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넛지(Nudge), 팔꿈치로 옆구리를 슬쩍 찔러 선택을 유도하라.’
2009년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킨 책 <넛지>를 기억하는가. 국내에서도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고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고경영자 필독서로 꼽아 화제가 됐던 책이다. 이 책의 공동 저자였던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캐스 선스타인이 후속작을 내놓았다. 복잡한 상황을 단순하게 만들어 부드러운 선택으로 이끌어내야 한다는 ‘넛지’를 다뤘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오바마 행정부에서 중요한 정책을 추진해 온 그는 ‘넛지’가 어떻게 활용되어 왔는지를 다양한 사례로 조명한다.
‘넛지’는 그 누구에게도 어떤 일을 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선택은 자유이지만 사람들을 건강하고 부유하게 만들어 줄 방식으로 ‘넛지’가 이뤄진다. 자동차 회사에 새로 나온 승용차의 연료 효율을 공개하라고 요구하거나, 운전중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지 않도록 캠페인을 벌이거나, 직원들이 저축 프로그램에 자동적으로 가입하도록 권유하는 노력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넛지’는 기업, 사회, 정부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정책 변화와 함께 말이다. 미국에서는 여러 정책 촉진 계획에 활용되었고 정부의 규제와 정책 결정에 크게 기여했다.
연료 경제성, 에너지 효율, 환경보호, 건강관리, 비만 문제 등이다. 영국에서는 일명 ‘넛지팀’을 만들어 금연, 에너지 효율, 장기 기증, 소비자 보호 등의 정책들을 촉진하는 데 ‘넛지’ 방식을 활용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부 정책과 사회 공익적 요소, 디자인, 마케팅, 광고 등에 ‘넛지’가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걸음마 수준이라는 평가다.
‘넛지’ 활용 방식을 다룬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바로 ‘단순화’다.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려면 결국 복잡하고 딱딱하게 얽혀 있는 것들을 풀어내 간결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선택의 폭이 더 넓어지고, 더 까다롭고 복잡해질수록 ‘넛지’는 더욱 큰 힘을 발휘한다.
저자는 ‘단순하고 부드러운 개입’에 대한 고민을 멈추지 않는다. 넛지가 적용되는 다양한 사례를 명쾌하게 다루면서, 국가가 국민들의 합리적이고 책임 있는 행동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불필요한 복잡함을 없애고 누구나 이해하도록 바꾸는 것이 ‘간결한 넛지’로 가는 길이다.
예를 들어 병원에서 환자들에게 부과된 불필요한 형식 절차비용을 줄일 법령을 채택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럴 때 관료들은 환자들이 무엇을 아는지 알아야 한다. 결정적 정보는 민간 영역의 사람들에게서 나온다고 말하며, 무엇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가에 대한 정보를 선별할 수 있는 정부의 능력을 강조한다. 정부뿐만 아니라 학교, 병원, 크고 작은 기업 모두를 포함한 민간 부문에서도 교훈을 찾아내려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복잡한 세상과 사물을 어떻게 더 단순하게 만드느냐의 문제가 함께 얽혀 있다. 그 과정에 미래가 달려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는 서문에서 한국 독자들에게 “이 서문을 쓰는 주된 목적은 행동경제학의 중요한 발견들을 설명하고 그것들이 어떻게 ‘넛지’를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글·박지현 기자 2013.12.16
새로 나온 책
인생의 목적어
정철 지음│리더스북·1만3,800원
“당신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이 책은 우리가 왜 사는지, 무엇을 소중하게 여기며 사는지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한다. 설문에 응답한 총 2,820명이 인생의 목적어로 꼽은 단어는 총 3,063개였다.
그 중 책에 수록된 단어는 50개다. 특유의 역발상을 가진 카피라이터 정철이 세상 사람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단어들을 원고지에 올려두고 곱씹었다.
인문학, 한옥에 살다
이상현 지음 | 채륜서·1만4,800원
서양미학으로 한옥과 전통예술을 살펴본 책이다. 기존 서양 고전미학의 기준으로 보면 단순한 건물 이상으로 한옥의 미를 설명하기 어렵다. 책에서는 한옥이 현대적인 감각을 품고 있다고 말한다. 현대미학에서 아름다움이란 대상 자체가 아니라 대상을 보는 사람의 주관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