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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산물인 마늘농사는 중국산 수입마늘 때문에 무너졌다.
어업도 신통찮았다. 남은 것은 지리적 특성을 살린 스포츠 마케팅뿐이었다. 바다에서 퍼낸 준설토로 매립한 쓸모없는 땅을 대규모 ‘스포츠 파크’로 변모시켜 살림의 원천으로 가꾼 남해군의 역발상.
지난 8월20일 오후 4시 경남 남해군 서면 서상리 1182번지 스포츠 파크. 태풍 ‘메기’가 휩쓸고 지나간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다. 스포츠 파크에서 내려다보이는 남해 바다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조용하기만 하다. 부드러운 오후 햇살에 반사되는 물결은 은색으로 빛난다. 태풍이 올라오기 전에 적조 때문에 시름시름하던 이곳 어민과 공무원들은 오히려 태풍 덕분에 큰 걱정을 덜었다는 표정이다.
마침 이곳의 천연잔디구장에서는 전지훈련차 온 일본의 한 고교 축구부와 경남 진주의 ‘남강조기축구회’ 선수들이 친선 경기를 열고 있었다. 스코어는 6대 1. 얼굴에 주름살이 팬 아저씨 선수들이 아들뻘 되는 일본 선수들에게 혼이 나고 있다.
조기축구회 선수들은 한 골이라도 넣어 보려고 젖먹던 힘을 다해 안간힘을 썼지만 ‘진짜’ 선수들의 실력을 따라잡을 수 없어 보였다. 같이 뛰다 주력이 달리면 아예 일본 학생들의 유니폼을 잡기 일쑤지만, 양팀 선수들의 표정은 모두 즐겁다. 낚아채여 나동그라지고 밀려 엎어져도 다들 웃는 표정이다.
그들이 지금 달리는 천연잔디는 그 즐거움을 배가해주는 듯하다. 축구화가 반쯤 잠길 듯한 경기장 잔디들은 색깔도 상쾌하지만 촘촘하고 푹신푹신해 기분마저 상쾌하게 만든다. 이런 잔디 위에서 바다를 보며 공을 차는 기분이 경기장 밖의 관전자한테도 그대로 전해지는 것이다.
스포츠 파크에 심은 잔디는 독일산 복합 잔디로 국산 잔디보다 잎 폭이 훨씬 좁지만 질기면서도 촘촘하고 부드럽다. 국산 잔디는 뛰다 넘어지면 생채기가 나기 쉽지만 독일 잔디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잔디 관리인의 설명이다. 경기용 잔디구장은 대부분 이런 잔디로 시공해야 한단다.
[SET_IMAGE]2,original,center[/SET_IMAGE][B]지역경제 위기의식이 새 기회 창출[/B]
이 경기용 독일 잔디를 한국 땅에 뿌리내리게 한 사람이 바로 남해군 문화체육실의 류병무( 39) 씨다.
“1997년께부터 잔디 조성사업에 뛰어든 뒤 정말 쓰디쓴 실패를 거듭했습니다. 한겨울에도 푸름을 유지하는 ‘켄터키블루그라스’라는 품종을 심었는데 적응하지 못하더군요. 한여름의 고온다습한 기후와 배수가 좋지 않은 딱딱한 토양이 문제였는데,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싸맸습니다. 결국 칠전팔기 끝에 잔디 조성에 성공한 뒤로는 전국의 잔디구장들로부터 비법을 알려달라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습니다.”
전지훈련팀이 이곳을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따뜻한 날씨와 훌륭한 시설 때문. 남해군의 1월 평균기온은 섭씨 영상 1.7도, 2월 평균기온은 영상 3.3도 수준이다. 경남 창원 신월중 야구부 조용완 감독은 “이 곳 시설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음식도 좋지만 주변 환경이 잘 정비되어 있고 쾌적해 다른 곳에서 운동할 때보다 능률이 배가된다”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오늘날 남해군의 트레이드마크가 돼버린 스포츠 파크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가장 큰 동력은 남해군의 ‘역발상’이었다. 마늘 주산지인 남해군은 중국산 마늘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큰 타격을 받았고, 어업도 신통치 않자 일찌감치 스포츠 마케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더구나 스포츠 파크가 들어서 있는 서상리 일대 10만 평은 인근 광양항으로 드나드는 선박의 항로를 확보하기 위해 바다에서 퍼낸 준설토로 매립한 지역으로 쓸모없는 땅에 가까웠다. 남해군은 이 매립지를 활용하는 방안을 찾다 환경오염의 우려가 없는 스포츠 파크 건설을 계획하게 된 것이다. 지난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조성 사업에 들어간 비용은 모두 150억 원. 7개 구장과 선수 숙소 외에 객실 95개를 갖춘 스포츠 파크호텔이 민자 150억 원으로 지어졌다.
남해군에 따르면 스포츠 파크가 지난해 군에 끼친 경제 유발 효과는 25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바다와 햇빛이 모두 좋은 남해 스포츠 파크에는 지난해에만 무려 18만6,400명의 선수가 다녀갔다.
[U]<<인터뷰 하영제 남해군수>>[/U]
[B]“지역경제 활성화의 촉매 역할”[/B]
[SET_IMAGE]3,original,left[/SET_IMAGE]― 스포츠 파크의 성공 비결은 무엇입니까.
“우선 공무원들이 하니 비용이 훨씬 덜 든다는 것입니다. 한겨울에도 새파란 잔디를 즐길 수 있는 스포츠 파크에 가장 중요한 것이 잔디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를 모두 군청에서 담당하니 임금 말고는 별다른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또 군 관계자들이 축구대회를 유치하고 홍보물을 만드는 등 스포츠 마케팅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이런 노력들이 결실을 거둔 것이지요.”
― 스포츠 파크 사업이 남해군의 전체 사업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말해 주십시오.
“저희 같은 지자체로서는 지리적 이점을 이용한 관광산업만이 살길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남해군은 스포츠 파크 사업과 ‘하모니 리조트 타운’ 건설 사업을 군의 가장 중요한 2대 사업으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스포츠 파크는 이미 완공되었고 하모니 리조트는 건설 예정입니다. 이 두 사업은 서로 보완적 관계입니다.”
― 하모니 리조트 사업은 어떤 사업입니까.
“스포츠 파크는 원래 수지타산이 맞는 사업이 아닙니다. 군은 체육 인프라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렇지만 이 사업의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예상 외로 컸습니다. 계획중인 하모니 리조트 사업은 공공 200억 원, 민자 800억 원으로 조성되는 사업입니다. 여기에는 18홀 규모의 친환경 골프장과 콘도, 종합 해양리조트 시설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바다를 바라보며 경기를 할 수 있는 이 골프장은 회원제가 아닌 퍼블릭 골프장으로, 시설 면에서 동양 최대입니다. 현재 남해에는 전지훈련팀들이 많이 오는데 유원지 성격의 시설이 없어 많은 사람이 아쉬워합니다. 이런 갈증을 리조트가 해소해 줄 것입니다.”
― 이 사업들에 대해 남해 주민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주민들이 서서히 성과를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관광객과 전지훈련 온 선수들 때문에 읍과 면소재지의 식당들이 활기차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식당들은 또 남해군 농민들이 키우는 한우와 깻잎·상추 같은 농산물을 소비합니다. 남해 주민들은 리조트 사업만 잘되면 먹고 살 수 있다고 확신할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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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