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를 앞두고 송년 분위기가 솔솔 풍기고 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12월이 되면 연하장이나 연하엽서를 고르기 위해 우체국이나 문구점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이런 풍경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연하엽서를 보내는 풍습은 사실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에 들어와 지금에 이르고 있다. ‘연하(年賀)엽서’를 사고 내용을 쓰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12월을 분주하게 보내는 일본인들이 지금도 많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송년 인사나 새해 인사를 연하엽서로 하지 않고 첨단 디지털 기기를 통해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연하엽서라는 이름은 카드가 아닌 우편엽서의 형태로 되어 있는 데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이제 디지털엽서라고 불러야 할 판이다. 그렇지만 여러 기업이나 기관 및 단체의 장들은 여전히 지인이나 고객들에게 연하엽서를 보낸다.
체신부(현 우정사업본부)의 광고 ‘연하엽서’ 편(경향신문 1977년 12월 15일)을 보자. ‘새해의 인사는 간편한 연하그림엽서로!’라는 문구를 쓰고, 엽서에 들어갈 동양화를 보여주는 단순한 내용이다. “우표를 붙일 필요가 없고 고상한 그림엽서와 봉투를 30원으로 보낼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하며 경제성을 강조한 점이 인상적이다. 겨울 풍경을 은은하게 묘사한 전통적인 산수화를 활용하고, 아래쪽에 “희망의 새해를 맞이하여 온 가정에 만복이 깃들이시기를 빕니다”라는 인사말을 덧붙였다.
체신부에서 발행한 1970년대의 연하엽서를 살펴본 결과 정선, 김홍도, 신윤복의 그림이 자주 활용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관보>를 통해 정부의 물자절약 시책을 내세우며 캘린더, 크리스마스카드, 연하엽서의 발행을 자제하라는 국무총리의 지시를 강조한 적도 있다. 작은 크기의 연하엽서까지도 물자 절약의 대상이었다니….
올해도 ‘청마(靑馬)의 해’라는 2014년을 축하하는 우체국 연하엽서가 나왔다. 인터넷 우체국(www.epost.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행운을 기원하고 행복을 상징하는 문양에 질주하는 말이나 익살스럽게 웃는 말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송년인사나 신년인사를 하면 물론 편리하다. 그렇지만 1970년대식으로 연하엽서를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아날로그 정서를 느낄 수 있지 않겠는가?
다만 “희망의 새해를 맞이하여 온 가정에 만복이 가득하길 빕니다” 같은 천편일률적인 문구는 피했으면 싶다. 한 줄이라도 좋다. 자신만의 메시지를 꼭 써서 보내자. 보내는 이의 이름까지 인쇄한 연하엽서는 절대로 보내지 말자. 받는 사람은 연하엽서를 받고 나서도 아무런 감동을 느끼지 못한다. 적어도 보내는 이의 이름만큼은 자필 서명이라도 해야하지 않을까?
1970년대의 연하엽서 광고에서 아날로그의 따스함을 배워보자. 세상이 스마트해질수록 아날로그적 온기가 더 필요하니까.
글·김병희(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2013.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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