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T_IMAGE]1,original,center[/SET_IMAGE]노무현 대통령은 1월13일 신년기자회견에서 ‘반부패 투명 사회’를 역설했다. 기자회견 전반부에 장단기 경제회복 대책을 내놓으며 “선진경제로 가자”고 역설한 노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 반부패 투명사회를 언급하면서 “선진한국은 경제만이 아니라 제도와 의식, 사회 전반의 문화가 선진화됐을 때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투명사회에 대해 “정치가 선진화되고, 공정하고 투명한 제도가 정착되어야 하며 시민의식도 성숙해야 한다”고 말한 뒤 “특히 부패청산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고개”라며 반부패를 강조했다.
선진한국으로 가기 위한 필요조건으로 부패청산을 강조한 노 대통령은 부패청산의 필요조건으로 시민 참여를 들었다. 노 대통령은 “부패문화를 확실히 뿌리뽑기 위해서는 제도 개혁과 함께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 한다”며 “시민적 통제야말로 가장 강력한 부패 추방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그런 점에서 최근 시민사회에서 제안한 ‘반부패투명사회협약’은 매우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이 반부패투명사회협약을 직접 언급하며 힘을 싣자, 지난 1월3일 시민, 사회단체 대표 146명이 제안한 반부패투명사회협약에 다시 한번 관심이 모아졌다.
<코리아플러스>는 이 협약의 제안을 주도한 반부패국민연대로부터 투명사회를 위한 정부와 경제계의 역할을 들어봤다.
인터뷰에 응한 김상근 반부패국민연대 회장은 “참여정부의 부패 척결 의지는 상당히 강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부패방지위원회와 함께 공공기관 청렴도와 제도 개선 실태를 중간점검하고, 부패척결에 성공한 외국의 사례도 간추려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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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일홍 부방위 정책기획실 평가조사담당관
지난 1월4일 부패방지위원회(부방위)는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 결과를 발표했다. 공공기관의 종합 청렴도는 많이 올랐지만, 점수를 낮게 받은 기관의 반발과 항의로 부방위는 올해도 어김없이 곤욕을 치러야 했다.
하지만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 제도가 이 같은 몇몇 기관의 반발에도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는 점은 불변의 사실로 여겨진다. 청렴도 측정은 종합 청렴도의 개선 추이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그 효과가 가시적으로 확인되며 국가청렴도 제고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공직사회 곳곳에 잔존하는 부패 사각지대를 과학적으로 진단하고, 각급 기관에서는 스스로 취약 분야에 대한 청렴 수준을 높이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청렴도 측정의 목표다.
그동안 정부가 지속적으로 부패방지 노력을 해왔음에도 대형 부패사건이 빈발하고 구조적 부패가 근절되지 않았던 것은 부패방지 시스템의 효율성 저하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부패방지 시스템은 부패행위자 개개인의 적발과 처벌에 치중했기 때문에 부패를 유발하는 제도 전반에 대한 종합적 분석을 통해 부패를 사전에 예방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청렴도 측정은 이러한 사후적 부패 통제의 한계를 벗어나 행정업무를 실제로 경험한 민원인을 대상으로 공직업무 수행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측정함으로써 부패를 사전에 막아 보자는 새로운 접근방법이다.
최근 3년 새 공공기관의 주요 대민업무 청렴도 측정 결과는 10점 만점에 6.43 (2002), 7.71(2003), 8.46(2004)점으로 계속 향상되는 추세다.
또 업무처리 과정에서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한 비율도 계속 감소(4.1%→3.5%→1.5%)하고 있다. 이와 같이 대부분의 공공기관에서 청렴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것은 최근 정부에서 강력하게 추진하는 반부패 대책과 각 기관의 자율적인 개선 노력이 그 성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광역자치단체와 공직 유관단체의 청렴도가 큰 폭으로 개선돼 기관 유형별 청렴도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2003년 청렴도가 낮았던 기관이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개선됐다. 청렴도 측정이 당초 목표했던 ‘기관의 자발적 부패방지 노력 유도’라는 성과를 충분히 거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사 계약, 점검, 검사, 주택 건축 인허가 등 일부 업무는 여전히 취약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특히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한 경험이 있는 민원인의 52.4%가 건설업에 종사해 국가청렴도 제고를 위해서는 이 분야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 대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를 위해 부방위는 지난해 ‘부패방지 제도개선 종합대책’을 수립해 추진중이다. 이 대책은 공직사회의 부패구조를 근원적으로 혁파하고 단순 행정 절차뿐만 아니라 제도의 본질적 구조까지 개선하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이를 토대로 89개 모든 행정기관을 대상으로 법 제도의 부패 유발 요인을 일제히 조사해 지난해 11월 전체 공공기관 450대 개선 과제를 확정했다. 이 과제는 각 기관이 제출한 자율 개선 과제와 함께 민간업계의 의견 수렴, 제도 개선 국민공모 등을 거쳐 완성됐다.
선정된 450개 과제는 각 기관에 설 치·운영중인 ‘반부패대책추진기획단’(단장:부기관장) 중심으로 기관별 책임하에 추진되며 단기 과제는 올해 말까지, 중장기 과제는 2007년까지 제도 개선을 완료한다. 부방위는 또 각 기관의 이행 상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평가해 대통령 주재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에 보고하는 등 실질적 성과를 거두기 위해 노력중이다.
이와 함께 청렴도 측정 결과 드러난 부패 취약분야에 대해서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거나 부패방지 시책 평가의 중점추진과제로 반영해 기관의 자율적 개선도 함께 유도하고 있다. 또 지금까지 진행해온 청렴도 측정과 함께 각 공공기관의 정책결정 과정까지 측정하는 ‘정책결정 투명성 평가’도 병행해 공공부문의 부패 예방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U]<<공직부패수사처 설치법 & 부패방지법은?>>[/U]
[B]‘투명 사회 만들기’ 핵심 과제[/B]
부패방지위원회(부방위)와 반부패 시민운동 관계자들은 투명한 정부를 만들기 위한 핵심 과제로 「공직부패수사처(공수처) 설치법」 제정과 「부패방지법」 개정을 꼽는다.
2002년 12월 부방위가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은 부패 추방을 위해 역점을 두어야 할 첫번째 대상으로 고위 공직자(59.5%)를 들었다. 사정기관 공무원(27.8%)과 대통령 친인척(11.7%)이 그 뒤를 이었다. 「공수처 설치법」 제정의 필요성은 이 같은 국민적 요구에서 나왔다.
「공수처 설치법」 제정안은 부방위 산하에 공수처를 설치해 고위 공직자 및 그 가족의 범죄행위에 대한 수사를 맡도록 규정했다. 제정안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 대상이 되는 공직자는 차관급 이상 공무원,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법관 및 검사, 군 장성 등이다. 또 감사원, 국세청 등 사정기관의 공무원은 일반 공무원보다 높은 수준의 청렴성이 요구된다는 점을 감안해 국장급 이상으로 범위를 확대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직부패수사처장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을 받지 않는 한 파면이나 퇴직당하지 않도록 해 독립성을 보장했다.
「부패방지법」 개정안은 설립 3년째인 부방위의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하자는 취지다. 개정안은 법령에 포함되어 있는 부패 유발 요인을 없애기 위해 부패영향평가제도를 도입했고, 공직 유관기관의 임직원도 윤리강령을 적용받도록 했다. 또 민간 분야에 대해서도 제도 개선 권고가 가능하도록 하고, 이를 위한 자료 제출 협조요청 권한을 규정했다. 부방위의 제도 개선 권고안대로 각 공공기관이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재심의를 요청하는 내용도 담았다.
「공수처 설치법」 제정안과 「부패방지법」 개정안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지난해 12월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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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거성 반부패국민연대 사무총장
옛 패러다임에 기초를 둔 반부패운동은 정부와 재계의 구성원을 모두 잠재적 부패행위자로 보고 부패통제의 대상으로 삼는 방식이었다. 이런 관점에서는 ‘어떻게 사정기관을 통해 법을 잘 집행할 것인가’ 혹은 ‘언론이나 시민단체 등 이른바 감시자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등의 문제가 주된 관심사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이러한 방식으로는 부패청산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국제사회 반부패운동의 정서다. 오히려 어떻게 이들 공공영역과 기업영역을 반부패운동의 주체로 참여시켜 시민사회 등과 연대 또는 제휴관계를 구축하느냐가 관심사다. 지난 1월3일 시민사회 지도자 146명이 제안한 ‘반부패투명사회협약’은 바로 이러한 패러다임을 바탕으로 부패청산과 투명사회를 이루자는 접근 방식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지난 1월13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선진한국은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가 선진화되고, 공정하고 투명한 제도가 정착되어야 한다”며 “시민사회에서 제안한 반부패투명사회협약은 매우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 단체들도 이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따라서 사회협약은 이제 정부와 재계의 적극적인 반응을 얻었고, 머지않은 시기에 정치권의 참여와 함께 ‘반부패투명사회운동’으로의 발전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등 공공기관의 우선 과제는 부패 방지뿐 아니라 투명성 제고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일 것이다. 특히 시민 옴부즈맨 등 참여 메커니즘을 확대·강화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아울러 소속 공직자들이 사회협약의 취지를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들의 참여 없이는 아무리 좋은 법률이나 제도도 한낱 공염불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재계에서는 그동안 미진했던 윤리강령 제정과 보급을 확대하고, 분식회계를 방지할 수 있도록 회계기준과 감시장치를 강화하며, 대주주와 경영자의 권력남용을 견제하고 잘못된 경영에 대해 책임질 수 있게 하는 등 기업의 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약속해야 할 것이다.
[SET_IMAGE]4,original,center[/SET_IMAGE]반부패사회협약은 협약이라는 말처럼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하며, 관이 주도하고 민은 동원되는 방식을 거부한다. 또한 각 분야의 우두머리들이 모여 언론 앞에서 벌이는 일회적 이벤트로 전락하는 것을 경계한다.
오히려 각 분야의 구성원들, 즉 모든 공직자와 기업 종사자, 나아가 주부나 학생 등 각계의 적극적인 참여로 우리 사회의 물줄기를 바꿔 반부패를 사회적 합의로 이끌어 내는 운동을 지향하는 것이다.
[B][U]<전문가 기고 3 해외 반부패운동 성공사례에서 배운다>[/U][/B]
[B]14년간 부패 연루자 추적한 홍콩의 염정공서[/B]
조은경 서울시립대 반부패행정시스템연구소 수석연구원
최근 부패 방지를 위해서는 적발과 처벌보다 예방을 우선해야 한다는 시각이 대두하고 있다. 즉, 부패를 없애려면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사후 조치보다 부패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처벌보다 예방을 우선해야 한다는 데는 필자도 동의한다. 하지만 예방을 위해서는 철저한 처벌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SET_IMAGE]5,original,left[/SET_IMAGE]홍콩의 부패방지 기구인 염정공서(廉政公署:ICAC, Independent Commission Against Corruption)는 몇해 전 기네스북에 등록될 정도의 특이한 기록을 남겼다. 일명 캐리언 사건으로, 부패에 연루된 사람들을 14년이나 추적해 결국 재판정에 세웠는데, 이것이 세계 최장기 조사기록으로 등록된 것이다.
2000년 홍콩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9%는 염정공서의 반부패 활동에 지지를 보냈고, 염정공서의 발표 결과에 대한 신뢰도도 67%로 나타났다. 염정공서에 대한 홍콩 사람들의 강력한 지지는 특히 높은 기소 유죄율과도 관련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염정공서의 철저한 수사 덕분에 부패행위의 기소에 따른 유죄율이 1999년에는 87%, 2001년에는 79%에 달했기 때문이다. 부패행위자의 철저한 적발과 처벌은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지름길이며, 동시에 부패를 예방하는 강력한 수단인 셈이다.
아시아에서 최고 청렴국으로 꼽히는 싱가포르는 지난해 국가별 부패지수(CPI, Corruption Perception Index)에서 조사 대상국 146개국 중 5위에 올랐다. 싱가포르의 부패방지 기구인 탐오조사국(貪汚調査局 : CPIB, Corrupt Practices Investigation Bureau)은 부패행위자들을 끈질기게 추적 조사해 ‘부패행위자의 저승사자’로 불린다.
이들 국가와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는 뇌물죄 등 공무원 직무 관련 범죄에 대한 기소율이 비교적 낮다. 법무부가 제출한 국감 자료에 따르면, 공무원 직무 관련 범죄사건에 대한 기소율은 2002년 18.4%, 2003년 17.9%로 나타났다. 2003년 직무 관련 공무원 범죄는 모두 4,269건으로 집계됐다.
1992년 이탈리아의 심각한 부정부패에 맞섰던 안토니오 디 피에트로 검사의 ‘마니 폴리테’(깨끗한 손)가 불발로 끝난 이유도 우리와 비슷하다. 지지부진한 수사와 지루한 법정공방 속에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기소유예 같은 솜방망이 처벌이 잇따르자 국민은 염증을 느끼고 돌아섰다.
국가별 부패지수에서 2000∼2004년 5년 연속 1위로 평가받은 핀란드는 개인소득에 따라 벌금액이 다르다. 2002년 1월 핀란드 최고 기업인 노키아의 한 고위 간부는 자동차 속도 위반으로 무려 1억3,200만 원의 벌금을 물어 화제가 됐다. 우리 입장에서는 벌금액이 과도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핀란드에서는 자신의 잘못된 행위에 대한 처벌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2005년은 부패행위자의 철저한 적발과 그 행위에 상응하는 처벌이 합리적으로 이루어지는 원년이었으면 한다.
이것이야말로 반부패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다져 나가는 방안이자 새로운 부패를 예방하는 수단이다. 부패행위로 얻는 이익보다 발각돼 처벌받는 정도가 크면 부패는 결코 발생하지 않는다.
[B][U]<특별인터뷰> 김상근 반부패국민연대 회장[/U][/B]
[B]“올해는 한국사회 부패척결 원년 될 것”[/B]
“참여정부의 부패척결은 이제 시동이 걸려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정권이 비리에서 자유로운 것도 강점입니다. 여기서 정부가 멈칫거린다면 더 큰 국민적 저항에 부닥칠 것입니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공덕동 개인사무실에서 만난 김상근 반부패국민연대 회장은 이날 있었던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을 접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지난 3일 시민사회단체 대표 146인이 모여 투명사회협약을 제안한 것도 이 같은 취지를 담은 것이다. 김 회장은 이를 위해 정부·시민단체간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투명사회로 가기 위해 반부패국민연대가 구상중인 청사진을 들어봤다.
언론사 인물정보 사이트에서 그의 이름을 검색해 보면 경력사항이 무려 45줄에 이른다. 기독교교회협의회 통일위원회 위원장, 인권단체협의회 대표, 민주개혁국민연합 대표, 자주평화통일민족회의 의장…. 지난 40년 동안 그가 맡았던 직함에는 기독교, 인권, 민주, 통일 등의 단어가 골고루 들어 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반부패라는 키워드를 들고 2005년 새해 벽두부터 바빴다.
그에게 반부패란 어떤 의미일까? 그가 이 운동에 진력하는 이유부터 들었다.
“사실 ‘반부패’는 국민의정부 시절 제가 제2건국추진위원장(대통령 직속)을 맡았을 때 가장 공을 들인 문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나중에 권력 핵심층의 비리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부패 얘기를 꺼낼 수 없을 정도의 상황이 돼 버렸죠. 그때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일의 성격상 정부가 주도적으로 할 일이 있고 시민단체가 할 일이 있는데, 부패척결은 민간 차원에서 정부와 손잡고 벌여나갈 운동이라고요. 그래서 이번에 시민단체가 나선 겁니다.”
-애초에는 시민단체 대표 100인이 제안할 예정이었다고 들었습니다만.
“원래는 그랬는데 100명을 맞추기가 어렵게 됐어요. 대표들이 너도나도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혀 100명에서 끊을 수 없었습니다.(웃음) 그만큼 우리 사회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부패라는 데 공감한다는 반증이겠죠.”
-반부패가 새해 벽두부터 하나의 화두가 된 것 같습니다. 시기적으로 어떤 절박함을 느끼신 겁니까?
“물론 절박하지요. 요즘 민생경제 어렵다는 얘기들 많이 합니다만, 부패가 경제에 끼치는 해악이 큽니다. 만일 기업이 부정한 돈을 누군가와 주고받는다면, 이런 돈은 우리가 구입하는 상품 속에 포함돼 있다는 말이죠. 그러니까 물가가 높아지는 것이고요. 우리나라 부패인식지수가 10년째 제자리 걸음입니다. 10점 만점에 4점대인데요, 경제적으로 잘사는 나라는 9점대인 반면 3점대의 나라는 대부분 못 사는 나라들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많습니다. 이제 정말 획기적으로 바꿀 때가 됐습니다.”
-사회의 각 주체들이 사회협약에 얼마나 참여할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시민단체들이 제안한 이번 협약은 한마디로 우리 사회를 이 정도 수준까지 반부패 투명사회로 끌어올리자고 정부, 정치권, 기업에 약속을 제안하는 것입니다. 아직 구체적 일정은 안 나왔지만 시민단체와 협약한 내용은 반드시 이행하고, 이행 내용을 일정 시점에 점검해 언론을 통해 발표하자는 겁니다. 지금은 호응하더라도 막상 점검 단계에 갔을 때는 입장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죠. 지난해 12월 이미 부패방지위원회 직원, 전경련 관계자들과 만나 사회협약 내용에 대해 워크숍을 가졌습니다. 긍정적 반응들이었으니 결과도 좋으리라고 봅니다.”
-노무현 대통령도 신년기자회견에서 투명한 사회를 특히 강조했습니다. 부패척결을 위한 참여정부의 의지를 어떻게 보십니까?
“역대 어느 정부든 가장 먼저 외치는 구호가 부패척결이었습니다. 하지만 참여정부처럼 강력한 의지를 갖고 실질적으로 접근하지는 못했죠.
국민의정부가 부패척결의 시동을 걸려고 애쓰다 제대로 발동을 못 걸었다면, 참여정부는 이제 발동을 걸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는 단계라고 봅니다. 대통령의 의지도 확고하고 국민의 의식수준도 높아지는 등 여러 조건이 성숙했습니다. 또 과거 정부처럼 정권의 핵심층이 연루된 비리도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담이 훨씬 덜하다는 것도 중요한 강점입니다. 시민단체들이 사회협약을 연초에 내놓은 뜻도 그렇지만, 이 정도 의지를 갖고 민관이 협력한다면 2005년을 부패척결 원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올해를 부패척결의 원년으로 꼽을 만한 이유가 있을까요?
“아직 결과를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이대로 간다면 상당히 긍정적인 결과를 내놓을 수 있으리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거꾸로 말한다면 이런저런 이유로 정부가 부패척결 속도를 늦출 경우 국민적 비판과 반발심의 강도도 굉장히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왔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민도가 높아졌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우리나라의 부패 현실, 어떻게 보십니까?
“부패가 하나의 ‘문화’가 돼버렸다는 것에 가장 큰 문제가 있습니다. 부끄러운 얘기 하나 할까요? 나도 한때 지갑 속에 5,000원 권 지폐를 챙겨다닌 적이 있습니다. 제 차의 운전기사가 운전하다 교통경찰에게 적발되면 꺼내 줬지요. 그러면 기사가 1분도 안 돼 해결하고는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도덕적으로 부끄러움을 별로 안 느꼈어요. 그래도 명색이 제가 성직자인데 말이죠. 그게 부패의 문화화·생활화라는 겁니다. 이게 정말 문제입니다. 물론 지금은 많이 없어졌지만요. 저도 지금은 5,000원 권을 챙겨다니지는 않습니다.”(웃음)
-투명한 사회란 구체적으로 어떤 사회를 말합니까?
“10년 전 독일을 방문했을 때 한 교민께서 직접 겪은 사연을 들려주더군요. 이 교민은 중산층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의 아파트에 살고 있었는데, 승용차는 주문제작한 최고급 벤츠였어요. 그런데 어느 날 경찰이 찾아왔더라는 겁니다. 한 주민이 벤츠를 보고 ‘이 정도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최고급 승용차를 갖고 있다면 부정한 방법으로 얻었을 것’이라며 경찰에 신고했다는 겁니다. 경찰이 ‘이제부터 당신의 소득에 대해 조사할 테니 그렇게 알고 있으라’며 돌아갔답니다. 그리고는 며칠 후 다시 찾아와 혐의가 벗겨졌다고 하더랍니다. 세무서에 의뢰해 그 교민의 납세 실적을 조사해 보니 고급 차를 가질 만한 경제능력이 된다고 판단했던 거지요. 그 소명자료를 신고한 주민에게도 보내 이해시켰답니다. 물론 조금 삭막한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저는 이런 것이 투명한 사회의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민은 충실한 고발자 역할을 하고, 정부는 이런 시스템을 만들어 하나의 문화로 정착시킬 방법을 고민해야겠지요.”
-부패척결을 위한 시민단체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시민단체의 역할이라기보다 시민의 역할로 놓고 보지요. 시민들의 자정 노력이 가장 우선해야 합니다. 부패에도 수요공급의 원칙이 있습니다. 큰 부패는 정경유착이겠지만 작은 부패는 정부와 시민 사이의 유착입니다. 정부와 민간 사이의 부패에도 수요공급의 원칙이 적용됩니다. 부패에 대한 민간의 수요가 있기 때문에 정부의 공급이 있다고 봐야겠지요. 시민들에게도 큰 책임이 있습니다. 그래서 문화적 접근이 중요합니다. 시민단체는 정부에 대한 크로스 체크 역할을 할 수 있겠죠. 시민감사제도와 같은 것이 좋은 예입니다. 정부와 시민단체가 짝을 이뤄 가는 파트너십이 매우 중요합니다.”
-정부의 역할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미 시민감사제도 등을 많이 도입했지요.
또 전자정부를 통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입니다.
정부 조직 내에서도 정신적·문화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직자들이 자신에 대한, 이른바 존엄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운동을 벌이자는 것입니다. 공무원이 부정에 관여하는 순간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자기는 잘못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을 비하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그렇기 때문에 ‘나는 고귀한 존재’라는 존엄성 속에서 정신무장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부 공공부문의 부패척결 과제로 여러 대안을 내놓으셨습니다. 역점을 두는 과제가 있다면 설명해 주십시오.
“무엇보다 내부고발자에 대한 더 큰 배려가 필요합니다. 내부고발을 하고 나면 정부 기관을 상대로 법적 싸움을 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법정에 불려 다니고 변호사 비용으로 거액의 돈을 부담해야 한다면 누가 나서서 내부고발을 하려고 하겠습니까? 내부고발자에게 직업을 다시 갖게 해주는 배려도 필요하고, 법정에 나갈 때 혼자 나가지 않게 해줘야 하는 것도 정부가 해야 할 일입니다.” [RIGHT][B]김현 기자[/B][/RIGHT]
[U]<<‘투명사회협약’이란?>>[/U]
[B]정치·공공부문·기업 등 반부패 목표 설정[/B]
1999년 8월 발족한 반부패국민연대는 사회 전반의 부정부패 추방을 목적으로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결성한 비영리 비정부기구(NGO)다. 공공부문·기업·국제 등 3개 영역에 걸쳐 청렴서약제 도입운동, 부정부패 예방 및 정책 제안, 반부패 국민교육 홍보 등 의식개혁, 국내외 반부패운동단체들과 연대 등의 사업을 벌이고 있다. 2000년 9월 국제시민단체인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 한국본부로 인준된 이후에는 국가적 반부패 시스템 구축을 기치로 내걸고 국제활동도 활발히 벌이고 있다.
지난 3일 시민사회단체 대표 146명이 제안한 ‘투명사회협약’도 사회 전반의 반부패 시스템을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나왔다. 사회 각계 구성원의 참여와 협력을 바탕으로 협약을 맺어 그동안 불가피하게 양산돼온 부패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투명사회의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김상근 반부패국민연대 회장을 비롯해 고건 전 총리, 이남주 전 부패방지위원회 위원장, 한승헌 한국외국어대 이사장, 이이화 고구려역사문화보존회 이사장, 나핵집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공동대표 등이 참여했다.
반부패국민연대 김거성 사무총장은 “지금까지 시민사회는 정부와 기업의 대항세력으로 성장했지만, 이제는 시민사회 내에서도 투명성을 실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정부와 기업을 견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협약은 크게 정치·공공부문·기업·시민사회 등 4개 영역으로 나눠 목표를 설정했는데 공공부문에 대한 주문사항이 가장 많아 눈길을 끈다.
다음은 투명사회협약의 주요 내용이다.
-깨끗한 정치, 투명한 정치, 책임있는 정치 구현
정치자금 운용 투명화/지역감정 극복과 정쟁화 탈피 노력/정책개발 투자 제고/비도덕적 폭로 자제/의원 불체포특권 제한
-투명한 정부와 지속가능한 반부패 시스템 구축
중장기 부패 방지 계획 수립, 부패 관련법 제·개정, 내부고발자 보호와 보상 강화, 재산공개 대상 범위 확대/부패공직자 취업 금지/불법수익몰수법 제정해 ‘투명성재단(가칭)’을 설립하고 반부패 투명성운동 지원/정보공개법 개정해 정보 비공개 범위 대폭 축소/정책실명제 확대/반부패 DB 구축
-윤리경영 정착과 투명경영 제고
윤리강령 제정과 교육 강화로 기업 윤리경영 제고/기업 감사위원회 독립성 제고/분식회계 방지 위한 회계기준 강화/경영실적 공개/투명경영 모범 기업에 인센티브 제공 정책 마련
-협력과 참여의 부패 감시망 구축
시민감사청구/주민소환제 등 시민참여 제도 강화/시민 옴부즈맨 제도 운영/반부패 시민헌장과 시민행동강령 제정과 확대
이 협약이 실행되려면 각 부문 대표자들이 참여하는 범국민협의회를 설치해 이 협의회 내에서 각 대표들이 시민단체와 계약 형식으로 서면조인식을 가져야 한다. 협의회는 또 자체 협약점검단을 구성해 이행 상태를 확인하고 이 내용을 국민에게 공표하는 계획도 구상중이다.
이들은 지난 3일 회견 뒤 노무현 대통령과 김원기 국회의장, 강신호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에게 건의서를 전달했으며 우선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한 정부 기구와 기업 등의 동참을 이끌어낼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2003년 유엔이 제정한 반부패협약에 서명했지만 협약 실행을 위한 이행 법률은 마련하지 않은 상태며, 국내에서 사회협약 제안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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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