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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원의 소설에 <소나기>라는 작품이 있다. 반세기 가까이 중학교 교과서에 실릴 만큼 아름다운 단편으로, 웬만한 사람들의 아련한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작품이다. 그 작품에서 소년과 소녀의 짧고 순수한 사랑이 피어나는 무대가 징검다리다.
반반한 자연석으로 이어 놓은 징검다리는 개울이 있는 곳이면 어디에나 흔하게 놓여 있었다. 이처럼 오랜 전통을 지닌 채 요즘도 곳곳에 남아 있는 징검다리는 우리 민족의 정서에 가장 깊숙이 닿아 있어 그 단어만 떠올려도 따뜻한 정감을 불러일으킨다.
징검다리가 물에 잠겨 건널 수 없게 되자 사람들은 나무로 기둥을 세우고 나뭇가지와 흙으로 상판을 덮었다. 바로 섶다리다. 강원도 영월의 동강을 비롯해 전국 몇 군데에는 추억의 섶다리가 남아 있어 향수를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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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떠내려가지 않는 튼튼한 다리를 원했던 선조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돌다리를 놓았다. 우리는 흔히 돌다리라고 부르지만 사실은 화강암 등 단단한 바위를 다듬어 재료로 사용한 바위다리였다. 옛 다리 중 돌다리는 특유의 견고함으로 인해 지금도 많이 남아 있고, 더러는 문화재로 지정돼 보호와 예우를 받기도 한다.
앞서 다리가 개울을 건너는 수준이라면 물길이 넓고 긴 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다리가 필요했다.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의 전환점은 시멘트와 철근을 사용하면서부터다. 한국에서 가장 길고 큰 한강의 다리 역사가 이를 잘 보여준다.
한강에 건설된 최초의 근대식 교량은 용산과 노량진을 연결하는 한강철교다. 지금도 시속 300㎞의 KTX가 지나다니는 한강철교의 원형으로 1897년 착공해 1900년 준공됐다. 이 다리는 1925년 대홍수로 떠내려가는 바람에 1929년 다시 만들어 세웠다.
철근과 시멘트를 본격적으로 사용해 건설한 한강다리는 한강인도교다. 지금은 한강대교로 이름이 바뀐 이 다리는 6·25 때 폭파돼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면서 비운의 다리로 역사에 기록됐다. 이 다리는 1957년 1월 복구공사에 착수해 1958년 5월15일 완성돼 지금에 이른다.
한강의 교량은 대한민국 경제발전사를 웅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교와 신교를 포함해 서울시 경계 내에 있는 것만 25개, 그 외 행주대교·김포대교·강동대교·방화대교·팔당대교 등 경기도 지역 교량을 포함하면 모두 30개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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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통해 강을 뛰어넘자 이제는 바다를 건너는 일이 새로운 숙제로 등장했다. 바다를 가로지른 다리 중 한때 큰 화제를 모았던 것이 남해대교다. 남해대교는 경남 하동군 금남면 노량리와 남해군 설천면 노량리 사이를 잇는 다리로 1973년 준공됐다. 길이 660m 다리를 굵은 케이블로 매단 우리나라 최초의 현수교다.
전문가들은 이 남해대교를 서해대교·거제대교·영종대교·광안대교와 함께 대한민국 5대 다리로 꼽는다. 이들 모두는 바다를 건너는 다리라는 것이 공통점이다. 서해안고속도로 상에 놓여 경기도 평택과 충남 당진을 잇는 서해대교는 2000년 준공된 사장교다. 서해대교는 7,310m라는 길이도 길이지만 주탑 높이가 무려 182m이고 주탑과 주탑 사이 거리가 470m나 되는 초대형 다리다. 국내 최초의 2층 해상 교량인 광안대교, 남해도와 창선도를 연결한 창선대교도 빼놓을 수 없는 다리다.
21세기 대한민국 교량사의 최대 관심사는 남해안에 쏠려 있다. 섬과 육지, 섬과 섬을 연결하는 연륙(連陸)·연도(連島)교 사업이 전남과 경남 일대 남해안 곳곳에서 활발히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남도는 2020년까지 총사업비 11조6,000여 억 원을 투입해 103개의 다리를 건설, 관광상품화할 계획까지 세워놓고 있다. 경남 남해안에서도 다리로 육지와 연결된 ‘섬 아닌 섬’이 늘고 있다. 2000년 이후 건설됐거나 추진 중인 연륙·연도교가 10여 개에 이른다.
[RIGHT]한기홍 객원기자[/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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