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벚꽃이 졌습니다. 순식간에 나타났다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린 꽃을 보며 사람들은 마치 환영을 본 듯한 생각에 사로잡힙니다. 그 짧은 절정의 순간에 대해 아쉬움과 안타까움의 한숨을 내쉽니다. 오죽하면 시인 김영랑은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가고 말아”라고 탄식했을까요.
그러나 꽃이 진다고 해서 자연이 주는 감동이 전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조재임의 <바람숲>은 이즈음에 산책길에서 볼 수 있는 풀밭의 모습입니다. 풀은 비록 꽃은 아니지만 싱싱한 풀잎에 이슬이 맺힌 모습을 본다면 감탄사가 절로 나올 것입니다. 풀은 꽃이 없어 봉숭아니 채송화니 하는 이름마저 얻지 못해 그냥 잡풀이라고 불립니다. 그 모습이 꼭 우리들 같습니다.
그러나 이름을 얻지 못하면 어떻습니까?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온 힘을 다해 한생을 살아가는 점에서는 유명세를 얻은 매화나 벚꽃과 동급입니다. 우리 또한 꽃 같은 사람이 아니어도 꽃처럼 귀하고 아름답습니다.
조정육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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