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활SOC 3개년 계획 살펴보니
‘주 최대 52시간 근무제’ 시행 등으로 더 나은 삶에 대한 기대는 커졌지만 문화·체육 시설 등 삶의 질을 높이는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2018년 8월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균형발전, 일자리 창출 등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는 ‘지역밀착형 생활SOC’ 개념을 처음 도입한 데 이어, 올해 생활SOC 예산을 2018년보다 약 50% 늘어난 8조 6000억 원으로 증액했다. 4월 15일에는 정부부처 합동으로 ‘생활SOC 3개년 계획’(이하 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생활SOC 분야에 2022년까지 총 30조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기존 SOC는 도로·철도·공항·항만·댐 등 생산(경제)의 기반이 되는 시설, 지능형 교통체계·복합터미널 등 시설 효용 증진 및 이용자 편의를 돕는 시설을 의미했다. 생활SOC는 상하수도·가스·전기 등 기초 인프라, 문화·체육·보육·의료·복지·공원시설 등 국민 생활에 편익을 제공하는 시설 및 교통안전·지하 매설물 안전·화재 및 재난 안전 등 일상생활에 기본 전제가 되는 안전시설을 말한다.
8개 핵심과제에 48조 투자… 20만명 고용창출
정부는 생활SOC 3개 분야 8개 핵심과제를 선정, 3년간 30조 원 수준의 국비를 투자하기로 했다. 지방비까지 합하면 총 48조 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우선 문화·체육시설과 기초 인프라에 14조 5000억 원을 투자한다. 체육시설의 경우 10분 이내에 이용이 가능하도록 현재 5만 3000명당 1개(963개) 수준인 체육관을 인구 3만 4000명당 1개(1400여 개)로 확충할 계획이다. 도서관·생활문화센터 등 문화시설도 늘린다. 공공도서관의 경우 현재 5만 명당 1개(1042개)에서 4만 3000명당 1개(1200여 개) 수준으로 늘린다. 농어촌 등 취약 지역은 지역 단위 재생사업을 통해 주차장·복합커뮤니티센터 등 기초 인프라를 확충해 정주 여건을 개선해나갈 계획이다.
유치원·어린이집 등 공보육 인프라와 공공의료시설 확충에는 2조 9000억 원을 투입한다. 이를 통해 2021년까지 공보육 이용률을 40%까지 높이고 초등 돌봄교실 이용 대상도 기존 1·2학년 위주에서 전 학년으로 점차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시·군·구당 최소 1곳씩 공립 노인요양시설을 설치하는 등 현재 110개소인 공립 노인요양시설을 2022년까지 240여 개소로 늘릴 예정이다. 이를 통해 가족의 돌봄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주민건강센터도 현재 66곳에서 110곳으로 늘린다. 전국을 70여 개 권역으로 나눠 지역 책임의료기관도 지정·육성하기로 했다.
안전하고 깨끗한 생활환경 조성을 목표로 교통사고 감축, 지하공간 통합지도 구축, 다중이용시설 화재 안전 성능 보강, 석면슬레이트 철거, 지하역사 미세먼지 개선, 미세먼지 저감 숲 및 휴양림 조성 등에 12조 6000억 원을 투입한다. 정부는 한 해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2022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상위 30% 수준(2000명)으로 낮추고, 현재 8대 특별·광역시 및 수도권 8개시에 있는 지하공간 통합지도를 2022년까지 162개 시·군으로 늘리기로 했다. 다중이용시설 화재 안전 성능은 2022년까지 720여 동을 보강(필요 시설의 약 50%)하기로 했다. 아울러 쾌적한 환경을 위해 2022년까지 29만여 동의 석면슬레이트를 철거하기로 했다. 휴양림은 현재 170개소에서 2022년까지 190개소로 늘린다.
정부는 이들 사업을 지방이 주도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범정부적으로 지원하는 ‘지역주도-중앙지원’ 방식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사업 추진 시 부처별·사업별로 칸막이식으로 공급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체육관, 도서관, 어린이집, 주차장 등 여러 부처의 다양한 시설을 한 공간에 모으는 시설 복합화도 적극 추진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건설비와 관리·운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를 위해 정부는 5월 말까지 복합화 대상 사업의 3개년 투자 물량과 추진 절차 등을 담은 ‘범부처 가이드라인’을 지자체에 제공할 계획이다. 시설 복합화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지방 참여 유도 차원에서 앞으로 3년간 복합화 시설에 대해 국고 보조율을 10%포인트 올리기로 했다.
학교 부지·시설, 지역 내 유휴 국·공유지 등을 활용할 수 있게 해 지방의 부지 확보 부담도 줄여주기로 했다. 학교가 부지를 제공하고, 정부와 지자체는 건설비를 부담해 공동으로 생활 편의시설을 늘리는 등 정부-학교-지자체 협업 사업을 적극 추진한다. 지역 내 유휴 국·공유지를 활용해 생활SOC 시설을 확충할 수 있도록 국유지 내에 영구 시설물 설치, 사용료 감면 등 국유재산 관리제도도 개선할 방침이다. 아울러 노후청사 신·증축, 주민 반대로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연합기숙사와 문화체육센터 등의 연계·개발을 추진해 갈등을 해소하고, 사업 간 시너지 효과도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지역사회 펀딩 등 운영비 방안도
공공건축물이 천편일률적인 성냥갑 모양의 건물로 지어져 있다는 지적에 따라 생활SOC 시설 건축 디자인에도 변화를 줄 계획이다. 이를 위해 총괄 건축가·공공 건축가를 두고, 설계 공모 대상을 2억 원에서 1억 원 이상으로 확대한다. 아울러 계획 수립, 건설, 운영 등 전 과정에서 지자체와 지역 주민 등이 참여하는 모델을 만들어 지역의 창의와 역량이 결집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시설 확충 이후 운영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자체가 수익시설 입점, 지역사회 펀딩 등으로 운영비를 조달하는 방안도 강구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대부분 지역에서 체육관, 도서관 등 필수 시설에 10분 내 접근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통해 주 52시간 시대에 걸맞은 이른바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 문화도 정착될 것으로 기대했다. 아울러 3년간 생활SOC 확충 과정에서 약 20만 명의 고용 창출 효과와 운영 단계에서 2만~3만 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청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