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 리스트는 내 인생에서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적어두는 목록이다. 누구나 내가 정말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모르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하루하루 해야 되는 일에 파묻혀 살다보면 진정 내가 하면 잘할 수 있는 것과 내가 하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한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살아가기 일쑤이다.
하고 싶지만 잘할 수 없는 것일수록 미련을 지워버리기가 어렵다. 하고 싶지만 나의 재능이 살아 숨 쉬지 않는 분야를 포기하긴 어렵다. 그런 인간의 집착이 결국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런 분야일수록 한 분야의 위업을 달성하겠다는 마음가짐보다 그저 즐길 수 있는 취미로 생각한다면 더없이 행복해질 수도 있다.
인간의 행복은 내가 하면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평생 동안 즐겁고 신나게 놀면서 살아가는 데 있다. 이런 사람에게 일은 놀이다. 수단과 목적이 구분되지 않는다. 그저 그 일이 좋아서 누가 뭐라고 해도 거기에 파묻혀서 살아간다. 우여곡절과 파란만장함이 있다고 해도 그 자체가 내 삶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이다.
영화 <페이스 메이커>에 보면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의 차이점에 대한 의미심장한 대화가 나온다. “넌 ‘좋아하는 것’이랑 ‘잘하는 것’, 둘중에 뭘 하고 싶냐?” “나는 잘하는 것보다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극중에서 배우 김명민이 배역을 맡은 주만호가 잘하는 것은 30킬로미터까지만 달리는 페이스 메이커, 정말 좋아하는 일은 남을 위해서 달리지 않고 자신을 위해서 42.195킬로미터 풀코스를 완주하는 것이다.
완주선수를 위해 뛰는 페이스 메이커는 커피의 에스프레소와 같다.
거의 모든 커피에 다 들어가지만, 자신을 언제나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항상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커피 이름 뒤에 숨어 묵묵히 자신의 본분을 다하는 사람, 에스프레소 맨(Espresso Man)과 같은 사람이다. 페이스 메이커는 선발 투수의 화려함과 마무리 투수의 듬직함 사이에서 오로지 선발과 마무리를 연결하는 중간계투 역할을 맡는 야구의 미들맨(Middle Man)과 같다. 현란한 드리볼과 결정적인 한 방으로 언제나 관중들의 환호와 갈채를 한몸에 받는 골 게터에게 결정적인 순간에 득점할 수 있는 찬스를 만들어주는 축구의 어시스트 맨(Assist Man)에도 비유할 수 있다. 이들 모두가 자신의 성공보다 남의 성공을 위해 대중의 눈길이 비켜간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본분과 소임을 다하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그들이 있어서 스타 플레이어들의 화려함에 도취될 수 있다.
1퍼센트의 빛나는 별의 이면에는 언제나 99퍼센트의 밤하늘이 있음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어준 화두가 바로 페이스 메이커다.
버킷 리스트에는 스타 플레이어가 되는 것도 포함되지만, 남을 스타플레이어로 만들어주는 것도 포함될 수 있다. 버킷 리스트는 나의 욕망만 채우는 꿈의 목록이 아니다. 버킷 리스트는 더불어 행복하게 살기 위해 때로는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는 목록이기도 하다. 행복은 관계 속에서 싹이 트고 꽃이 핀다. 나만 행복하고 나와 관계되는 다른 사람이 불행하다면 진정한 행복이 아니다. 버킷 리스트는 때로는 나의 욕심을 덜어내고 타인을 도와주는 봉사정신을 발휘할 때 더욱 빛나는 행복 목록이다.
내 안의 욕망의 바다에는 참으로 많은 버킷 리스트들이 살아가고 있다. 그 안에 잠자고 있는 버킷 리스트를 찾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해야 할 가장 소중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더욱 소중한 일은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서 이를 실천할 수 있는 버킷 리스트를 작성해보는 것이다.
글·유영만(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2013.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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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