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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끓이게 가스레인지 위에 물 좀 올려놓아다오.” 엄마가 딸에게 부탁했단다. 얼마 뒤 엄마가 가스레인지 있는 데로 가보았더니 그냥 라면을 끓이는 조그만 솥에 물만 올려놓았더란다. “얘야. 왜 가스레인지 불은 안 켰니?” 그랬더니 딸의 대답이 이랬더란다. “엄마가 물 올려놓으라 했지 불까지 켜라고 하지는 않았잖아.”
이야기를 전하는 분은 요즘 아이들은 도무지 언어의 이중적 구조, 숨은 뜻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한탄하고 있었다. 그건 그러하다. 요즘 젊은이들은 담백하다. 무슨 일이든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반응한다. 옛날 분들처럼 이중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의심하는 법도 없다. 그것이 요즘 젊은이들의 특성이다.
그것은 그렇게 나쁜 일인가? 그건 결코 나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개탄하거나 비난할 일도 아니다. 그냥 하나의 현상으로 보면 된다. 과거의 젊은이들은 그럴 만해서 복선으로 사안을 받아들였고 요즘 젊은이들은 그들의 삶이나 환경이 그럴 만해서 단선으로 받아들이는 것뿐이다.
우리 말에 ‘틀리다’와 ‘다르다’가 있다는 걸 우리는 안다. 하지만 그 두 말을 분명히 알고 언어 현실이나 삶의 현장에 적용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다. 틀리다는 ‘맞다’나 ‘옳다’와 맞서는 말이고 다르다는 ‘같다’와 맞서는 말이다. 당연히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말이다.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말대로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 했으니 언어의 해석이 다르면 현상이 달라지게 돼 있다. 이것은 다만 언어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삶의 문제이고 인생의 문제다. 우리는 흔히 자기 자신과 다른 경우에는 무조건 틀렸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다른 것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우선은 틀리다와 다르다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고는 나와 다른 것을 인정하면서 그와 더불어 존재하는 것을 또 인정해야 한다. 그러할 때 나와 다른 쪽도 나를 인정할 것이다. 다른 것을 틀리다로 받아들일 때 흑백논리가 나오고 파당이 심화되고 ‘내로남불’ 또한 존재한다.
요즘 젊은 친구들이 제일 싫어하는 말이 “라떼는 말이야”라고 한다. 본래는 ‘뜨거운 우유를 탄 음료수’의 이름이 ‘라떼’인데 어른들이 ‘나 때는 이러고 이랬는데’ 하는 식으로 말을 자주 해서 저들이 즐겨 마시는 라떼까지 싫어하게 됐노라는 사연이다. 농담 같지만 새겨들을 말이다.
그런가 하면 ‘젊은 꼰대’란 말도 있다. 꼰대란 ‘권위적 사고를 지닌 어른을 가리키는 은어’인데 뜻밖에도 젊은 사람들 가운데에 그런 경향의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것이다.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나이 든 분이든 젊은 분이든 틀리다와 다르다를 잘 구별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나태주 시인_ 풀꽃 시인. 한국시인협회장. 100여 권의 문학 서적을 발간했으며 충남 공주에서 풀꽃문학관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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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