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창제는 지적 혁명이며 충격이었다.”
저자 노마 히데키는 책을 통해 이렇게 주장한다. 도쿄외국어대학교 대학원 교수 출신인 그는 1970년대에 독학으로 공부하던 중 한글의 매력에 푹 빠졌다. 이를 계기로 서른의 나이에 도쿄외국어대학교 조선어학과에 입학해 한국어 학자가 됐다.
<한글의 탄생>은 언어·문자에 대한 물음을 한글에 대한 통찰로 풀어낸 책이다. 저자는 한글 이전의 문자 생활, 한글의 창제 과정, 마침내 한글이 한반도에서 ‘지(知)’의 판도를 뒤흔든 과정, 나아가 그 미적 형태의 발전에 이르기까지 한글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그 결과 일본에서 학자들의 호평을 받았음은 물론, 한글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던 독자들까지 매료시키며 3만부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마이니치신문사와 사단법인 아시아조사회가 주관하는 2010년 아시아·태평양 대상을 수상했으며, 지난해에는 한글학회가 수여하는 주시경학술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주시경상을 외국인이 받은 건 그가 처음이었다.
당시 조선의 언어 환경에서 한글 창제는 파격이었다. 한자를 읽고 우리말 순서에 맞게 뜻을 새기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글과 말이 다름을 누구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러던 중 세종과 집현전 학파가 글과 말을 일치시키겠다며 한글 창제를 추진한 것이다. 반대에 부딪치면서도 세종과 집현전 학파는 “천지 자연의 소리가 있으면 반드시 천지 자연의 글이 있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한글에 대해 저자는 한글이 ‘세계 문자사의 기적’이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그러면서 세종과 집현전 학파들이 얼마나 무서울 만큼의 이해력과 분석력, 창조력을 통해 새로운 문자를 만들었는지 조목조목 밝힌다. 한자만으로 글을 써왔던 15세기 이전의 한반도와 일본에서, 글을 조금이라도 쉽게 읽기 위해 궁리한 묘안들도 소개한다. 저자는 “천 년의 시간 동안 한자·한문에 가려졌던 이 땅의 가장 깊은 곳에서 샘물과 같이 넘쳐 솟아나는 말”이라며 한글을 치켜세운다.
나아가 세계 문자사적으로 한글의 위상이 어떤지에 대해서도 기술한다. 세종과 당시 학자들이 음운학, 현대 언어학을 이미 터득하고 있었기에 한글 창제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 대해 책은 이렇게 설명한다.
“세종과 집현전 학자들이 귓가에 들려오는 자연의 말소리로부터 ‘음’의 단위를 추출하고, 이들을 각각 자음과 모음으로 표현한 과정은 드라마틱하기까지 하다.”
특히 한글의 창제 과정을 과거에 벌어진 일의 서술이라기보다는 마치 지금 이 순간 독자와 함께 새로운 문자를 만드는 듯 박진감 있게 인도한다. 훈민정음 창제 570주년이자 한글날이 23년만에 공휴일로 부활한 올해, 세계 속 한글의 위상을 새기기 충분한 책이다.
글·남형도 기자 2013.10.14
새로 나온 책
당신이 지갑을 열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엘리자베스 던, 마이클 노튼 지음
알키·1만3천원
행복해지기 위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돈을 쓸 것을 제안한 책이다. ‘체험을 구매하라’, ‘특별하게 만들어라’, ‘시간을 구매하라’, ‘먼저 돈을 내고 나중에 소비하라’, ‘다른 사람에게 투자하라’ 등 행복감을 높이기 위한 지출 원칙 다섯 가지를 차례로 소개한다.
심리학 교수인 저자의 수많은 사례 연구를 바탕으로 했다.
트렌드 차이나
김난도, 전미영, 김서영 지음
오우아·1만6천원
김난도 교수와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중국 소비시장 변화와 중국 소비자의 특성을 예리하게 포착한 <트렌드 차이나>. 최근 중국 소비자들의 생생한 소비생활에 집중하여 수집한 데이터와 사례를 이론적 틀과 시각에 입각해 분석했다. 중국의 소비자는 무엇에 열광하고 어떻게 소비하는지, 전체적인 소비시장은 앞으로 어디로 향할 것인지를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