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단위 때문에 혼선을 빚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50여 년 전만 해도 단위를 재는 기준이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우리나라는 1948년에 미터법과 국제단위계를 표준 계량단위로 지정했지만, 1961년에야 미터법 사용에 대한 법률이 제정되었다. 계량법 제11조에 의해 1963년 5월 31일부터 거래·증명(證明)에 미터법 외에는 쓰지 못하도록 규정했고, 1964년 1월 1일부터는 건물과 토지만 제외하고 미터법을 전면 실시했다.
그렇지만 미터법은 민간에 바로 뿌리내리지 못했다. 척관법과 야드파운드법이 계속 사용되었다. 척관법(尺貫法)은 고대 중국에서 시작되어 동아시아권에서 널리 사용된 도량형 단위계로, 길이는 척(尺)으로 무게는 관(貫)으로 나타냈다. 야드파운드법(imperial units)은 영국에서 쓰던 단위계로, 길이는 야드로 질량은 파운드로 표기한다.
미터법 사용을 강조했던 1960년대로 돌아가 보자. 상공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중앙계량국의 광고 ‘미터법 사용’ 편(매일경제신문 1966년 11월 16일)에서는 “너도 나도 계량에는 미터법 단위로!”란 헤드라인을 써서 미터법 사용을 강조했다. 광고 내용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우리 다 같이 상거래의 양의 기준은 미터 단위 10진법으로 설정합시다”라고 하고 “과거 우리가 쓰든(쓰던) 척관법 혹은 야드파운드법 단위를 바로 환산한 복잡한 기준량을 버리고”라며 10진법 사용을 촉구했다. 이를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펜으로 과자류와 소채류(채소류)를 그린 다음 그램(g)당 가격을 표시했다. 귀금속류와 육류에는 표에 세세한 단위별 가격을 제시하며 설명했다.
둘째, “왜 우리는 미터 계량단위를 사용하여야 하나?”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 이유로 미터 계량단위는 “계량단위가 10진법으로 되어 있어 사용하기 편리하기 때문”이라며 길이, 넓이, 무게, 부피에 따라 기본단위를 상세히 설명했다. 예컨대 ‘1센티미터=10밀리미터’ 와 같은 식으로 각 단위를 설명했다. 또한 “국제적으로 널리 보급되어 있고 학술연구는 미터법 계량단위에 의해서만 연구되고 있다”며 척관법이나 야드파운드법을 썼을 때 길이나 무게가 얼마나 복잡해지는지를 비교해서 제시한 점이 흥미롭다.
광고의 마지막 부분에 “이제부터 모든 계량에는 너도 나도 다 같이 미터법 단위만을 사용합시다”라며 미터법 사용을 다시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미터법은 1790년대에 프랑스에서 제안해 이미 온 세계가 사용하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정착되지 못했다. 정부는 1983년 1월 1일부터 건물·토지까지도 미터법을 실시했고, 2007년에는 척관법과 야드파운드법을 상거래나 측량에 사용하면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오죽했으면 벌금까지? 더욱이 우리나라의 미터법과 국제단위계 정착도는 일본이나 중국 같은 다른 동아시아 국가보다 훨씬 낮다고 한다.
국가 브랜드의 위상은 올라갔어도 아직도 미터법이 정착되지 못한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일상에서의 미터법 사용을 강조하는 캠페인이라도 벌여야 할 것 같다.
글·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2013.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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