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곤 감독(30)의 <세이프(Safe)>가 제 66회 칸 국제영화제 단편 부문 황금종려상(Palme D’or)을 수상했다. 황금종려상은 칸 국제영화제의 부문별 최고상이다. 한국영화의 칸 국제영화제 단편부문 황금종려상 수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5월 26일(현지 시각) 프랑스 남부 휴양 도시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폐막식에서 문 감독은 첫 번째 수상자로 호명됐다.
단편 부문은 수상자 명단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대상보다 위에 이름이 오를 정도로 권위를 인정받는다. 올해 칸 국제영화제 단편 부문에는 132개국에서 3,500편의 작품이 출품됐고, <세이프>를 비롯해 9편이 본선 경쟁 부문에 올랐다. 13분짜리 단편영화 <세이프>는 경쟁 부문에 오른 9편의 다른 후보작 가운데 가장 사회성이 짙은 작품이란 평가를 받았다.
<세이프>는 불법 사행성게임장을 배경으로 환전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여대생(이민지)과 도박에 중독된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극중 여대생은 손님이 환전해 달라고 준 돈의 일부를 몰래 빼돌리지만, 자신의 의도와 어긋난 방향으로 일이 흘러가자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친다.
문 감독은 “현대 금융자본주의의 딜레마를 그려보고 싶었다”며 “돈에 의해 속박될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의 폐해를 담고 싶었다”며고 작품의 의도를 설명했다.
폐막식이 끝나고 열린 만찬회에서는 단편 심사위원장인 제인캠피온 감독의 칭찬이 이어졌다. 문 감독은 “제인 캠피온 감독이 ‘영화가 긴장감이 있다. 다음 사건이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증을 유발하면서 관객들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무엇보다 강렬한 메시지가 돋보인다’고 격려해줬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신영균문화재단 제작지원 프로그램인 필름게이트 공모 당선작인 <세이프>는 500만원의 지원금과 문 감독의 사비 300만원을 더해 총 800만원으로 제작됐다. 13분 가량의 러닝타임으로 구성돼 촌철살인의 미학을 실현했다.
<세이프>는 문 감독의 세 번째 영화다. 칸 국제영화제의 인연은 이번이 두 번째다. 문 감독은 중앙대학교 영화학과 졸업 작품인 ‘불멸의 사나이’(2011)로 제 64회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된 데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칸에 입성했다.
<세이프>의 해외 배급은 문 감독이 직접 담당할 계획이다. 그는 “해외 영화제 마켓을 다니며 영화를 알리고 싶다”며 “이 영화는 자본주의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지금 시기에 세계에서 보편적으로 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문 감독은 “보편적인 이야기를 재미있게 보여주면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글·지용진(중앙일보 매거진 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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