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간 자유무역이 활성화됨에 따라 농산물 수입국은 자국 농어촌을 보호하기 위한 각종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농어촌의 식량공급 기능과 환경보전 같은 비(非) 식량공급기능을 포괄하는 다원적 기능(multi-functionality)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농어업·농어촌의 다원적 기능은 홍수조절 기능, 수자원보호 기능, 수질정화 기능, 토양유실 방지 기능, 대기정화 기능과 같은 다섯 가지로 요약된다.
우리나라에서도 2009년 전후로 도시화와 산업화의 주역인 1955년생 베이비부머가 은퇴하며 귀농·귀촌 인구가 증가했다. 농림축산식품부(2012)의 자료를 보면, 2011년에 1만503가구(2만3,415명)가 농어촌에 정착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촌(村)스러워 고마워요”와 같이 귀농·귀촌을 권유하는 정책홍보도 영향을 미쳤으리라.
현재 농어촌의 생활환경 정비나 경관 개선 같은 정부 주도 사업이 시행되고 있다. 그렇지만 농어촌 주민의 고령화 추세, 다문화 가정의 증가,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에 따라 계층 구조 면에서나 인구사회학적 면에서 변화가 깊숙이 진행되고 있어 체계적인 계획 수립에 어려움이 많을 터다. 농어촌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농어촌개발공사(현 한국농어촌공사)의 광고 ‘소득증대’ 편(매일경제신문 1970년 8월 25일)을 보자. ‘농어민 소득증대를 위한 끊임없는 도전!’이라는 헤드라인 아래 새로운 비전, 운영의 쇄신, 착실한 전진을 강조하고 있다. “농수산물의 저장, 처리, 가공 및 수출 사업을 육성 발전시킴으로써 농어민의 소득증대에 기여하고 있으며, 기업 체질의 개선, 경영의 합리화, 정밀한 기업 진단 및 사후관리를 통하여 새로운 전진을 다짐합니다….” 광고문구를 봐도 알 수 있듯이 정부에서는 일찌감치 농어촌 발전 문제를 고민했다.
광고 지면에 투자 회사의 주요 생산품 목록을 나열하고, 1968년 이후의 수출 실적을 소개한 점은 장점을 알리는 광고의 본질적 기능을 살렸다. 그렇지만 연간 100만명을 고용한다는 주장은 허풍에 가까우며, 농어촌개발공사 총재의 사진을 증명사진으로 새겨넣은 것은 요즘 기준으로 볼 때 무척 낯설고 어색하다. 어쨌든 이 광고에서 우리는 농어민 소득증대를 위한 정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1908년 수리조합(토지개량조합)으로 설립된 이후 지금까지 급격한 도시화와 농가 인구 감소 속에서도 쌀의 자급 기반을 마련했고, 간척 사업을 통해 서울시 면적의 2.5배에 이르는 국토를 확장해 왔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 농어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아직 우리 농어촌의 ‘삶의 질’은 선진국 농촌이나 우리나라의 도시 지역에 비해 주민의 삶터나 일터 측면에서 여전히 취약하다. 농어촌이 도시보다 살기 좋은 곳이라고 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시간이 갈수록 지역별 격차는 커지고 있다.
11월 11일은 ‘빼빼로 데이’라고 하지만 ‘농업인의 날’이기도 하다. 현재 깊숙이 진행되고 있는 농어촌의 소리 없는 변화에 주목하자. 이제 농어업·농어촌에 관련된 정책 수립이나 정책홍보 활동에 있어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지 않을까.
글·김병희(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2013.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