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면 여러 단체에서 어려운 이웃을 위한 ‘사랑의 연탄 보내기’ 행사나 동절기에 대비한 ‘연탄 사용가구 안전점검 및 연탄지원’ 행사를 벌인다. 독거노인이나 소년소녀 가장 등 아직도 연탄을 사용하는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훈훈한 행사다. 작은 정성을 모아 소외 계층에게 따뜻한 온기를 전할 수 있어 좋지만,
한편으로는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는 경우도 있어 아쉽다.
연탄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도시에서 취사나 난방용으로 사용되었다. 1960~70년대만 해도 주된 에너지원이었기 때문이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 건설된 대규모 연탄공장에서는 많은 연탄을 찍어냈다. 당시의 부엌 구조 역시 연탄 사용에 적합하도록 설계될 수밖에 없었다. 재래식 온돌에다 연탄불을 피우면서 연탄의 맹독성 가스에 중독되어 사망하는 사건도 자주 발생했다.
대한석탄공사와 한국연탄공업협회의 공동 광고 ‘에너지 절약’(경향신문 1979년 8월 20일)을 보자. ‘에너지 절약! 연탄 한장·석유 한방울·전기 한등’이라는 헤드라인 아래 광부가 탄광에서 일을 마치고 걸어 나오는 장면을 사진으로 제시했다.
광고 문구에서는 에너지 절약의 핵심 전략을 다섯 가지로 요약해 정리했다. “가정에서 매일 연탄 한 장씩 절약하면 약 350만톤(800억원)의 석탄이 절약되고, 정부에서 허가한 ‘열’ 자 표시의 화덕을 사용하면 화력이 좋다. 또한 내화물로 만든 화덕 덮개가 방을 더 뜨겁게 하고 연탄가스도 적게 나오게 하며, 아궁이 공기구멍의 관리를 철저히 해야 연탄을 절약할 수 있고 깨진 연탄은 알뜰히 모았다가 교환해서 써야 한다”는 내용이다.
연탄을 절약하자는 광고의 헤드라인에 ‘석유 한방울·전기 한등’이라는 다소 엉뚱한 메시지를 넣은 것은 요즘 기준에서 볼 때 분명 상관성이 떨어지는 구성이다. 그렇지만 각 분야에서 에너지를 절약해야 한다는 실천 의지가 그만큼 강했다는 시대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이해하고 넘어가야 하리라.
대한석탄공사는 창립 60여 년이 지났고 지난해 말까지 석탄 생산 누계 1억 8천만톤을 넘어섰다. 이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에너지 공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동시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도 눈을 돌려야 할 터이다. 안도현 시인은 ‘너에게 묻는다’라는 시에서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이 시는 누군가를 위해 활활 타오르다가 결국은 재로 남는 연탄에 빗대어 남을 위해 자기 몸을 한번도 뜨겁게 달궈본 적이 없는 우리네 이기심을 질타하고 있다.
기자들 앞에서 사진 찍는 ‘행사’가 아닌, 어려운 이웃에게 마음에서 마음으로 사랑의 연탄을 배달하는 뜨거운 마음이 정녕 절실한 때다. 에너지 절약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이기심 절약에도 앞장서야겠다.
글·김병희(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2013.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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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