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며칠 후면 올해도 아득한 기억 속으로 사라질 것입니다. 이맘때가 되면 이해인 수녀님의 시 한 구절이 생각납니다.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는 제가 올해도 밉지만 후회는 깊이 하지 않으렵니다.’
권혁의 ‘접시(기억)’는 사진처럼 보이지만 도자기를 그린 그림입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붓으로 빚은 도자기’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도자기는 공예품입니다. 공예품은 실용성이 생명입니다. 실제로 쓰이기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 도자기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권혁의 ‘접시’는 도자기가 실제로 사용되지 않아도 존재가치가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작가는 왜 굽이 좁아 음식을 담지도 못하는 쓸모없는 그릇을 실물보다 더 정교하게 그렸을까요? 누군가는 그 쓸모없는 그림 속 접시를 보면서 영혼을 편안하게 내려놓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우리의 지난 시간이 그림 속 접시만큼의 역할만 했더라도 나름 의미가 있다고 말하는듯 합니다. 그러니 올 한 해 헛살았다 자책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조정육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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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