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제29호>APEC 2005 KOREA
- 작성일
- 2005.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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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T_IMAGE]6,original,center[/SET_IMAGE]이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2005 KOREA’에서 가장 눈여겨볼 성과는 노무현 대통령의 정상외교 솜씨다. 노 대통령에게 부여된 첫 번째 역할은 의장국으로서 APEC 정상회의 진행이었다. 이 역할이 곧 주최국의 역량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11월18일과 19일 이틀간 진행된 두 차례의 정상회의에서 의장을 맡아 매끄러운 진행과 정확한 내용 정리를 통해 국제사회 지도자들로부터 노련한 진행가라는 평판을 얻었다. 그 결과물이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의 2006년 타결을 촉구하는 ‘WTO DDA 특별성명’과 ‘보고르 목표’의 이행방안을 담은 ‘부산로드맵’을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또 이번 정상회의의 길지 않은 시간을 알뜰하게 활용해 무려 11개국 정상과 회담을 가졌다. 11월16일부터 나흘간 페루·중국(16일), 미국·브루나이·베트남·호주(17일), 인도네시아·캐나다·칠레·일본(18일), 러시아(19일) 순으로 정상회담을 이어 갔다. 11개국과 가진 개별 정상회담의 하이라이트는 미·중·러 ·일 등 한반도 주변 4대 강국 정상과의 북핵 문제 조율이었다. 이 과정에서 제4차 6자회담 때 합의한 ‘9·19공동성명’이 4대국 정상 사이에서 사실상 추인을 받은 셈이다. 노 대통령은 북한을 제외한 4강 정상과 북핵의 평화적·외교적 해결 원칙과 함께 ‘9·19공동성명’을 이행하기로 한 약속을 재확인했다.
특히 노 대통령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한·미동맹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장관급 전략대화를 시작하기로 하고,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협상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것은 큰 성과로 꼽힌다. 노 대통령은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에서 ‘한·러 간 경제·통상 협력을 위한 행동계획’을 채택했다. 이에 따라 양국 간 경제 동반자 관계가 장기적 비전을 공유하게 되었다.
12개 기업 5억 달러 이상 투자 유치
이번
APEC 정상회의의 또 다른 수확은 경제적 효과다. 11월14일부터 부산시청에서 열린
APEC 투자환경설명회를 통해 정부와 부산시·인천경제자유구역청·KOTRA
등은 12개 외국기업으로부터 5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유치하는 성과를 거두었고 투자
상담도 적잖이 이루어졌다. 특히 세계적 전자상거래업체인 ‘이베이(eBAY)’는 서울에
아시아태평양지역을 담당하는 경영총괄본부를 설립하기로 해 주목받았다.
한국과 APEC 회원국들의 무역과 투자 협력은 한국의 대외경제관계가 본격화된 이래 꾸준히 증가해 왔다. 2004년 현재 APEC 역내 국가를 상대로 한 수출과 수입 비중은 각각 73.0%와 69.0%로 전체 교역량의 3분의 2를 넘고 있다. 특히 APEC 회원국 가운데 개발도상국에 대한 한국의 수출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대중국 수출은 1989년에 견주어 약 80배로 늘었다. 같은 기간 러시아와 아세안에 대한 수출은 약 10배 증가했다. 칠레의 경우 지난해 4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계기로 교역량이 급증하고 있다. 농산물의 수입증가는 애초 예상을 밑도는 반면 가전·기계부품 등 제조업 부문이 무역의 주종을 이뤄 우리에게는 유리한 입장이다. 대러시아 교역의 경우 수출 품목이 소비재와 중간재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고른 증가 양상을 보이는 것도 우리에게는 희소식이다.
이에 비해 선진국의 무역 비중은 상대적으로 줄어 우리 정부의 수출다변화 전략이 제대로 관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대미 수출 비중은 1989년 33.1%에서 지난해 16.9%로 줄었고, 수입 비중은 25.9%에서 12.8%로 감소했다.
무역뿐 아니라 자본 유출입 측면에서도 APEC은 우리나라의 가장 중요한 동반자로 분석되고 있다. APEC 지역은 한국이 벌이는 해외투자의 71.0%를 차지한다. 한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의 63.5%도 역시 APEC 회원국들이다.
‘APEC 부산선언문’(요약) |
친애하는 APEC 회원국 국민 여러분 |
어제와 오늘 우리 APEC 정상들은 ‘하나의 공동체를 향한 도전과 변화’를 주제로 제13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개최했습니다. 회의 결과 정상들은 ‘부산선언’과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어젠다(DDA)에 관한 특별성명’을 채택하고 조류 인플루엔자 대응 방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했습니다. 먼저 이번에 채택한 부산선언은 APEC 회원국들이 역내 국민의 후생을 위해 무역자유화를 계속 증진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음을 밝혔습니다. 특히 최근 진행 중인 WTO DDA 협상의 성공적 진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우리의 입장을 담은 특별성명도 채택했습니다. 아울러 올해 실시한 보고르 목표 중간점검 결과 APEC이 그동안 무역자유화와 경제성장에 많은 성과를 거두었음을 확인하고, 2010년과 2020년으로 각기 정해져 있는 역내 무역·투자 자유화 시한까지 역점을 두어야 할 사항을 정리한 ‘부산 로드맵’을 채택했습니다. 정상들은 또한 자유무역협정이 역내 교역자유화에 기여한 것을 평가하고, 무역 원활화 등 국내 이슈도 중점적으로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안전하고 투명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이라는 목표와 관련해서는 국민의 생명과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대테러 활동을 강화하고 이러한 노력이 선정(善政)과 인권, 거래비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노력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조류 인플루엔자가 재앙으로 번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APEC 회원국 간 공동 노력 전략을 수립했습니다. 고유가가 경제와 무역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요와 공급 양 측면에서 투명성을 제고하는 등 시장 안정화 노력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APEC 정상들은 모든 국민이 무역자유화와 경제성장에 따른 혜택을 골고루 공유하는 기회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사회·경제적 격차 문제와 관련한 도전과 장애요인에 대처하는 방안을 연구해 나가기로 합의했습니다. 아울러 APEC의 구조적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역동적인 APEC을 위해 첨단 기술과 혁신을 중시할 것입니다. 끝으로 역내 공동체 달성을 위해서는 상호 이해를 통해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APEC 회원국 간 문화협력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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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 |
‘동맹·동반자 관계 위한 전략 협의체’ 합의 |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11월17일 경주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한·미 정상은 ▷한·미동맹 ▷북핵 문제 ▷남북관계와 평화체제 ▷경제·통상관계 ▷지역 및 국제무대에서의 협력 등 모두 5개 분야 합의사항으로 구성된 ‘한·미동맹과 한반도 평화에 관한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양국 정상은 이번 공동선언에서 한·미동맹이 포괄적이고 역동적이며 호혜적인 동맹관계로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데 만족을 표시하고 주한미군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와 안정에 필요하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 특히 장관급 전략논의 기구인 ‘동맹·동반자 관계를 위한 전략협의체’를 출범하기로 합의한 것은 동맹의 공고함을 뒷받침하는 실질적인 조치며 새로운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양국은 그동안 국방장관 간의 정례 한·미안보협의회가 있었지만 외교장관 간 협의체가 없었고,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수시 회동하는 식으로 이견을 조정해 왔다. 따라서 장관급 정례 대화 채널이 생긴다는 것은 양국 간 현안에 대한 안정적 관리와 함께 한·미동맹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조치라고 평가된다. 아울러 양국 정상은 주한미군 재조정 문제에 대한 성공적 합의가 한·미 연합 방위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
또 용산기지를 포함한 주한미군기지 이전 및 주한미군 일부 감축이 한·미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성공적으로 합의된 것을 높이 평가했다. 양국 정상은 향후 미래관계에 대해서도 긴밀히 협의하며 전향적으로 풀어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노 대통령은 특히 주한미군 재배치와 감축, 전략적 유연성, 이라크 파병, 용산기지 이전 문제를 거론하면서 “이 모든 문제들이 폭발적 내용을 갖고 정치적 부담이 있는 일이지만 지난 2년 몇 개월 간 거의 다 해결됐다”며 원활한 동맹관계를 재확인했다.
부시 대통령도 “두 나라의 연결고리는 이제 더욱 공고해졌으며 복잡다단한 문제가 있으나 두 나라가 함께 해결하고 우호적 정신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양국의 변함없는 신뢰·우호 관계를 강조했다.
북핵 문제는 새로운 제안은 없었지만 북핵 공동성명 이행을 합의하기 위한 양 정상의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양국 공조를 다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 양국 정상은 공동선언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해 제4차 6자회담 공동성명을 북한 비핵화를 향한 중요한 진전으로 환영하고 9·19 공동성명에서 제시된 조치들을 취해 나가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 양국 정상은 북한의 핵무장을 용인하지 않겠다고 재차 강조하고 북한 핵 문제가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방식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노 대통령은 “한·미 양국은 앞으로 6자회담 과정에서 북한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에 대한 전술적 문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며 “두 나라 사이에 아무런 이견이 없고 전체적으로 북핵 문제는 6자회담 과정에서 우리가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까지 얻었다”고 설명했다.
양국 정상은 또 한반도에서 군사적 위협을 줄이고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이행하는 것이 한반도의 완전한 화해와 평화통일에 이바지하는 것이라고 견해를 모았다. 양국 정상은 특히 9·19 공동성명에 따라 6자회담과 별도의 장에서 직접 관련 당사국 간 평화체제 협상을 추진해야 한다는 데 합의하고 평화체제 협상과 6자회담이 상호 상승작용을 하게 되기를 기대했다.
이는 6자회담 이전이라도 6자회담 관련 당사국 사이에 평화체제 협상이 추진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한 것이다. 이로써 향후 한국·미국·중국·북한 간 관계 정상화를 위한 협의가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북한 주민들의 상황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그들의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계속 찾아 나가기로 합의했다.
노 대통령은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한국도 인권의 가치, 인권정책에 대해 적극적 입장을 가지고 있다”며 “남북 간에는 정치적으로, 또 함께 합의해 이뤄낼 중요한 많은 문제가 있어 남북 간의 정치적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도 있다”며 북한 인권 문제의 어려움을 내비쳤다.
노 대통령은 재임 시절 미국 통합을 우선 순위에 두고 점진적 노예 해방을 추진했던 링컨 대통령이 공격받았던 점을 상기하면서 “한국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똑같은 경우가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한·미 정상은 또 긴밀한 경제적 유대가 양국 관계의 중요한 토대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 양국은 경제통상협력을 확대하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및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어젠다(DDA)협상에서 보조를 맞추기로 합의했다. 또 미국이 한국과 함께 비자 면제 계획의 로드맵을 개발하는 데 공동노력하기로 합의했다.
한·중정상회담 |
2012년 무역액 2천억 달러 합의 |
노무현 대통령이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것은 11월16일 청와대에서였다. 이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양국 간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기로 하고 국방·안보, 경제·통상 등 각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양국 정상은 또 6자회담을 통해 북한 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와 공동 번영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자는 ‘한·중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SET_IMAGE]9,original,right[/SET_IMAGE]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북핵 해법과 관련해 “6자 회담은 각 국이 계속 성의를 가지고 신축성을 보여주어야 하며 베이징 제4차 6자회담 공동성명을 성실히 이행해 회담이 진전을 이루도록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후진타오 주석은 지난 10월 말 북한을 방문한 결과를 노 대통령에게 설명하고 남북한 관계가 크게 나아가고 있는 데 대해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후진타오 주석은 또 한반도 문제의 직접 당사자로서 한국이 적극적으로 역할하는 것을 지지했다. 이와 관련해 후진타오 주석은 한국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을 높이 평가하고 한·중관계를 고도로 중시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대만정책과 관련해 “대만은 중국 영토의 일부분”이라는 중국 측 입장에 충분한 이해와 존중을 표명하면서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만이 중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정부임을 재확인했다.
양국 정상은 전면적 동반자 관계를 심화 발전시키기 위해 고위 지도자 상호 방문을 계속하기로 했다. 또 외교장관 간 직통전화를 개설하고 외교·국방당국 간 안보대화를 정례화하기로 했다.
양국 정상은 수교 15년이 되는 2007년을 ‘한·중 교류의 해’로 지정하고, 수교 20년이 되는 2012년까지 양국 간 무역액을 2,000억 달러로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구체적으로는 양국 간 중장기 협력 사업으로 정보기술(IT)·자동차·철강 등 17개 중점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양측은 또 식품위생 등의 감독·검사·검역에 관한 고위급 협의체를 조속히 가동하기로 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중국의 시장경제 지위(MES)를 인정한다는 입장을 공식 통보하고, 후진타오 주석은 이에 감사를 표했다. 중국과의 교역규모가 1,000억 달러가 넘는 국가 중 중국에 시장경제 지위를 부여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일본 등은 아직까지 중국에 시장경제 지위를 주지 않고 있다. 시장경제 지위를 인정받을 경우 관세상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중국은 향후 한국에 대한 수출에서 많은 이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 정상은 또 유엔 개혁 문제 및 APEC 등 국제무대에서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정상회담 후 두 정상은 양국 관계기관 간 ‘무역규제분야 협력 확대에 관한 양해각서’ ‘무역투자 협력 확대에 관한 양해각서’ ‘동북호랑이 번식 협력에 관한 약정’ 서명식에 참석했다. 이밖에 후진타오 주석은 노 대통령에게 편리한 시기에 중국을 다시 방문해 달라고 요청했고, 노 대통령은 2008년 베이징(北京)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했다.
이외에도 서해안 1일 생활권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항공과 해운 연결망을 강화하고 양국 국민의 편의를 높이기 위해 한국 측은 시안(西安) 주재 총영사관, 중국 측은 광주(光州) 주재 영사사무소를 신설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계속 마련하기로 했다.
한·일정상회담 |
"일본 역사인식 결코 받아들일 수 없어" |
노무현 대통령은 11월18일 오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와 가진 정상회담에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역사교육 문제, 독도 문제에 대한 일본의 입장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우리 국민이 갖고 있는 생각을 일본 국민에게 전하고 싶다”며 이렇게 말했다. 노 대통령은 양국 과거사와 관련해 “일본에 더 이상 사과를 요구하지 않는다”며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개인에 대한 배상은 별개지만 국가 대 국가의 배상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우성 청와대 외교보좌관은 노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은 “새로운 얘기가 아니며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역사교육, 독도문제가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에 중점을 둔 것으로, 일본이 자꾸 사과만 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 달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노 대통령의 솔직한 의견에 감사한다”며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과거 전쟁에 대해 반성하면서 두 번 다시 이런 전쟁을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일본 국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본질적인 문제”라며 “아무리 고이즈미 총리의 생각을 선의로 해석하려고 해도 우리 국민이 결코 그렇게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양국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북핵 문제에 대해 한·일 간에 협력이 잘되고 있다고 평가하며 앞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이날 정상회담은 초반에 북핵 문제와 관련, 한·일 간 협력이 잘되고 있다고 평가한 것을 제외하고는 신사참배 문제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정우성 청와대 외교보좌관은 오는 12월 노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기로 예정돼 있는 한·일 간 셔틀 외교 문제는 이날 논의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러정상회담 |
'경제통상협력 행동계획' 채택 |
[SET_IMAGE]10,original,right[/SET_IMAGE] 노무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1월19일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한·러 동반자 관계가 제반 분야에서 최상 수준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양국이 상호 신뢰하는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심화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두 정상은 양국 간 경제통상 분야에서 포괄적 협력 방안을 제시한 ‘한·러 경제·통상협력을 위한 행동계획’을 채택했다. 이 행동계획은 경제·통상의 모든 분야를 망라하는 포괄적 협력계획으로 향후 양국 협력의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은 향후 5년 안에 한·러 교역 100억 달러시대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두 정상은 또 동시베리아 및 사할린산 원유와 가스의 안정적 도입 등 에너지·자원·우주과학·IT·어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호혜적 협력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 차원에서 최대한 협조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은 특히 극동시베리아 유전·가스 공동개발, 송전선 신설, 남북한과 러시아 전력망 공동연구, 동시베리아∼태평양 송유관사업, 한·러과학기술센터 설립, 한국 우주인 양성 프로그램 지원 등 에너지·자원·우주과학기술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양국은 또 시베리아 횡단철도(TSR)-한반도종단철도(TKR) 연결사업은 경제적 타당성을 전제로 실현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따라서 남북한과 러시아가 참가하는 철도전문가회의에서 이 문제를 협의하기로 했다.
푸틴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러시아와 남북의 교통·에너지 분야 협력은 대단히 전망 있는 분야”라며 “이러한 협력이 경제적으로 유익할 뿐만 아니라 한반도에서 신뢰 분위기를 만드는 데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도 “한반도에서 유럽으로 연결되는 시베리아철도는 미래 경제에서 커다란 하나의 가능성”이라며 “경제적 협력관계가 맺어지면 이 지역의 안정과 평화를 보장하는 하나의 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정상은 북핵 문제와 남북 관계에 대한 공통된 인식을 재확인했다. 푸틴 대통령은 한국의 대북정책을 확고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해 러시아가 노력할 것이고 6자회담도 계속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정상은 이와 함께 양국이 동북아에서 영토·국경 문제가 없는 유일한 국가로 호혜적·실질적 협력이 필요하다며 다양하게 협력하기로 했다.
노 대통령, 7개국 정상과도 개별 회담 |
노무현 대통령은 11월16일부터 나흘간 미·중·러·일 외에 페루·브루나이·베트남·호주·인도네시아·캐나다·칠레 등 7개국 정상과도 회담을 가졌다. 한·페루 정상회담은 11월16일 청와대에서 열렸다. 이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알레한드로 톨레도 페루 대통령과 ▷양국간 실질협력 강화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의 협력 ▷지역정세 등 상호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노 대통령은 “최근 교역규모와 투자 확대 등 실질협력 진전을 평가한다”면서 “향후 양국의 실질협력 분야를 정보기술(IT)·생명기술(BT) 등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톨레도 대통령은 한국과의 교역 증진에 만족감을 표시하면서 한국기업의 대페루 투자 증대와 페루가 국가개발전략 수립을 위해 설립 중인 국가개발전략기획센터(CEPLAN)에 대한 자문을 요청했다. 노 대통령은 17일 오후에는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 쩐 득 르엉 베트남 국가주석, 하워드 호주 총리와 잇달아 정상회담을 갖고 실질협력 증진 등 공동 관심사를 논의했다. 노 대통령은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열린 볼키아 국왕과의 정상회담에서 브루나이의 제8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의 순조로운 추진을 평가하고 “이번 계획의 역점 분야인 전자정부 구현 등 IT사업에서 우리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한·베트남 정상회담에서 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베트남 공식방문 때 르엉 주석과 합의했던 실질협력 증진 방안이 순조롭게 이행되고 있음을 평가하고 “베트남이 조속히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존 하워드 호주 총리와의 회담에서 두 정상은 양국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공통 가치를 바탕으로 제반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관계 발전을 이룬 데 만족을 표시하고 앞으로도 두 나라의 경제 통상 관계가 더욱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노 대통령은 11월18일 오전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 마틴 캐나다 총리, 라고스 칠레 대통령과 잇달아 정상회담을 갖고 국제무대에서의 협력 등 공동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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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T_IMAGE]12,original,left[/SET_IMAGE]▶노 대통령 모두발언= 제13차 APEC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마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APEC은 그동안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공동 번영을 이끄는 최대 경제 협력체로 발전해 왔다. 1994년 ‘보고르 목표’ 설정과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 지원 등을 통해 이 지역의 교역 확대와 투자 활성화에 크게 기여해 왔다. 앞으로도 무역투자 자유화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경제·기술 협력을 통한 격차 극복 등 무역자유화의 토대를 튼튼히 구축해 나갈 것이다.
이번 회의에서 21개국 정상들은 다자무역체제 강화가 지속가능한 경제발전과 국민 복지를 증진시킨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다음달 홍콩에서 개최되는 6차 WTO 각료회의에서 DDA 협상의 주요 쟁점에 관해 합의를 이뤄 2006년 말까지 협상을 마무리할 것을 촉구하는 특별성명을 채택했다.
또한 정상들은 테러와 자연재해·조류 인플루엔자, 고유가 등 세계경제 활성화에 장애가 되는 여러 요인에 대해서도 대처해 나가기로 했다.
테러는 어떤 명분으로도 용납될 수 없으며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자연재해, 전염성 질병에 대해서는 신속한 정보 교환과 기술 교류를 통해 대처해 나가고, 고유가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정상들은 무역과 투자 자유화를 더욱 촉진하기 위해 국내 간 그리고 국가 간 격차를 해소하는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통해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데 공감하고 이 문제에 대해 공동연구하기로 했다.
“북핵은 동북아 안보에 결정적 문제”
양극화
해소를 위한 노력을 제안했다. 이에 대한 다른 정상들의 반응은 어땠으며, 구체적
실천 방안에 대한 논의가 있었나?
“양극화나 격차, 빈곤을 얘기하면 세계화에
반대하는 견해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지 않다.
시장 확대와 성장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양극화는 소비를 위축시키고, 시장을 위축시키고, 결국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어 지속가능한 시장의 확대와 성장을 위해서는 양극화 극복이 필요하다. 경제와 시장도 사회적 통합과 안정 위에 발전해야 한다. 양극화와 격차는 결국 사회의 통합을 해치는 것이므로 장기적으로 경제발전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인식에서부터 이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대북 포용정책을 추진 중이다. 북핵 해결이 동북아 통합과 협력에
얼마나 도움이 되고, 북한이 어떤 도발을 할 때 대북 포용정책은 어떻게 되나?
“북핵
문제는 남북 간에만 있는 안보불안 요인이 아니라 동북아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불안
요인이다. 북핵 문제가 잘 해결되면 남북 간 경제협력이 아주 빠른 속도로
진전될 것이고, 남북 간 평화체제가 수립될 것이다. 그것은 동북아 전체의 평화체제,
경제적 협력체제로 빠른 속도로 발전해 갈 것이다. 따라서 북핵 문제는 동북아 경제와
안보에 결정적 문제다. 우리는 북한과 친구가 되기 위해 성의를 다해 대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어떤 경우에 대화가 깨질 것이냐, 적대관계가 발생할 것이냐를 전제하고
말하는 것은 대화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결혼을 예상하고 서로 대화하는
사람들이 이혼 조건에 대해 대답하면 결혼이 깨질 수 있지 않겠는가?”
APEC의 테두리에서 동북아 지역협력을 어떻게 추진하고, APEC 지역협력과 동북아
지역협력을 어떻게 보완해야 한다고 보는가?
“큰 틀에서 WTO라는 기구가
있고, 그 틀 안 또는 병행해서 유럽연합(EU)도 있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도
있고,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도 있고, APEC도 있다. 이 같은 지역협력체제, FTA(자유무역협정)
등은 참여하지 못한 국가들에게 시장에서 불리한 여건을 주기 때문에 경쟁적으로
서로 자극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큰 틀에서 통합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그런데 유독 전 세계의 경제적 비중이나 생산력에서 엄청나게 비중이 크고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동북아 지역에 경제협력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장기적으로 상당히 불리한 여건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또 경제협력 블록은 대체로 그 지역의 안보 블록으로, 안보적 협력관계로 발전하는 상호관계에 있기도 하다. 동북아의 경제적 측면에서 상호 협력체, 공동체는 안보적 측면에서 안전을 지향하는 것이기도 하므로 동북아 평화와 안정, 번영에 매우 결정적 토대가 된다고 생각한다.
FTA가 하나의 지역을 묶는 방법이 될 수 있다. 한쪽에서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6자회담이 열리고 있고, 6자회담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그것은 한반도 평화체제, 동북아 다자안보체제로의 대화 폭을 넓혀 나가는 방향으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그렇게 진전될 경우 북한 경제가 열리고, 동북아 전체에서 에너지와 물류 협력 등 새로운 경제의 가능성이 열리게 될 것이다.
우리는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하나는 오랫동안 이 지역에 있었던 마음속의 불신과 대결의 경계선을 해소하는 것이다. 냉전은 해소됐다지만 대결적 구도가 잠정적 대결 구도로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어 이것을 뛰어넘는 역내 국가들의 상호 접촉과 협력이 필요하다. 불행한 과거로부터 비롯되는 국민 간, 민족 간의 불신을 뛰어넘기 위한 각국 국민의 진지한 노력이 필요하다.”
“부산시가 잘 준비해 APEC 성공적으로 치러”
국제회의나
행사가 더 많이 지방에서 개최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산이 물류·금융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국제적
행사를 부산에 맡길 때 많은 사람이 걱정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부산시는 그런
걱정이 전혀 필요 없다는 것을 증명해 줬다. 잘 준비해 줬고 성공적으로 잘 치러
줬다.
2020년 올림픽을 목표로 세운 것도 지나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성공의 비결은 요구를 잘하고 투쟁을 잘하는 것보다 역량을 증명하고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산은 물류에 관한 한 천혜의 조건에 오랜 전통, 역사 등 유리한 조건이 있다. 앞으로 지방 발전 전략은 자주적으로 혁신하고 역량을 증명해 모두의 신뢰를 받겠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앙정부의 균형발전 전략은 참여정부의 중요한 전략이고,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수준까지 진전될 것이다.”
[SET_IMAGE]13,original,center[/SET_IMAGE]
[SET_IMAGE]14,original,right[/SET_IMAGE]“현재까지 명백한 테러 징후가 포착되지는 않았지만 0.0001%의 가능성에도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
APEC경호안전통제단을 실무적으로 이끄는 국가정보원 관계자가 지난 11월11일 청와대 출입기자단에 ‘부산 APEC 정상회의 대테러 안전대책’을 소개하면서 그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이번 2005 APEC 정상회의에서 가장 신경이 쓰였던 경호안전 업무는 청와대 경호실과 국정원·국방부·경찰청·소방방재청 등 5개 기관으로 구성된 ‘APEC경호안전통제단’과 국정원 본부에 설치된 APEC안전지원본부, 지방에 만들어진 11개 ‘지역 대테러·안전본부’가 나누어 맡았다. 한마디로 범정부 차원의 업무협조 체제 아래 완벽한 경호안전 업무를 수행한 것이다.
정부는 이번 APEC 행사기간 내내 테러 경보를 2단계 수준인 ‘주의’로 유지했다. 하지만 유관기관 사이에서는 내부적으로 테러 경보를 지난 11월11일부터 3단계인 ‘경계’수준으로 상향조정하고 15일부터는 최고 수준인 4단계 ‘심각’수준으로 조정했다. 이에 따라 11월11일부터 일선 경찰서와 소방서는 비상근무를 시작했고, 전국의 교통시설과 백화점 등 다중이용시설은 테러 비상경계태세에 들어갔다. 이어 11월15일부터는 전국 822개 철도 역사에 자원봉사자·의용소방대원 등 2만여 명이 경호작전을 위해 추가 투입됐다.
특히 핵심 시설인 정상회의장과 숙소는 ▷청와대 경호실의 근접 경호 ▷경찰의 2선 경호 ▷군부대의 외곽 경호 등 3중 경호체제를 유지했다. 특히 제1∼2차 정상회의장인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BEXCO)와 동백섬의 누리마루 APEC 하우스에는 방탄필름까지 부착하는 치밀한 경호를 선보였다.
하늘·땅·바다 입체 경호안전시스템 가동
정상회의장
주변 건물 옥상에는 군·경찰이 합동으로 전면배치되었고, 행사장 일대 각종
공사는 모두 중단됐다. 또 정상회의장이나 정상들이 묵는 숙소 인근 상공에서의 패러글라이딩,
인근 해상에서의 연락선·유람선 운항도 금지됐다. 정상회의장 일대 상공은
절대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돼 이를 감시하는 KF-16 전투기의 초계비행이 APEC 행사기간
내내 이루어졌다.
정부가 APEC 정상회의 경호안전 업무에 시동을 건 것은 지난 8월부터다. 국정원과 청와대 경호실 선발대가 8월부터 행사 개최지인 부산에 파견된 것이다. 이어 9월1일부터 경호안전통제단의 본진과 국정원 대테러 요원들이 부산에 상황실을 구축하고 현장경호 업무에 본격 돌입했다. ‘0.0001%의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하는 경호와 대테러 업무를 담당한 이들은 당연히 휴일을 반납해야 했다. 숨가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이들 경호요원들은 4개월 동안 가족들의 얼굴 한번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경호안전통제단의 한 요원은 “부산에 머무르는 4개월 동안 회의 때문에 서울에 세 번 갔다. 모친이 입원한 병원에 잠시 다녀온 적은 있지만 집에는 한 번도 들르지 못했다”며 “아내에게 미안했지만 솔직히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추석·연휴·주말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며 “요원들 대부분이 3개월 동안 한두 번밖에 집에 가지 못했고, 추석 때도 합동차례로 대신했다”고 지난 3개월 동안의 고생담을 전했다.
그는 “경호안전통제단은 참여한 5개 기관별로 처음에는 경호에 임하는 입장이 서로 달라 업무를 정리하고 조율하는 문제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령 정상들이 이동하는 통로 주변 산을 통제하는 업무의 경우 민간인 통제는 경찰이, 수색은 군에서 해야 하는데 이 경계가 모호했다는 것. 또 해상경호도 해군과 해경의 업무조정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결국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모든 기관이 서로 양보하고 협조해 원활히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호안전통제단에는 기상청 요원 1명도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 요원은 혹시 모를 기상이변과 태풍에 대비한 연락관 역할을 맡았다. 다행히 APEC 기간 내내 날씨가 쾌청해 이 요원은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정상회의장 외곽의 대테러 업무를 총괄한 국정원 고위 관계자는 “초기에는 부산의 지리적 여건과 시설물을 알지 못한 상태여서 상당히 애를 먹었지만 국정원 부산지부와 다른 기관 사이에 유기적 협조가 이뤄지면서 완벽한 대테러 체제를 구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테러 대비가 가장 어려운 문제였다. 특히 지난 11월16일 밤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에서 많은 인파가 모인 가운데 열린 멀티미디어 해상 쇼에 대비한 경호작전을 위해 별도의 태스크포스팀까지 구성했다”며 “테러를 막기 위해 물밑에서 소리 없는 전쟁이 벌어졌다고 보면 된다”고 요약해 설명했다.
“테러 막기 위해 소리없는 물밑 전쟁 치러”
[SET_IMAGE]15,original,left[/SET_IMAGE]11월1일부터는
미·중·러·일을 비롯한 8개국 정보기관 관계자들이 참여한 국정원
주관의 ‘국제정보협력실’이 본격 가동됐다. 이곳에서는 매일 정보교류회의가 열리면서
긴밀한 경호업무 협조체제를 구축했다. 부산 해운대의 한 호텔에 차려진 국제정보협력실은
11월 한 달 내내 각국의 대테러 정보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정보요원, 일본 경찰청·공안조사청, 러시아(FSV)
요원 등 각국의 정보요원들은 국제정보협력실에 모여 테러 관련 정보를 주고받았다.
이런 정보협력실이 필요한 이유는 APEC을 노리는 테러 세력이 국제화된 단체들이어서
한 나라만의 정보로는 한계가 있었던 탓이다.
국제정보협력실 운영에 참여한 한 국정원 관계자의 말이다.
“매일 아침 10시가
되면 이곳 브리핑실에서 국정원이 일일 정보보고를 합니다. 그러면 각국 정보기관
요원들이 이 내용을 자국어로 번역해 본국에 송고합니다. 또 외국 정보기관원들은
자신들만의 고유한 정보를 이 자리에서 풀어놓기도 하지요. 이 정보협력실은 일종의
정보 저수지 역할을 했습니다.”
이들의 고생 덕택인지 APEC 정상회의는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한 국정원 요원은 “여름에 부산에 내려와 겨울이 다 돼 돌아간다”며 “계절이 바뀌는 줄도 모를 만큼 고생을 많이 했지만 APEC이 무사히 끝나 보람이 더 크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처럼 APEC 정상회의의 테러 문제에 적극 대비한 것은 국제 테러가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다는 점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미국·영국 다음으로 이라크에 많은 병력을 보낸 나라여서 그만큼 테러 위험이 더 높아진 상황이었다.
[SET_IMAGE]16,original,center[/SET_IMAGE]
[SET_IMAGE]17,original,right[/SET_IMAGE]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21개국 회원국 정상들은 11월19일 ‘부산선언’을 채택했다. ‘보고르 목표’(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각각 2010년과 2020년까지 무역·투자를 자유화) 달성과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의 신속한 진전 의지를 담고 있다.
또 2006년 세계무역기구(WTO) DDA 협상을 끝내려는 회원국의 의지를 담은 ‘WTO DDA 특별성명’을 공식 채택했다. 정상회의 의장을 맡은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참가국 정상과 대표들은 11월19일 오전 10시부터 회의장인 동백섬 누리마루 APEC 하우스 3층 회의실에서 제13차 APEC 경제지도자회의 제2차 회의를 열고 이같이 합의했다.
이처럼 APEC 2005 코리아에서 거둔 성과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통상분야다. 21개국 정상들은 이날 ‘부산선언’을 통해 아시아태평양에서 자유롭게 개방된 무역과 투자를 지향하는 보고르 목표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또 ‘부산 로드맵’을 통해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기로 하는 동시에 DDA 협상을 신속하게 진전시켜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부산 로드맵은 ▷다자무역체제 지원 ▷공동·개별 실행계획 강화 ▷높은 수준의 지역무역협정(RTAs)·자유무역협정(FTAs) 추진 ▷부산 기업 어젠다 ▷전략적 능력 배양 추구 ▷선구자 접근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이번 부산 기업 어젠다는 기업인들의 구체적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2010년까지 거래 비용의 5%를 추가 감축하고 포괄적 기업 원활화 추진과 지적재산권, 무역원활화, 반부패, 투자 및 교역 안전에 대한 신규 작업 추진을 규정하고 있다.
APEC 정상들은 또 역내 경제성장 및 교역을 위해 지적재산권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APEC 위조 및 불법복제 방지 구상’을 환영하는 한편 위조 및 불법복제품 교역 방지와 무허가 복제 방지, 인터넷상의 위조상품 판매 방지 등에 대한 각각의 가이드라인을 승인했다. 동시에 내년 민간부문과의 협력을 통해 역내 지적재산권 보호에 대한 새로운 논의를 갖기로 했다.
인간 안보와 관련해 정상들은 테러 행위를 규탄하고 APEC 대테러·안전 교역 및 안전한 여행에 대한 합의 이행을 독려했다. 방사선원의 안전한 관리 및 교역, 견착식 지대공 미사일에 대한 취약성 경감, ‘종합 공급망 안전’ 및 ‘세계 무역의 안전 및 원활화 APEC 기본계획’ 등 신규사업에 대해 환영 의사를 밝혔다. 자연재해에 대한 공동 대응 능력을 높이기 위해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도 합의했다.
APEC 정상들은 인류를 위협하는 조류 인플루엔자(AI)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이와 관련한 ‘광역 전염성 인플루엔자 대비 및 경감 구상’을 승인하고 조류 인플루엔자의 확산 억제 및 인체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회원국 간의 협력 강화와 기술지원은 물론 신속한 대응 능력과 대응 체계 점검 차원에서 2006년 초 컴퓨터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점검해 나가기로 했다. 이 밖에도 ‘유엔 반부패협약’ 원칙을 이행하고 향후 회원국 간 기술혁신 및 첨단 기술 공유를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APEC 개혁 논의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AI 억제와 예방 강화’ 합의
이어 ‘WTO
DDA 특별성명’에서 정상들은 WTO DDA 협상의 2006년 타결을 위해 강력한 정치적
추진력을 발휘하기로 했다. 그 일환으로 APEC 회원국 정상들은 농업과 비농산물,
서비스, 무역규범 등 주요 분야에서 과감하고 균형 잡힌 결과물을 만들 것을 촉구했다.
특히 선진국들은 2010년까지 농업 분야의 수출 보조를 없애기로 합의했다.
또 정상들은 DDA 협상이 모든 협상 분야에서 개발 측면을 반영하고 실제적 개발 혜택을 줄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하며, 특히 최빈 개도국들의 특별한 필요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APEC 정상들이 합의한 ‘WTO DDA 특별성명’은 농산물 수입개방 등 핵심 쟁점을 둘러싼 각국의 첨예한 이해관계로 좌초 위기에 놓인 DDA 협상의 불씨를 살려 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WTO DDA 특별성명은 법적 구속력이 없어 만약 12월 홍콩 각료회의에서 148개 WTO 회원국 중 어느 한 국가라도 동의하지 않을 경우 협상이 결렬될 수 있다. 하지만 세계 무역의 절반을 차지하는 국가의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여 일치된 정치적 메시지를 채택했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정치적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통상정책을 대표하는 롭 포트먼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APEC 2005 코리아는 12월 홍콩 각료회의를 불과 몇 주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세계 무역을 주도하는 APEC 회원국들이 한자리에 모여 일치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행사”라고 평가했다.
세계 정상들 “한국 IT 원더풀” |
한국의 첨단 디지털 기술에 전 세계 정상들이 놀랐다. APEC 2005 KOREA에 참석한 21개국 정상들과 영부인들은 11월18일 만찬에 참석하기 전 BEXCO 글래스홀 제2전시홀에서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의 안내를 받으며 APEC 정보기술(IT) 전시장 곳곳을 관람했다. 정상들과 부인들은 하이라이트존을 시작으로 APEC IT 전시회의 8개 주제관과 4개의 기업관을 둘러보고 전시관 중앙 VIP 라운지에 만들어진 ‘디지털 연못’에서 휴식을 취하며 환담했다. 정상들은 지능형 홈 네트워크를 비롯한 도시의 각종 교통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텔레메트릭스와 유비쿼터스 시티, 각종 모바일 콘텐츠 등에 큰 관심을 보였다. 또 로봇 전시관에서는 인간형 로봇과 자이툰부대 파견 로봇을 둘러보고 우리나라 로봇기술의 발전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로봇관에 들러 아인슈타인의 얼굴을 한 ‘알버트 휴보’를 보고 “진짜 사람처럼 생겼다” “놀랍다”며 휴보와 악수를 나누고, 휴보를 향해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해 폭소가 터졌다. 고이즈미 일본 총리도 “멋지다”를 연발한 뒤 옆에 있던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진짜 사람 같지 않으냐”고 묻기도 했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안내로 SK텔레콤 전시관을 둘러보고 시속 300km 이상의 고속주행 중에도 데이터 통신을 할 수 있는 3.5세대 이동통신서비스와 화상전화를 직접 시연하면서 “놀랍다”며 연방 고개를 끄덕였다. |
바로잡습니다 |
<코리아플러스>는 지난 9월1일자 29면에 '참여정부 전반부 성과'를 게재하면서 "코스닥 지수가 2000년 벤처붐 때와 비슷한 수준까지 올랐다"고 언급했으나 확인 결과 지난 8월 말 현재 코스닥지수는 503.95로 2000년 8월 말 1,085.90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음이 밝혀졌습니다. 또한 지난 10월1일자 14~15면에 수록된 '전체 파급효과 28조원, APEC 황금알'이라는 제목의 기사 중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간접비용 관련 경제파급효과는 28조3,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고 밝혔으나 확인 결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아니라 부산발전연구원의 초기 연구자료를 인용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부산발전연구원 측은 이 수치가 부풀려진 것이라는 점을 알려왔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이해를 구합니다. 앞으로는 사실관계를 더욱 철저하게 확인할 것임을 약속드리며, <코리아플러스>가 사실관계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지난 11월2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상임위원회에서 지적해 준 심재철 의원께도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
[SET_IMAGE]18,original,center[/SET_IMAGE]
[SET_IMAGE]19,original,left[/SET_IMAGE] “지난 추석 때는 부산에서 합동 차례를 지냈습니다.” 명절 때 고향에 가지 못해 차리는 ‘합동 차례상’은 독도나 최전방에서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2005 APEC 정상회의 준비를 위해 부산에 집결한 정부 파견요원들도 지난 9월 추석 때 ‘합동 차례상’을 차려야 했다. 부산 해운대의 유스호스텔 ‘아르피나’에서였다.
세계 21개국 정상, 특히 미국의 부시 대통령, 중국의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 등 한반도 주변 4강 정상이 한꺼번에 부산 땅을 밟는 것은 역사적 ‘사건’이다. 회의 및 회의장 준비와 숙소, 의전, 수송, 대테러, 경호, 홍보 등 어느 분야에서든 한치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었다.
한국적이면서도 세계 최고의 수준을 요구하는 행사. 이 복잡하고 까다로운 행사를 공무원들과 부산시민들은 깔끔하게 치러냈다. 그래서 이번 APEC의 주인공은 막후에서 묵묵히 일한 이들 공무원들과 부산시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APEC 개최 준비에 참여한 인력은 자원봉사자를 포함해 공식적으로 2,000여 명. 정부 APEC준비기획단 인력 476명과 경호안전통제단·국가정보원 인력 100여 명, 부산APEC준비단 인력 1,453명 등이다. 그러나 직·간접적으로 APEC에 관여한 인력은 청와대와 국정원·외교통상부·부산시청·부산경찰청·세관·출입국관리소, 육·해·공군, 전·의경 등 총 1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경호와 대테러 업무를 제외한 APEC 실무를 총괄한 곳은 국무총리실 산하 정부APEC준비기획단이다. 50여 명의 단원은 지난 11월 초부터 부산 해운대의 제1차 정상회의장이 마련된 벡스코(BEXCO)로 자리를 옮겨 현장 준비에 돌입했다. 매일 오전 8시 종합상황실에서 전 단원이 참여하는 회의를 시작으로 밤늦게까지 업무를 챙기고 준비상황을 점검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었다.
조원형 준비기획단 미디어홍보부장(국정홍보처 부이사관)은 “오전 8시 회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새벽 6시30분에 일어나 업무 준비를 해야 하고 빨라야 밤 10~11시가 되어야 하루 일손을 놓을 수 있었다”며 “국가적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야 한다는 사명감과 보람 없이는 견뎌내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철 정보기술(IT)지원부 과장(산업자원부 서기관)은 “사무환경이 다른 곳으로 출장 와 업무를 신속히 처리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며 “매일 저녁 9시쯤 숙소로 돌아와 12시까지 노트북을 다시 펼쳐 보고서를 작성하고 잔무를 봤다”고 말했다. 그는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머릿속 생각은 온통 ‘APEC’뿐이었다”고 말했다.
IT전시회를 책임진 이 과장은 “우리나라의 글로벌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SK텔레콤·KT 등이 참여해 한국의 첨단 IT기술을 선보여 호평받았다”며 “처음에는 기업 간 상호 경쟁심리 때문에 전시회 조율에 애를 먹었지만 원만하게 해결됐다”고 덧붙였다.
자는 시간 빼고 생각은 APEC뿐
20여 일간
부산에 머무른 이들에게 옷을 세탁해 입는다는 것도 사치였다. 숙소에서 세탁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파견 공무원은 아예 보름치 이상의 속옷과 양말 등을 미리 준비해
왔다.
신금현 미디어홍보부 홍보팀장(국정홍보처 사무관)은 “세탁할 여유가 없을 것 같아 갈아입을 옷과 양말 등을 한꺼번에 챙겨왔는데, 여행가방이 가득 찰 정도였다”고 말했다.
[SET_IMAGE]20,original,right[/SET_IMAGE]김도삼 특별의전부 수송팀장(건설교통부 사무관)은 ‘BMW’와 현대 ‘에쿠스’ 등 외부 지원 의전차량 인수와 등록 업무를 위해 정부기획단 중 가장 먼저 부산에 내려왔다. 지난 10일17일부터 한 달 이상 부산에 머무른 그는 “가족들이 눈에 아른거렸지만 서울에 올라갈 생각은 꿈도 꾸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BMW 150대와 에쿠스 64대 등 총 214대의 승용차와 셔틀버스 등을 관리했다. 그 운용에 필요한 모범운전사와 시 공무원·군인·경찰·자원봉사자 등 384명의 수송 담당 인원을 조정·통제하는 일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 중에서도 쏟아지는 차량 지원 요청의 우선순위를 판단해 배차하는 문제가 가장 어려웠다”고 그동안의 고충을 토로했다.
정부기획단과 별도로 활동한 이정민 청와대 보도지원비서실 행정관은 “APEC 때문에 밤낮이 따로 없었고, 사전준비를 위해 올해 들어서만 부산 출장을 여섯 번 다녀왔다”며 “몇 분, 몇 초 단위로 움직이는 정상들의 이동을 사전에 세밀히 점검해야 하는 문제와 국내외 기관 간 조율 문제가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각국 정상들과 그 배우자들의 일정을 관리하고 연락 업무를 총괄한 의전총괄팀의 이규호 외무관은 “서울이 아닌 부산에서 행사를 치르다 보니 각국 대사관과의 업무협조가 쉽지 않아 많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 외무관은 특히 “부산시준비기획단의 원활한 협조가 큰 도움이 됐다”며 “이번 대회의 성공에는 사실상 각종 실무를 도맡아 처리한 부산시 공무원들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준승 부산시APEC준비단 기획과장(서기관)은 “정부와 부산시 공무원들의 노고는 책을 한 권 써도 모자라겠지만 솔직히 APEC 성공 개최의 모든 공은 온갖 불편을 감수하고 주인정신을 보여준 부산 시민들에게 돌리고 싶다”고 부산 시민들의 높은 시민정신을 치켜세웠다.
부산시와 APEC준비기획단은 이번 행사기간에 955명의 시민자원봉사자 조직을 운영했다. 이들 자원봉사자는 정상회의장·숙소·공항 등 APEC 관련 주요 시설물에서 현장봉사활동을 벌였다. 부산 출신도 아니면서 부산에 와서 봉사활동을 한 정지희(23·여·대학 휴학 중) 씨의 경우가 대표적인 시민자원봉사자였다.
정씨가 맡은 일은 APEC 지정 숙소에서 세계 정상들의 일정 관리와 관광 프로그램 홍보 등 숙박 관련 자원봉사활동. 첫 일과는 지난 11월10일 오전 9시 부산 해운대구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시작됐다. 정씨는 시민자원봉사자, 직원 10여 명과 함께 호텔 내에 마련된 숙소 본부에 안내 데스크를 설치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이 숙소 본부는 APEC 지정 숙소 6곳에서 발생하는 상황을 일일이 파악하는 곳으로 숙소 관리의 중심 역할을 했다. 여기서 자원봉사자들이 하는 역할은 APEC 숙박사업단 등 주요 관련 기관과 정보를 교환하기 위해 전화기·팩스 등을 안내 데스크에 설치하고 각국 언어로 제작된 부산지역 관광홍보 자료를 비치하는 일이었다.
2005 APEC 정상회의는 이렇게 정부 파견요원과 부산시 공무원, 시민자원봉사자들의 노고와 땀으로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손영신 부산일보 사회부 기자<zero@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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