이다.
‘병원·물류로봇’ 프로젝트도 있다. 의료기기로 분류되지 않아 인허가가 필요 없고, 최종 간병·원격진료로봇을 위한 중간 성과를 활용하는 프로젝트다. 1차적으로 국내외 병원 혹은 요양원에 개발된 병원·물류로봇을 적용해보고, 2차적으로 호텔 및 대형 창고로 확대해 최종적으로 간병로봇이나 원격진료로봇으로 개발하겠다는 전략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차동형 산업기술정책관은 “12개 징검다리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시장 창출 이외에 기술 개발 중간에 성과를 점검하고 관련 분야에 적용해봄으로써 최종 목표 달성의 위험요소를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글 · 남창희 (객원기자) 2015.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