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월스트리트저널>은 ‘뜨는 중국이 지는 일본을 제쳤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2010년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중국이 일본을 누르고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서면서 두 국가 사이에 미묘한 감정들이 교차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오랫동안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자리를 유지하던 일본이 그 자리를 중국에 내준 ‘초유의 사건’을 두고 이 언론은 “세계 경제성장의 엔진으로서 중국은 떠오르고 일본은 가라앉았다는 것을 상징한다”며 “이는 동시에 한 시대를 마감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로부터 약 2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메이드 인 재팬(Made in Japan)’ 신화는 무너지고 있으며 장기침체에 빠진 일본 경제를 살리기 위한 ‘아베노믹스’ 효과는 분야별로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일본의 위기를 역사적인 관점으로 분석한 책이 일본 사회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저자는 오늘날 일본이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은 “일본이 중국을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일본인들로서는 다소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 주장이지만 더 나아가 “일본이 당나라 시기까지는 중국에서 배웠지만 송나라(960~1279) 시기부터는 별로 배우지 않았다는 점은, 바람직한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대사건”이라고 말한다. 송나라 이후 중국의 ‘근세’를 받아들이지 않고, ‘에도 시대’를 맞이하면서부터 일본이 잘못된 길을 가게 됐다는 것이다.
저자 요나하 준은 중국의 송(宋)나라를 세계에서 최초로 ‘근세’에 들어간 지역이라고 분석한다. “송이라는 왕조는 당나라까지의 중국과는 완전히 다른 시스템을 도입한 글자 그대로 ‘획기적’인 왕조이며 그 송나라에 도입된 사회 체계가 중국에서도, 그리고 전 세계에서도 현재에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송나라 이후 중국 사회는 과거제도를 도입하면서 세습정치를 정리하고 신분을 자유화했다.
반면 누구나 공부를 하거나 시험을 치를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지 않았던 일본은 상류계급의 집안끼리 직위를 나눠 가지고, 집안 내에서 후계자를 육성하는 교육 시스템에 의존해 관료를 채용하는 관행을 오랫동안 지속해갔다. 귀족 세습정치를 정리한 송나라는 중앙에서 훈련된 관리를 지방에 내려 보내는 중앙집권적 군현제를 뿌리내린 대신 경제와 사회는 철저하게 자유화했다.
저자는 “일본이 1천 년 전에 글로벌 스탠더드인 중국화의 기회를 놓쳤다”며 “이제라도 중국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종신고용, 연공서열제 등 일본식 복지국가에서 벗어나 자유시장 경제중심의 신자유주의(송나라)적 국가체제로 바뀌어야 한다는 게 이 책의 메시지다.
신선한 시각과 다양한 사례들을 씨줄과 날줄처럼 촘촘하게 엮은 이 책은 인문서로서는 드물게 30만 부 이상 판매되며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특히 도쿄대 구내서점에서 판매율 1위를 기록하는 등 일본 지식인 사회에 이슈가 되었다. 새로운 시각으로 일본, 더 나아가 동아시아의 역사를 읽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글·김혜민 기자
새로 나온 책
너는 가슴을 따라 살고 있는가
홍영철 지음
북스넛·19,800원
르네상스 예술의 거장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천재 시인 랭보 등 세상을 변화시킨 예술가 20명의 인생 이야기를 다룬 책이 출간됐다. 이 책은 꼿꼿한 자존심으로 스스로의 삶을 명작으로 만든 미켈란젤로, 늦깎이로 시작했지만 그림의 모든 것을 보여준 고흐 등 창조적인 삶을 살았던 이들을 통해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의미 있는 삶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시인인 저자는 “창조적인 사람들의 삶은 곧 인문이며 인문을 모르고는 창조적으로 살 수 없다”며 풍부한 자료를 통해 예술가의 스토리를 풀어낸다.
용서라는 고통
스티븐 체리 지음
황소자리·1만5,000원
“그들을 꼭 용서해야 하는 건가요?”
이 책은 살인 범죄로 10대 아들을 잃은 어느 어머니의 질문으로 시작된다. 교구 사제였던 저자는 그녀에게 “용서를 떠올리기엔 아직 이릅니다”라고 답한다. 신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저자가 용서의 진정한 의미, 실천 방법 등을 분석한 책이 나왔다. 저자는 신학, 의학, 심리학 연구 자료를 찾아보고 참혹한 사고와 사건 피해자들을 만나 그들의 아픔을 공유하며 피해자 입장에서 ‘용서와 화해의 과정’을 모색한다. 저자는 “용서를 한다는 것은 도덕적이면서도 개인적인 어려운 도전과 마주하는 일”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