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나라는 스마트 열풍에 따라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을 맞이하고 있다. 변화의 기폭제는 스마트 폰인데, 올 10월 기준으로 스마트 폰 사용자 수는 3,700만명을 넘어섰다. 스마트 열풍은 산업과 사회, 문화의 흐름을 규정하는 핵심 키워드가 되었으며, 그에 따라 전통적 미디어의 영향력은 점점 감소되고 스마트 미디어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 아득하여라! 우리나라에서도 전화 거는 방법을 가르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45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떠나 보자.
체신부(이후 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 등으로 개편)의 광고 ‘전화 거는 방법’ 편(경향신문 1969년 10월 11일)을 보자. “전화기는 소중히 취급합시다!”라는 헤드라인 아래 전화 거는 방법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전화를 하려면 “먼저 상대의 전화번호를 확인”해야 하는데 “0번도 번호”라며 “0020번에 걸 때 0번을 돌려야” 통화가 이루어진다는 점을 단계별로 설명하고 있다.
가입 전화는 다이얼을 손고리까지 정확하게 돌리고 나서 손가락을 뺀 다음, 수화기를 들고 발신음을 들은 뒤, 상대의 호출음이 들리면 통화를 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상대의 화중음(상대가 통화 중임을 알리는 소리)이 들리면 수화기를 놓고 1~2분 기다린 후 다시 걸고, 상대가 나오면 통화를 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공중전화는 수화기를 든 다음 새 주화 5원짜리를 넣고, 발신음이 들리면 다이얼을 손고리까지 정확하게 돌리고 손가락을 뺀 다음, 상대의 호출음을 들어야 한다고 했다.
수화기를 놓으면 넣은 돈이 나오는데, 상대의 통화음이 들리면 상대와 통화를 해야 한다는 것. 광고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싶었는지 각각의 상황을 그림으로 상세히 묘사했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어야 전화 거는 순서가 설명이 되는데,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는 지금과는 다르게 구성했다.
특히 재미있는 점은 광고 지면의 중앙 아래쪽에 ‘부탁의 말씀’이라며 강조 부분을 배치했다는 사실이다. “전화기는 소중히 관수(간수)하여 주십시오.” “마음대로 전화기에 손을 대지 마십시오.” “수화기를 내려놓은 채 두지 마십시오.” “전화는 다른 사람 집에 설치할 수 없습니다.”
“10:00~11:30. 15:00~17:00. 과히 급하지 않은 용무의 전화는 이 ‘러시아워’를 피하여 거시면 보다 빠르고 쉽게 거실 수 있으며 이 시간은 꼭 걸어야 할 다른 사람을 위하는 길입니다.”
마음대로 전화기에 손을 대야(touch) 스마트 폰이 비로소 제 기능을 발휘하고, 통화의 러시 아워가 따로 없이 24시간 내내 통화할 수 있고, 스마트 폰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가 보편적인 소통 도구가 되고 있는 요즘에 비춰보면, ‘부탁의 말씀’에서 강조한 다섯가지 사항들이 마치 오래 전 옛날이야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불과 45년 전 일이다.
글·김병희(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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