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이다. 올해 겨울, 미세먼지가 몰고 온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다.
눈을 뜨자마자 앱으로 미세먼지 예보를 확인하는 게 일상이다. 마스크는 ‘생존 필수템’이 된 지 오래. 새해 들어 미세먼지가 연일 ‘나쁨’ ‘매우 나쁨’ 수준을 보이자 사람들 사이에선 “숨 좀 제대로 쉬고 싶다” “외출을 자유롭게 해보고 싶다” “전쟁이 따로 없다”는 말이 나온다.
올해 첫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는 1월 13일 발령됐다. 이날 수도권(서울·인천·경기)에 내려진 비상저감조치는 14~15일 수도권을 포함해 부산, 대전, 세종, 충남, 충북, 광주, 전북 10개 시도로 확대됐다. 수도권의 경우 사흘 동안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건 2017년 비상저감조치 도입 이후 처음이었다.
특히 1월 14일 한반도를 에워싼 초미세먼지 농도는 2015년 정식 예보가 시작된 이래 가장 심각한 수준이었다. 대기오염도 정보를 제공하는 에어코리아(한국환경공단) 자료를 보면, 이날 저녁 8시 기준 서울의 초미세먼지(PM2.5) 일평균 농도는 126(이하 ㎍/㎥), 경기 124, 세종 106 등이다. 인천과 충북, 충남도 각각 104, 117, 108로 전국적으로 매우 높았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자 범정부 차원의 총력전이 선포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1월 22일 국무회의에서 “지난주 유례없이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이 많아 국민이 큰 고통을 겪었다”며 “그 답답함을 속 시원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어 참으로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했다. 또한 “미세먼지 문제를 혹한이나 폭염처럼 재난에 준하는 상황으로 인식하고 대처해야 한다. 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시도하고,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휘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미세먼지는 부지불식간에 체내에 쌓여 호흡기 질환을 악화시키고 암, 조산, 치매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미세먼지 문제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다.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선 다양한 연구 개발과 시도가 필수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1월 22일 국무회의에서 고농도 미세먼지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인공강우, 고압 분사 등 새로운 방안도 연구 개발해서 경험을 축적하고 기술을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드론 등 첨단 장비로 고농도 대기오염물질 배출 산업단지를 점검하고, 인공강우 실험을 하는 것도 미세먼지 감축 연구 및 시도의 일환이다.
2016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대기오염물질 배출업체는 5만 7500여 개다. 이 중 대기오염물질을 연간 10톤 이하로 발생시키는 소규모 업체는 5만 2004여 개에 이른다. 그동안 이런 소규모 업체는 업체 수 대비 단속 인력 부족 등으로 불법 배출 현장을 적발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지난해부터는 현장에 드론 등 첨단 장비가 동원되고 있다.
“굴뚝 연기 나오는 거 보이죠? 이 드론이 저쪽으로 날아가서 성분을 채취해올 겁니다. 보세요.” 1월 29일 인천시 서구 환경로 종합환경연구단지(이하 연구단지) 내 국립환경과학원 공터. 박정민 공업연구관(국립환경과학원 기후대기연구부 대기공학연구과)이 공터 옆 파워플랜트 동 굴뚝을 가리켰다. 하얀 연기가 뭉게구름처럼 뿜어 나오고 있었다.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자들이 각각 환경측정 드론, 대기오염 이동측정 차량, 광학가스이미징(OGI) 카메라로 미세먼지 배출사업장을 감시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곽윤섭 기자
150m 상공, 30개 오염물질 실시간 측정
‘시료 채취백’(이하 채취백)을 단 드론이 굴뚝 가까이 올라간 건 2시 15분경. 약 15분간 굴뚝 주변을 맴돌던 드론은 2시 30분경 부풀어 오른 채취백을 달고 지상으로 내려왔다. 류성민 전문위원(국립환경과학원 기후대기연구부 대기공학연구과)이 드론에 달린 채취백을 떼어내 ‘대기오염 이동측정차량’(이하 측정차량)으로 달려갔다. 국립환경과학원 대기공학연구과 직원들이 드론을 활용해 고농도 미세먼지 배출사업장 점검을 시연했다.
측정차량 내 이동형 질량분석기(이하 분석기)에 채취백을 장착하자마자 노트북 화면에 그래프가 나타났다. 채취백 속에 담긴 기체 물질 성분을 분석하는 그래프다. 드론이 지상에 내려온 지 30초도 안 된 상황이었다. 류 위원은 이 분석 시스템을 두고 ‘실시간’이라고 표현했다. “보세요. 이렇게 어떤 성분이 있는지 바로바로 나옵니다. 이 물질에는 메탄이 100ppb, 암모니아가 50ppb로 높은 편이네요.”
채취백을 달고 굴뚝 주변을 맴돈 드론의 이름은 ‘환경측정 드론’(이하 측정 드론)이다. 일반 촬영용 드론과는 차이가 있다. 물질 측정 센서 및 카메라가 장착돼 사업장 굴뚝 등에 가까이 가면 고농도 오염물질의 농도를 측정할 수 있다. 150m 상공에서 30여 개 오염물질(질소산화물, 암모니아, PM, VOCs 등)을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어 넓은 공업단지나 사람이 일일이 접근하기 어려운 시설의 오염도를 측정할 수 있다.
미세먼지 등 오염물질을 잡는 첨단 장비는 하늘에만 있는 게 아니다. 박 연구관은 “측정 드론과 함께 하나의 팀처럼 움직이는 장비가 두 개 더 있다. 그중 하나가 측정차량”이라고 설명했다. 하늘에서 드론이 오염물질을 감시하면 지상에서는 측정차량이 산업단지 등을 다니며 대기오염물질 배출업체를 감시한다. 차량에 단 분석기는 특정 지역을 지나가기만 해도 일대 대기오염 현황을 파악해준다. 시료 채취 및 전처리 과정 없이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및 유해대기오염물질을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자들이 각각 환경측정 드론, 대기오염 이동측정 차량, 광학가스이미징(OGI) 카메라로 미세먼지 배출사업장을 감시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곽윤섭 기자
눈으로 볼 수 없는 물질 찍는 카메라도 지난해부터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 한강유역환경청 환경감시단 등은 측정 드론과 측정차량 등 첨단 장비를 활용해 오염물질 배출 실태를 살피고 있다. 환경감시단이 오염물질 배출 사업장을 탐색해 불법행위 소지가 있음을 포착하면 채취 드론을 띄운다. 사업장 주변 상공에 띄운 드론이 물질을 채취하면 곧장 측정차량에서 현장 분석이 이루어진다. 문제가 발견되면 환경감시단 단속반이 투입돼 폐기물 불법소각 등을 적발한다. 지난해 측정 드론과 측정차량을 이용해 12일 동안 전국 6686개 업체(하루 평균 557개 업체) 오염물질 배출 실태를 확인하는 등 지도·감시에 효율성이 높아졌다. 그 결과 총 75개 업체가 불법행위로 적발됐다.
박 연구관은 “어떤 지역에서는 측정차량이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단속 효과가 생기기도 한다”고 했다. 오전에는 톨루엔(시너 냄새가 나는 불용성 액체) 농도가 너무 높아 걱정을 했거든요. 그런데 오후에 다시 가보니 농도가 뚝 떨어졌더군요. 측정차량이 지나가는 거 보고 공장 측에서 먼저 문을 닫아버린 거죠.”
“이 카메라 한번 보시겠어요? 아까 오염물질 잡는 한 팀이 있다고 했죠? 측정 드론, 측정차량에 이어 이 카메라까지 하면 한 팀이 됩니다.” 박 연구관이 공터 한쪽에 세워둔 카메라를 가리켰다. 언뜻 평범한 디지털카메라처럼 보이지만 이 카메라는 육안으로 볼 수 없는 물질을 표시해 보여준다. 휘발성유기화합물 등 가스상 물질의 촬영이 가능한 광학가스이미징(OGI) 카메라다. 박 연구관은 “플레어 스택(배기가스연소탑 또는 배기가스연소기라 부르는 시설) 등 안전상 문제로 접근하기 어려운 배출원도 모니터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미세먼지 현상을 규명하는 데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미세먼지 ‘관리’, 즉 ‘저감’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드론 등 첨단 장비로 산업현장을 감시하는 것도 그 일환이죠.”
비를 인공적으로 내리게 하는 ‘인공강우 실험’은 주로 가뭄 해소 방안으로 연구됐다. 그동안 인공강우 실험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온 국립기상과학원은 2017년 말 기상항공기 도입 이후 인공강우 실험으로 일부 지역에서 강수가 증가하는 현상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인공강우를 통해 미세먼지를 씻어버릴 수는 없을까?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자들이 각각 환경측정 드론, 대기오염 이동측정 차량, 광학가스이미징(OGI) 카메라로 미세먼지 배출사업장을 감시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곽윤섭 기자
구름씨앗 1시간 동안 24발 발사
1월 25일 기상청과 환경부가 합동으로 실시한 인공강우 실험은 이 질문에서 비롯된 미세먼지 저감 시도 중 하나다. 실험에는 항공기, 선박, 이동관측차량, 도시 대기 측정망 등 다양한 기상 장비와 환경 장비가 활용됐다.
오전 8시 52분 기상항공기가 김포공항을 이륙했다. 1시간 뒤 전북 군산 남서쪽 120km 지점에 다다른 기상항공기(킹에어 350)는 구름 속에 들어가 구름 모양 등을 관찰했다. 인공강우 물질인 요오드화은(AgI)을 살포하기 위해서였다. 구름에서 비가 내리기 위해서는 구름 속 강수 입자가 성장해 빗방울이 형성돼야 한다. 인공강우는 구름 속 강수 입자를 인위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구름씨앗(인공강우 물질)을 살포해 비가 내리게 하는 기술이다. 이때 구름씨앗으로는 실제 구름씨앗과 구조가 유사한 요오드화은, 염화나트륨 등 흡습성 물질(물방울을 결집해 구름씨앗으로 작용)을 사용한다.
10시 13분 기상항공기는 영광 북서쪽 약 110km, 서해 1.5km 상공에서 양쪽 날개에 달린 구름씨앗인 요오드화은을 각 1발씩 동시 살포하기 시작했다. 약 1시간에 걸쳐 살포한 요오드화은은 총 24발. 11시 7분 기상항공기에 탑승한 연구자들은 구름·강수 입자 변화 등을 관측하느라 분주해졌다. 해상에 뜬 관측선 기상 1호와 지상에 대기한 모바일 관측차량에서도 날씨 상태와 기온, 습도, 미세먼지 농도 변화 등을 살피느라 바빴다.
실험은 성공일까, 실패일까? 기상청은 “인공강우 실험은 지상 강수 관측 여부로 단순히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기보다는, 인공강우 물질 살포로 구름 내부의 구름과 강수 입자 성장과정을 이해해 지상 강수량 증가를 위한 과학적인 성과를 쌓아가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강수 수준은 아니지만 안개비 관측
이번 실험은 향후 인공강우 실효성 확보를 위한 노력의 출발점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유의미한 강수가 기록되진 않았지만 구름 입자 크기 변화와 약한 안개비가 육안으로 관측됐다는 점에서는 유의미한 결과도 도출됐다. 강수로 관측될 수준은 아니었지만 영광 지역에 위치한 모바일 관측차량에서 수 분 동안 약한 안개비 현상이 있었고 기상 선박 주위 해상에 비를 포함한 구름도 목격됐다.
실험 이후 기상항공기에 장착된 구름물리 측정장비(구름 입자 및 강수 측정기)를 통해 구름 내부에서 강수 입자 크기가 증가한 것도 확인됐다. 기상청은 정밀 분석을 거쳐 상세한 분석 결과를 2월 말에 발표할 예정이다. 김종석 기상청장은 “인공강우 기술을 활용한 미세먼지 저감기술을 확보하려면 다양한 조건에서 지속적으로 연구해야 한다”며 “실험 성공 여부를 떠나 지속적인 기술 축적으로 인공강우를 실용화하는 날을 앞당기겠다”고 했다.
김청연 기자
측정 기준 나라별로 다른 이유 “미세먼지 측정 기준이 왜 나라별로 달라요?” 미세먼지 환경·예보 기준과 관련해 사람들이 많이 하는 질문이다. 미세먼지 환경기준은 국민 건강에 끼치는 영향, 국제 기준, 오염도 현황, 달성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설정되는 정책 목표치다. 국가별로 자국 상황을 고려해 정하고 있으며 목표치를 달성하면 기준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 잠정목표 및 권고기준(PM2.5·지름이 2.5㎛보다 작은 미세먼지, 표1 참고)을 잠정목표 1~3단계 및 권고기준, 이렇게 네 가지로 나눠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1년부터 WHO의 잠정목표 2단계를 채택했다. 이는 미국이 2006년부터 미세먼지(PM2.5) 환경기준을 일평균 35㎍/㎥로 강화한 것에 비하면 낮은 기준치였다. 우리나라 미세먼지(PM2.5) 환경기준 강화에 대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환경부는 연구 용역 및 공청회 등을 거쳐 환경기준을 단계적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그 결과 2018년 3월 27일부터 국내 미세먼지(PM2.5) 환경기준은 WHO의 잠정목표 및 권고기준(PM2.5) 중 잠정목표 3에 해당하는 일평균 35㎍/㎥, 연평균 15㎍/㎥(표2 참고)로 강화됐다. 이는 미국, 일본과 같은 수준이다.
예보 기준도 강화됐다. 미세먼지 ‘나쁨’ 예보의 경우, 기존 일평균 51~100㎍/㎥에서 36~75㎍/㎥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2017년 미세먼지 측정치 기준으로 볼 때 ‘나쁨’ 예보 일수는 12일에서 57일로 늘어났다. ‘매우 나쁨’ 예보 일수도 이틀 발령됐다.
2018년 7월에는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미세먼지(PM2.5) ‘주의보’와 ‘경보’ 기준도 바뀌었다. 주의보 기준은 90㎍/㎥에서 75㎍/㎥로, 경보 기준은 180㎍/㎥에서 150㎍/㎥로 크게 강화됐다.
환경부는 “미세먼지 환경기준과 예·경보 기준 강화는 좀 더 적극적, 선제적 알림을 통해 민감 계층을 중점적으로 보호하려는 의미”라며 “환경기준은 관련 대책 추진에 근간이 되므로 실질적 감축 효과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했다.
▶출처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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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