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T_IMAGE]2,original,center[/SET_IMAGE]
참여정부는 공직자 인사관리에 대한 ‘수술’을 계속하고 있다. 계급과 서열 위주의
인사에서 직무 중심으로 인사행정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다. 정부 인사시스템의
근본적 혁신이다. 그 중심에는 올해 출범 6주년을 맞은 중앙인사위원회가 있다.
조창현(70)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5월 제3대 위원장에 임명됐다. 국민의
정부 시절 제2대 위원장(2002년 5월~2005년 5월)에 첫 임명된 뒤 참여정부에서도
연임한 특별한 중앙부처 기관장이다.
조창현 위원장은 인사행정의 ‘달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에 연임된 것도
그의 이러한 능력과 인사혁신에 대한 강력한 소신을 인정받은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6월8일 서울 무교동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실에서 만났을 때도 조 위원장은
인사철학과 인사혁신의 필요성, 방향 등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조창현 위원장은 앞서 언급한 대로 “올해 출범 6주년을 맞아 계급 중심에서
직무 중심으로 인사행정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조 위원장은 “과거 50년 동안 공직 인사의 기본이 되어온 경력과 서열 중시의
인사가 행정의 폐쇄성과 경쟁력 저하를 초래했다”고 진단하고, 이 같은 병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인사행정의 대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인사혁신에 대한 평소 철학도 밝혔다. 조 위원장은 “원래 인사혁신
등 나랏일은 시장에서 물건 팔고 집에 가는 것이 아니라 영원한 것”이라며 “임기
동안 뭔가를 이루겠다는 개인 욕심보다 국민과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뚜벅뚜벅 한
걸음씩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그동안 겸허한 자세로 비판을 수용하면서
대화를 통해 인사행정을 개혁해 왔다고 덧붙였다.
[B]개방과 경쟁의 인사원칙은 시대적 대세 [/B]
-제3기
중앙인사위원회의 인사정책 방향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정부 인사관리시스템의
혁신이라는 시대적 요청을 차질 없이 수행해 나가는 것이 중앙인사위원회의 임무이자
과제입니다. 1기와 2기 중앙인사위가 공직사회 인사혁신의 초석을 다졌다면, 3기는
결실을 맺고 수확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올해 중앙인사위의 인사혁신 기본 방향은
계급 중심에서 직무 중심으로 인사행정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이죠. 과거 50년
동안 공직 인사의 기본이 되어온 계급제는 일부 장점도 있지만 각종 문제를 낳았습니다.
경력과 서열 중시 인사로 행정의 폐쇄성과 경쟁력 저하를 가져왔습니다. 잦은 순환
전보로 전문 행정가 육성에 한계를 드러냈고, 성과 불량자의 신분이 보장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앞으로 중앙인사위는 적재적소, 실적주의, 투명·공정, 균형인사
등 인사혁신의 4대 원칙을 지켜 능력 있는 공무원이 대접받고, 그래서 일 잘하는
정부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참여정부 인사혁신의 핵심은 ‘공적과 전문성에 기초한 참여형 인사시스템 구축’으로
요약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인사개혁 로드맵’을 마련해 놓고 있다. 투명·공정한
선발 시스템, 전문성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임용 제도 개선 등 9개 분야 44개 과제를
설정해 이 중 현재 18개 과제가 완료됐다. 나머지 26개 과제도 정상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 조창현 위원장의 설명이다.
“우수한 전문인력을 공직사회에 유치하기 위한 고시제도 개편, 개방형 직위제·직위공모제
확대 운영 등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고 봅니다. 아울러 많은 인사 권한을 각
부처에 위임하고 인사 전담 부서를 설치하도록 하는 등 분권과 자율에 입각한 인사혁신을
추진했습니다. 고위공무원단 제도의 기반 구축을 위해 고위직 직무분석을 하고, 4급
이상 관리직의 성과 관리 강화를 위해 직무성과계약제를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도
이미 마련한 로드맵에 따라 인사혁신이 차질 없이 추진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내년부터 고위공무원단 제도가 도입되는데, 취지와 파급효과를 설명해 주십시오.
“폐쇄적
공직사회에도 개방과 경쟁의 인사원칙은 시대적 대세가 됐습니다. 고위공무원단 제도는
개방과 경쟁의 원칙을 통해 공직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참여정부 인사혁신의
핵심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제도는 계급과 연공 위주의 우리나라 인사 운영의
근본 틀을 직무와 성과 중심으로 바꾸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예컨대 모든 실·국장급
국가공무원은 계급이 없어지고 ‘고위공무원단 소속 공무원’이 됩니다. 이에 따라
인정주의적 신분 보장은 사라지고 실적과 능력에 따른 합리적 신분 관리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인재가 적재적소에 투입되고, 성과 중심의 공직 풍토가 확산할 것입니다.
이는 곧 국민에게 질 높은 행정서비스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SET_IMAGE]3,original,left[/SET_IMAGE][B]“고위직
1,500여 명 고위공무원단 소속시킬 것”[/B]
고위공무원단
제도는 공직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큰 만큼 충분한 준비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중앙인사위는 2003년 4월 이 제도를 참여정부 인사개혁 로드맵의 주요 과제로 선정한
이후 모든 중앙행정기관 국장급 이상에 대한 직무분석을 실시했다. 지난해 2월부터는
추진기획단을 구성해 제도 도입 시안을 마련해 공청회와 국제회의, 설명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했다. 지난 1월에는 실무추진단도 구성해 내년부터 이 제도는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그러나 50년 만의 대 변화인 만큼 일부 공직사회에서는 불안감을 보이는 것도
감지된다. 폐쇄적 풍토에 익숙해 있던 일부 공직자들이 개방과 경쟁의 물결을 쉽게
수용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조창현 위원장의 설명이다.
“우리나라 전체 공무원은 90만 명 조금 넘을 것입니다. 이분들 모두의 계급을
없애는 것이 아니고, 윗자리에 있는 1,500여 명 정도를 고위공무원단에 소속시켜
계급을 없애겠다는 것입니다. 국·실장 정도 되는 분들은 장·차관과
국회를 상대하는 리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심부름꾼이 아니라 각 부처의 주인이라는
강력한 책임감을 갖고 있기도 하지요. 이런 분들이 고위공무원단 제도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계급 중심 인사의 근원적 한계는 일 잘하는 것과 성과나 승급이 직접
관계가 없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능력 있고 패기 있는 고위 관료에게 계급은 오히려
거추장스러울 것입니다. 똑똑하고 야심 있는 공무원에게는 이 제도가 기회이자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공직을 잃을까 불안해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은데, 처방이 있습니까?
“계급제도가
갖는 폐해로 이득을 보거나 연공서열로 올라온 사람에게 고위공무원단제가 약간의
위협이 될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함부로 해고하는 것은 아닙니다. 평가는
객관적으로 하되 기대에 못 미치는 분들은 교육훈련을 통해 역량을 확충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마련해 놓았습니다. 월드컵 국가대표 선수가 처음부터 다 잘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박지성과 박주영, 그리고 그 외 모든 선수가 다 다릅니다. 이들의
특성에 맞춰 코치가 가르침으로써 팀 전체를 일류로 만드는 것이죠. 공무원도 코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공무원이라고 태어나면서부터 다 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코치가 필요한 것입니다. 성과주의는 일종의 코치로 보면 됩니다. 부족한 점을 재교육해
적재적소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한다면 전체적으로 성과가 올라갈 것으로 생각합니다.”
-고시제도는 어떤 방향으로 개편하게 되는지요?
“지난해 외무고등고시의
1차 시험을 공직적격성시험으로 바꾸었고, 올해부터는 행정고등고시도 이 같이 개편했습니다.
과거 시험은 학과 과목에 대해 성적을 매기는 것이었는데, 이게 훌륭한 공무원을
선발하는 제도라는 객관적 근거가 없습니다. 모든 일에는 필요한 전문지식과 덕목이
있는데, 지금까지는 막연히 국사·헌법·경제학 등 몇 과목을 선발 기준으로
삼았던 것이죠. 중앙인사위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직적격성시험을 고안해
언어영역·자료분석영역·상황판단능력 등 3가지를 측정하고 있습니다.
공직자로서 언어 구사는 잘하는가, 자료와 통계를 어떻게 분석하고 해석하는가, 마지막으로
판단 능력은 있는가를 평가하는 것입니다.
2차 시험의 경우 당분간은 학과목 성적을 기준으로 측정하겠지만 어떻게 바꿀지
연구하는 중입니다. 이와 함께 올해부터는 면접시험을 좀 더 강화할 계획입니다.
공무원도 조직인인 만큼 품성, 직무에 대한 충성심, 성실도 등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과거 5~10분에 불과하던 면접 시간을 올해부터는 40분으로 크게 늘렸습니다.
”
최근 일부 언론에서는 참여정부의 인사에 대해 ‘낙하산’ 시비를 하고 있다.
정부나 산하 기관에 외부 인사가 임명됐다고 해서 무차별적으로 낙하산 인사라고
비판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창현 위원장은 단호하게 반박했다. 조 위원장은 “축구선수가
볼을 잘 차면 되지 어디 출신이냐는 중요하지 않다”며 “이제 우리 사회에서 부정적으로
사용되던 ‘낙하산 인사’라는 용어는 용도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지역 인재 추천 채용제(인턴제) 도입”[/B]
“정부
산하 기관장이나 임원에 외부 인사가 임명됐을 때 낙하산 인사라고 비판하는데, 자질과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단지 외부 인사라는 출신 배경만 문제삼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생각입니다. 정부 산하 기관장은 국가 예산의 지원을 받아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 기능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때문에 국정철학에 맞는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참여정부는 출범 이래 퇴직공무원이 정부 산하 기관에 부적절하게
재취업하는 관행을 근본적으로 혁신해 나가고 있다는 것을 국민이 잘 알고 있잖습니까?
정부는 민간기업과 달리 국민의 위임을 받아 일합니다. 국가와 국민에 대해 무한책임을
져야 합니다. 때문에 대통령은 국가가 처한 수요와 국민 여망에 부응하기 위해 인사혁신을
하고, 필요할 경우 외부에서 인재를 수혈하기도 합니다. 다만 해당 인사가
그 조직이 직면한 도전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국가 인재 발굴과 육성을 위해 중앙인사위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있습니까?
“과거의
인사 관리는 ‘공정한 채용’에 치중해 채용한 후 인재를 양성하는 데 다소 소홀했던
측면이 있습니다. 정부 인적자원 육성은 비용이 아닌 ‘핵심 자본에 대한 투자’로
봐야 합니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먼저 개인별 경력개발제도(CDP)와 연계한 ‘장기적
관점의 인력계획(Workforce Planning)’을 마련했습니다. 채용, 보직관리, 교육훈련
등과 관련한 시스템을 중앙인사위가 시범적으로 도입한 후 각 부처에도 보급할 계획입니다.
이론 중심의 강의식 교육을 지양하고 공무원의 문제 해결 능력을 높일 수 있도록
교육 내용과 방식을 현장 중심으로 대폭 혁신하고 있습니다. 또 공무원에게 충분한
자기계발 기회를 갖도록 개인별로 연간 100~200시간 정도를 학습활동에 투자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도화할 계획도 있죠.”
[SET_IMAGE]4,original,right[/SET_IMAGE]-위원장께서는 지역 인재의 균형
있는 등용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공무원 채용은 학력,
전공 분야에 대한 제한 없이 누구에게나 동등한 기회를 부여해야 합니다. 다만 다양한
행정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선발할 수 있도록 특별채용을 활성화하는
등 충원 경로를 다양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부터 지역 인재 추천 채용제(인턴제)를
도입해 정상적인 대학생활을 통해 교양과 전공 교육을 우수하게 마친 학생에게 공직
진입의 기회를 부여할 계획입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전국 대학 졸업자와 졸업예정자
중 학업성적이 우수한 인재를 학교장의 추천을 받아 서류전형과 공직적격성테스트(PSAT),
심층면접 등을 거쳐 수습직원으로 선발합니다. 3년여의 수습을 거쳐 자질이 검증되면
일반직 6급 이하 공무원으로 임용합니다. 이 제도가 정착되면 지방대 출신 우수 인재들에게
공직 진출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봅니다.”
-정부에서 성과주의 인사제도 도입이 확산하고 있는데, 성과관리를 어떻게
공직사회에 적용해 나갈 계획입니까?
“위원회는 선진국 정부의 선례를 참고해
우리에게 맞는 성과관리 시스템인 ‘직무성과계약제’를 개발해 올해 전 부처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이 제도는 크게 두 가지 특징이 있는데, 첫째는 성과관리 과정에 관리자들의
책임성을 강화했습니다. 즉, 한 해 동안 어떤 목표를 추진할지, 그 성과는 어떻게
측정할지를 평가자와 피평가자가 면담을 통해 합의하고, 평가 과정에서도 면담을
통해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두번째는 조직의 목표와 개인의 목표를 연계하는
것입니다. 이는 공무원 개개인은 열심히 일하는데 전체적으로 국민에게 보여줄 성과가
별로 없게 되는 문제를 막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RIGHT]윤길주 기자[/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