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수소차 넥쏘 | 한겨레
수소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는 12월 3일 국회에서 확정한 558조 원 규모의 2021년도 정부 지출 예산안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2021년 전체 예산이 2020년보다 8.9% 늘어나는데,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여러 정부 부처의 예산 증가율은 평균 40%에 이른다. 수소 생산과 공급에 필요한 인프라 확충,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한 수소차(그린 모빌리티) 보급 확대, 효율적인 설비와 경쟁력 있는 소재·부품의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R&D) 등에 정부는 2021년 약 8200억 원의 재정을 투입한다.
2021년 예산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환경부의 수소차 보급 사업이다. 수소차 구매 보조금과 충전 인프라 구축비용을 지원하는 예산으로, 2020년(3177억 원)보다 38.5% 늘어난 4401억 원을 편성했다. 정부 보조금 지급을 통한 수소차 보급 목표는 2018년만 해도 763만 대에 그쳤으나 수소경제 로드맵이 발표된 2019년에는 5518대로 급증했고, 2020년 7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이 나온 뒤에는 추가경정예산에 증액 항목으로 포함시켜 1만 대로 늘었다.
2021년에는 자동차 제조사의 신차 출시 일정과 생산계획 등을 고려해 보급 목표 물량을 1만 5000대로 잡았다. 국무총리 산하 수소경제위원회의 수소차 보급 확대 추진 계획을 보면, 2022년까지 누적 기준 보급 목표는 6만 7000대, 2025년까지는 20만 대다. 이쯤 되면 수소차 상용화의 초기 단계를 넘어 양산체제 구축을 통한 대중화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게 정부와 자동차업계의 판단이다.
제조원가의 하락에 힘입어 소비자로서는 구입비 부담이 줄어들고, 수소차 최초 상용화에 성공하고 핵심 부품인 연료전지의 자체 기술과 생산 기반을 확보하고 있는 우리나라 제조업은 새로운 수출 유망산업을 얻을 수 있다.
2025년까지 전국 수소충전소 310기 확보
수소차 보급과 이용 활성화의 가장 큰 난관은 수소충전소의 확충이다. 더 많은 수소충전소에 대한 접근성과 편의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수소차 보급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충전소 확충은 환경부와 국토교통부가 나눠 맡고 있다. 일반 도심지역에 대한 충전소 확충은 환경부가 지자체나 민간사업자 지원을 통해 추진하고, 주요 물류거점과 고속도로 휴게소의 충전소 구축비용은 국토부가 지원한다. 9월 말 현재 전국에 설치·운영 중인 수소충전소는 50기다. 또 지자체 보조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는 66기는 현재 부지 선정 등을 완료한 상태이며, 민간자본 보조사업으로 선정된 충전소 34기가 2021년 말까지 준공될 예정이다.
환경부는 2021년에 새로 지정할 일반충전소 설립 지원 대상을 2020년보다 2기 적은 25기로 줄이고, 관련 예산도 2020년보다 소폭 감소한 722억 원을 편성했다. 부지 확보 난항과 지역 민원 등 지연 요인이 발생하고 있는 신규 지정보다 이미 확정된 사업의 집행 속도를 더 높이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대신 수소버스 등 상업용 수소차의 보급 확대를 위해 특수충전소 신축을 2020년 9기에서 2021년에 21기로 확대한다.
국토부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에 총 60기의 수소충전소 구축 목표를 세우고, 이를 위한 재정 투자사업으로 2020년 130억 원을 투입한 데 이어 2021년에 163억 원을 더 편성했다. 국토부의 고속도로 휴게소 수소충전소 구축에는 한국도로공사와 현대차, 기존 주유소 운영사업자가 위탁사업 형태로 참여한다. 또 일반 민간사업자도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설비투자비 지원, 부지 무상임대, 운영비 지원 등의 혜택을 받는 조건으로 수소충전소 사업을 신청할 수 있다.
국토부는 2021년에 주요 물류기지 4곳에 수소화물차용 대형 수소충전소(메가스테이션)를 구축해 10톤 이상 화물차를 상대로 수소에너지 기반의 물류체계 구축을 지원하는 시범사업도 벌인다. 이를 위한 예산으로 2021년에 80억 원을 편성했다. 정부는 수소충전소 구축 목표를 2022년까지 누적 기준으로 총 310기, 2025년까지는 450기로 세웠다.
수소충전소 인프라 조기 확충 방안 강구
환경부는 수소충전 인프라의 조기 확충을 위해 최근 설계·가스·안전·설비 등 분야별 전문가 19명으로 수소충전소 자문단을 구성했다. 환경부는 유관 부처와 소속 산하기관, 지자체 등을 대상으로 충전소 설립이 가능한 공공 유휴부지를 물색하는 등 자문단과 함께 체계적인 부지 확보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또 규제 개선과 행정절차 간소화의 성공 사례, 지역 주민과 소통 우수사례 등을 공유하고, 필요하면 충전소 구축 단계별 맞춤형 상담과 지원 지침을 자문단과 함께 마련하기로 했다. 아울러 수소 생산 및 충전소 등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안전관리 전담기관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수소충전소의 설계 및 시공 단계에서부터 누출 위험 등을 평가할 수 있는 안전성 평가제도와 인증제도를 단계적으로 마련해 확대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소 생산기지 확충을 위한 투자를 확대한다. 2019년부터 생산기지 구축사업을 시작한 산업부는 2021년에는 경기 평택, 충남 당진, 경남 창원, 강원 삼척 등 네 곳에 수소 생산 및 저장 설비와 차량 정비시설 등을 갖춘 생산기지를 새로 구축하는 예산으로 2020년보다 89% 증가한 566억 원을 확보했다. 또 수소충전소의 설비 개선과 수소튜브 트레일러 임대 지원, 기타 운영비 절감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으로 89억 원을 편성했다. 생산자와 충전소 수요자 간 거래가격의 안정과 공정한 유통질서 확립을 위한 수소거래 통합플랫폼과 수소유통감시센터도 2021년 초부터 설치·운영된다.
한국가스공사가 위탁사업자로 선정된 플랫폼과 감시센터는 수소 거래가격 정보공개 시스템을 운영하며, 공급업자와 수요업자 간 경쟁입찰을 통한 공동구매 시장도 시범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낮은 공정가격이 형성되면 개별거래 시장으로 가격이 전이돼 전체 수소 가격의 하향 안정화와 거래 활성화를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산업부는 기대하고 있다.
수소에너지 원천기술 예산 대폭 늘려
수소에너지 연구개발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원천기술, 산업부는 응용기술 개발과 사업화 실증을 중심으로 재정 투입을 확대한다. 2019년부터 수소에너지 혁신기술 개발 사업을 주관하는 과기부는 2021년 예산안에 2020년보다 20% 늘어난 141억 원의 사업비를 확보했다.
친환경·고효율 수소의 생산 또는 저장을 위한 차세대 혁신기술 개발 사업을 연구자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선정해 지원하고, 2030년 이후 유망 기술로 꼽히는 고온 수전해, 광분해, 열분해 수소 생산과 물리흡착 저장 등 4개 분야의 22개 연구과제 지원에도 2021년부터 2026년까지 6년 동안 253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탄소배출 제로(0)’의 수소 생산을 위해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연계한 ‘그린수소 생산 및 저장시스템 기술개발’을 2021년 중점 R&D 사업으로 추진한다. 이미 개발된 그린수소의 생산 및 저장 기술의 실증 추진을 통해 그린수소의 대량 공급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R&D 사업이다.
이 사업의 2021년 예산은 2020년(30억 원)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70억 원이 편성됐다. 이 사업을 통해 산자부는 3MW(메가와트)급 수전해 시스템 설계와 구축, 600kg 규모의 그린수소 저장 및 배터리 시스템 구축과 실증, 그린수소를 이용한 발전연료전지 실증 설비 구축 등을 서두를 계획이다. 이 밖에도 산자부는 수소차의 연료 저장 및 충전 플랫폼을 전기차와 공용화하는 기술 개발, 기존 화물트럭을 수소트럭으로 개조할 수 있는 기술개발 및 실증사업 등 다양한 분야의 수소경제 R&D 지원을 위해 2020년보다 56% 늘어난 265억 원의 예산을 2021년에 집행한다.
실증사업으로 수소경제 효과 대중화 시도
시민 체감형 수소경제 활성화 사업으로는 국토부와 환경부가 주관하는 수소 시범도시(수소도시) 조성이 눈길을 끈다. 수소 시범도시는 정부가 2019년 12월 지자체 공모를 거쳐 울산광역시와 경기도 안산, 전북의 전주·완주 등 세 곳을 선정해 2020년 10월까지 전체 구상과 기본계획 수립 작업을 끝냈다. 이어 2021년 3월까지는 시범도시마다 시설별 설계 용역을 마무리하고 상반기 중 본격적인 조성 공사에 들어간다.
시범도시에서는 지역 여건과 특색에 맞는 수소 생산 설비와 배관망, 통합운영 플랫폼, 수소를 활용한 연료전지 발전 및 전력공급 시스템 등을 구축해 지역 내 기업과 공공시설, 지역 주민 등을 대상으로 실증 사업을 전개한다. 각 시범도시에는 2022년까지 400억 원(국고보조율 50%)씩, 모두 120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될 예정이다.
정부는 2021년 예산안에서 안전성 검증을 위한 연구비 5억 원까지 포함해 모두 245억 원을 편성했다. 지역별 시민 체감형 사업으로는 공동주택에 연료전지 보급을 통한 수소전기 생산 및 공급(울산, 전주·완주). 지역 내 기업과 가정의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에서 나온 잉여 전기를 이용한 그린수소 생산 실증(안산), 하천 관리를 위한 수소드론 실증(전주·완주), 연료전지를 활용해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스마트팜 화훼단지 조성(울산) 등이 있다.
박순빈 기자
탄소중립(넷-제로)이란 무엇일까?
탄소중립은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남은 온실가스는 흡수(산림) 및 제거해서 실질적인 배출량이 0(ZERO)이 되는 개념이다. 즉 배출되는 탄소와 흡수되는 탄소량을 같게 해 탄소 순배출이 ‘0’이 되는 상태다. 탄소중립을 ‘넷-제로(Net-zero)’로 부르는 것도 이런 이유다.
2015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에서는 파리기후변화협약(파리협정)이 채택됐다.
이 협약은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함으로써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목표에 각국이 협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은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기로 결의했다. 세계 각국은 2016년부터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제출했고, 모든 당사국은 2020년 말까지 ‘파리협정 제4조 제19항’에 근거해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2℃ 이하로 유지하고, 나아가 1.5℃를 달성하기 위한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을 제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