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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분해를 공공연히 드러내는 작품을 ‘삭는 미술’이라는 이름으로 묶어 소개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소멸의 시학: 삭는 미술에 대하여’전은 인류 활동이 지구 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초래한 총체적 위기 속에서 미술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짚는다. 전시는 ‘서막’과 1막 ‘되어가는 시간’과 ‘막간’, 2막 ‘함께 만드는 풍경’으로 구성됐다. 서막에서는 그림이라는 매체가 지닌 필연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고 붓질을 이어가는 작가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1막은 다양한 방식으로 삭아가는 작품으로 채워졌다. 작품은 하나의 물질적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이행하는 과정을 관객과 공유한다. 이는 변화의 시간을 쇠락이나 파괴가 아닌 또 다른 생성의 가능성으로 읽어내길 제안한다.
막간은 전환의 장이다. 미술관 건물 중정인 전시마당에 풀을 뭉쳐 만든 작품과 흙을 다져 만든 작품을 설치했다. 겨울에서 봄으로 계절이 바뀌는 동안 작품은 서서히 형태를 잃는다. 그러나 허물어진 자리에는 새싹이 움트며 소멸은 다시 생성으로 이어진다. 2막에서는 인간이 아닌 다양한 존재가 함께 호흡하며 빚어내는 풍경을 보여준다. 가령 천, 항아리, 마른 꽃, 곤충, 곰팡이가 어우러져 공간을 변화하는 댄 리(Dan Lie)의 작품은 미술관을 살아있는 생태계처럼 바꿔간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촉지도’를 제작해 작가들이 사용하는 재료를 시각뿐 아니라 촉각으로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배우 봉태규가 재능기부로 오디오가이드에 참여했다.
기간 ~5월 3일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두껍아 두껍아: 집의 시간
제19회 베네치아 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귀국전이다. 건립 30년을 맞은 한국관 건축을 되짚고 2025년 이탈리아 베네치아 현지에서 펼쳤던 전시를 재구성했다. 전시의 숨은 화자인 두꺼비는 변화와 재생을 상징하는 존재로 자르디니공원이 품은 오랜 역사를 환기한다.
기간 ~4월 5일
장소 아르코미술관 제1·2전시실
삽량(歃良), 위대한 양산
금관총 금관(국보)을 비롯한 황금 장신구가 처음으로 양산에서 전시된다. 신라의 정치ㆍ문화적 확장 속에서 삽량(현 양산 지역)이 지녔던 위상과 지역 거점으로서의 역할을 소개한다. 특히 최초로 선보이는 양산 북정리 고분군 7ㆍ9호분 출토 유물을 통해 당시 지배층의 성격을 가늠해볼 수 있다.
기간 ~5월 3일
장소 경남 양산시립박물관 2층 특별전시실

ACC NEXT 아시아 신진 작가전
역량 있는 아시아 신진 작가를 발굴·지원하고 그 성과를 한자리에서 선보이는 전시다. 사회적 불안과 역사적 사건, 개인의 기억 등 다양한 주제를 통해 오늘날 아시아 사회가 공통적으로 마주한 현실과 고민을 담아낸다. 이를 바탕으로 동시대 아시아의 현재를 다층적이고 입체적인 시선으로 조망한다.
기간 ~3월 29일
장소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복합전시5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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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에 갇힌 배우
‘삼매경’에 뛰어들다
한국 낭만주의 희곡의 출발점으로 평가받는 함세덕의 ‘동승’이 이철희 연출의 재창작을 통해 ‘삼매경’으로 무대에 오른다. 단순히 재연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작품이 품고 있던 철학적 질문과 실험을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사유하게 한다.
‘삼매경’은 연극적 상황에 극단적으로 몰입한 한 배우의 의식을 따라간다. 그가 물아일체의 경지에 이르는 과정을 서사의 축으로 삼는다. 35년 전 맡았던 역할을 실패로 기억하며 그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연극의 시공간에 갇혀 있는 인물이다. 그는 결국 저승길에 올라 삼도천으로 뛰어들고 과거와 현재, 연극과 현실이 뒤섞인 기묘한 삼매경을 경험한다.
이철희 연출은 “특정 인물의 이야기가 아니라 삶을 수행하듯 견디고 버텨온 모든 사람의 내적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존재로 살아가며 겪는 실패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삼매경은 이를 극복하는 영웅담을 그리기보다 자신의 존재를 감당하려는 태도에 주목했다. 배우들은 맡은 인물을 연기하는 데서 더 나아가 ‘언 땅에 부는 초록’, ‘고군분투하며 흐르는 시냇물’, ‘바람의 울리는 풍경’ 같은 자연의 이미지를 온몸으로 표현한다. 절제된 움직임과 시적인 언어, 반복과 변주의 리듬이 무대 위에 쌓이고 관객은 천천히 작품에 스며든다.
기간 3월 12일~4월 5일 장소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
PANIC IS COMING
이적과 김진표, 듀오 ‘패닉’이 20년 만에 단독 콘서트로 돌아온다. ‘달팽이’, ‘왼손잡이’, ‘UFO’ 등으로 대중음악계에 강한 인상을 남긴 두 사람은 실험적 사운드로 대중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번 공연에서는 대표곡을 중심으로 패닉의 음악적 궤적을 압축해 선보일 예정이다.
기간 4월 16~19일
장소 LG아트센터 서울
마사야 카메이 피아노 리사이틀
2022년 롱티보 국제 콩쿠르 우승자 마사야 카메이가 연주자이자 작곡가로서의 면모를 선보인다. 슈만과 라흐마니노프 작품과 더불어 자작곡 ‘세 개의 에튀드’를 연주하며, 오랜 시간 축적해 온 음악적 질문과 경험이 담긴 그만의 언어를 들려줄 예정이다.
일시 4월 4일 저녁 8시
장소 롯데콘서트홀

불란서 금고
밤 12시 은행 건물 지하에 정전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고 모여든 강도 다섯 명의 욕망을 담은 블랙코미디다. 장진 작가가 10년 만에 내놓은 코미디 작품으로 특유의 빠른 전개와 촘촘한 대사,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상황 전환이 긴장과 웃음을 끌어올린다.
기간 ~5월 31일
장소 NOL 서경스퀘어
극장의 시간들
이종필ㆍ윤가은ㆍ장건재 감독이 만든 세 편의 단편으로 이뤄진 앤솔러지 영화다. 함께 웃고 울며 시간을 쌓아온 극장과 영화에 보내는 ‘시네마 러브레터’다. 관객과 감독, 배우 등 다양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해 극장이라는 공간이 지닌 예술적ㆍ사회적 의미를 되짚는다.
개봉일 3월 18일
메소드연기
배우 이동휘가 ‘이동휘’를 연기한다. 코미디로 유명해졌지만 코미디가 하기 싫은 ‘웃기는 배우’ 이동휘가 진정성 있는 연기로 인정받기 위해 역할에 과몰입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실제와 허구를 오가는 설정이 작품의 재미를 더한다.
개봉일 3월 18일
이근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