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갱이국은 충청도를 대표하는 해장국이다. 탕반문화가 발달한 우리나라에는 지역별로 다양한 해장국이 존재한다. 타 지방의 해장국이 대부분 선지나 북어 같은 육류나 해산물을 주재료로 하는 데 반해 충청도에서는 민물고동 올갱이로 국을 끓인다.
올갱이는 다슬기의 충청도 사투리이다. 다슬기라는 표준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국 대부분의 식당 메뉴에 올갱이라는 이름이 통용되는 것만 봐도 이것이 호서지방의 기호식품임을 알 수 있다.
기실 다슬기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잡힌다. 어디라도 물이 맑은 하천이나 계곡의 큼직한 자갈이나 바위 밑에는 대개 다슬기가 서식한다. 농촌 출신들은 대부분 어린 시절 동네의 맑은 개울에서 다슬기를 잡으며 놀던 기억과 삶은 다슬기의 알맹이를 바늘로 쏙쏙 빼먹던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다슬기는 지역에 따라 부르는 이름도 다양하다. 경상도에서는 고동, 고둥, 고디 또는 사고둥이라 하고 전라도에서는 대사리, 데싸리, 다사리라 하며 강원도에선 달팽이, 꼴부리, 꼴팽이 등으로 부르고 그 외에 민물고둥, 냇고동, 소래, 소래고둥, 갈고동, 소라, 물비틀이, 고딩이, 배드리, 꼴벵이, 올뱅이, 물골뱅이, 골뱅이, 도슬비 등으로도 불린다. 다슬기라는 표준명으로 부르는 지역은 수원, 안양 등 서울 인근뿐이다.
다양한 호칭 중에서도 음식 이름에는 올갱이해장국, 올갱이수제비, 올갱이칼국수, 올갱이무침, 올갱이전처럼 올갱이가 가장 흔하게 쓰인다. 어떤 이름보다 올갱이가 훨씬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충청도 사람들의 올갱이 사랑이 유난하기 때문일까.
최근의 한 조사에서 충북 사람들은 지역을 대표하는 향토식품 1위로 올갱이국을 꼽았을 정도이다. 그렇게 된 배경에는 금강, 남한강, 괴강 등을 끼고 있는 옥천이나 영동, 충주, 괴산, 단양 등 도내의 대부분 지역에서 올갱이를 쉽게 채취할 수 있는 천혜의 여건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참다슬기, 주름다슬기, 곳체다슬기, 띠구슬다슬기 등 총 2속 9종류가 서식한다고 하는데 이 중 2급수에서도 생존이 가능한 곳체다슬기는 식용으로 쓰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학문적 분류와는 달리 현지사람들은 껍데기의 상태에 따라 다슬기를 구분한다. 껍데기가 맨들맨들한 것은 ‘뺀질이’, 오톨도톨한 것은 ‘까끌이’, 중간 것은 ‘반까끌이’라 하는데, 맛은 물살이 센 계곡에서 잡히는 뺀질이를 제일로 친다.
올갱이국은 최고의 해장국이다. 대부분의 해장국이 시원한 국물로 속을 풀어주기만 하는 데 반해 올갱이국은 옛날부터 숙취 해소는 물론 간과 위에까지 좋다고 알려져 있어 술꾼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다. 올갱이에는 칼슘과 카로틴 및 마그네슘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여러 가지 성인병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다른 지방에서는 들깨 가루를 넣고 끓이거나 채소만 넣고도 끓이지만 충청도의 올갱이국은 일반적으로 된장을 풀어서 끓이기 때문에 우리와 더욱 친숙하다. 게다가 봄, 여름에는 부추와 파를 넣고 가을에는 아욱, 겨울에는 시금치를 넣고 끓이면 올갱이의 쌉싸래한 맛과 잘 어우러져 그 개운함이 배가된다.
올갱이국은 충북 전역에서 흔히 먹을 수 있지만 괴산에서는 ‘올갱이 축제’가 열리고 30여 년 된 ‘올갱이국거리’가 다 형성되어 있을 정도로 특화되어 있다. 괴산의 올갱이국 전문점들은 직접 담근 묵은 된장을 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괴산의 ‘주차장식당’과 ‘서울식당’, 청주의 ‘상주집’, 옥천의 ‘금강올갱이’ 등이 올갱이국으로 이름난 식당들이며, 서울에서는 사직동의 ‘가정식백반올갱이집’에서 그 애초롬한 국맛을 즐길 수 있다.
글·예종석(한양대 경영학부 교수·음식문화평론가) 2013.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