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은 성숙한 사람이 되는 방편이어야 한다.” 사람도 ‘업그레이드’하는 시대가 도래하며 인문학 열풍이 가히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직장 간부부터 사원까지를 대상으로 하는 인문학 강좌가 꾸준히 개설되고, 정보기술(IT) 쪽에서도 인문학적 소양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인문학은 일명 ‘대세’의 길에 들어섰다. 하지만 정작 독자들은 어디서부터 지식을 쌓아야 하는지 접근하는 것만도 어렵다. 쏟아지는 인문학 저서들의 공급 속에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저자는 충실한 안내자 역할을 자처했다.
인문학 입문서는 철학, 종교, 심리학, 역사 등 12개 분야를 망라했다. ‘인문학은 어떤 길을 가야 하는가’에 대한 저자의 고민이 곳곳에 녹아 있다.
‘인문학은 관계 맺기다’와 같은 장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너’와 ‘나’를 넘어선 ‘우리’ 관계에 대한 인문학을 말한다. 특히 “피해를 입지 않은 자가 피해를 입은 자와 똑같이 분노할 때 정의가 실현된다”는 그리스의 개혁가 솔론의 말을 되새기며 독자들에게 생소할지 모르는 정치 개념을 쉽게 풀이해 준다.
과학과의 접목도 흥미롭다. ‘진보하는 인류와 인문학’에서는 인류 역사를 이끈 과학적 사건을 다뤘다. ‘신은 기원전 4004년 10월 23일 월요일 오전 9시에 천지를 창조했다’는 대주교 제임스 어셔의 주장부터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과 다윈의 진화론이 일군 과학의 혁명을 다룬다. 과학과 관련된 독일 나치즘의 연관성까지도 명쾌하게 해설했다.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이슈도 쉽게 풀이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 중 하나인 경제민주화가 대표적이다. ‘보이지 않는 손’을 주창한 애덤 스미스가 비판한 것은 바로 상공업자의 이익과 국익을 동일시하는 사고방식이었다. <국부론>에서 그는 시장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반대한다. 재화의 총량이 증가해도 시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해답은 국민 복지를 실질적으로 증대시키는 데 있다. 지금의 경제민주화 개념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경제와 역사의 연구가 충실하게 이루어졌다면 애덤 스미스를 오해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역설한다.
저자는 끊임없이 ‘어떻게 살 것인가’ ‘죽음 다음에 무엇이 있을 것인가’ ‘인간은 무엇인가’ 등 인류 보편의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 저자는 “인문학은 더 맛있는 밥, 더 몸에 좋은 떡을 준다”며 “인간성 회복과 인격 완성을 위한 평생의 공부”라고 강조한다. 인류 역사 전반을 훑는 우리 시대의 지적 성취물들을 한눈에 통찰하는 동시에 세상에 대한 안목이 넓어지는 느낌을 갖게 되는 책이다.
글·남형도 기자 2013.11.04
새로 나온 책
감정은 습관이다
박용철 지음
추수밭·1만4천원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일상 속에 습관이 되는 건 행동뿐만이 아니다. 저자는 평소 느껴왔던 감정마저 습관이 된다고 말한다. 고독하거나 불안한 감정도 반복되면 굳어지게 된다. 걱정을 달고 살았던 사람은 일이 해결된 뒤에도 계속 불안해한다. 심지어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고민하며 머리를 싸맨다. 책은 이렇게 뿌리박힌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 행복한 습관을 만드는 법을 소개한다.
희망과 함께 가라
셰인 J 로페즈 지음
알키·1만5천원
희망 심리학 분야의 권위자인 저자가 10여 년간 세계 최대 규모로 연구한 프로젝트를 공개한다. 희망을 통해 인생을 바꾼 사람들의 증언과 건강, 성공, 삶의 질 향상에 실제로 영향을 끼친 실험 결과를 담았다. 저자는 면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목표, 매개, 경로 단계의 희망 전략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