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엔 병원이 북새통이다. 환절기 질환이 기승을 부리는 탓도 있지만 연말 연초에 몰려 있는 가족 모임의 스트레스가 해소되지 않아 후유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오래간만에 만나는 형제자매나 시가, 처가 식구들처럼 한발 떨어진 가족관계에서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잦다. 예민한 사람은 전문적인 치료를 해야 하는 신경증으로 악화해 오랜 시간 고통받기도 한다.
나에게도 낯선 친척들과 만남은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또래 친척들과 외모나 공부, 친구 관계까지 모든 일상이 낱낱이 파헤쳐지고 비교 대상이 됐다. 한 번도 비교에서 우위에 있던 적이 없던 나는 상대를 빛내주는 곁들이가 될 뿐이었다. 성인이 된 뒤로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너도 빨리 취직해서 사람 노릇을 하며 살아야지.” “○○은 좋은 데 취업해서 연봉이 얼마라던데.” 경제적으로 독립하기 전까지 친척 어른들은 녹음기처럼 같은 말을 반복했다. 모임의 불편한 경험은 내가 어린 조카들을 돌봐야 할 나이가 돼서야 끝날 수 있었다.
가족 간의 유대를 확인해야 할 모임이 불화의 원인이 되는 이유는 가족에 관한 몇 가지 잘못된 생각이 마음속에 붙박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다음 네 가지 생각이 말과 표정, 행동이 되면 아무리 긴밀했던 가족관계도 금이 가고 무너지기 시작한다. 첫 번째는 오랫동안 만나지 않고 교감하지 않아도 가족이라면 친밀한 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는 안일한 생각이다. 두 번째는 나이가 많으면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하거나 아는 체를 해도 어린 상대가 받아줘야 한다는 권위적인 생각이다. 세 번째는 마음에 드는 가족 구성원은 편애하고 그렇지 않은 상대는 적당히 무시해도 괜찮을 것이라는 편협한 생각이다. 마지막 네 번째는 가족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상식적인 예의나 배려 없이 자신이 편한 대로 행동해도 된다는 무례한 생각이다. 이 네 가지 생각이 서로에 대해 오해하고 원망하게 만드는 문제의 씨앗이 된다.
화목하게 잘 지내는 가족들을 만나보면 이런 편견 없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관심과 소통에서 만나는 횟수는 중요하지 않다. 가끔 보더라도 서로가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공감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소통이 잘 이뤄지는 것이다. 물론 좋은 관계는 혼자만의 힘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내가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상대방이 내 마음을 몰라주고 함부로 대하면 원만한 관계를 이어갈 수 없다. 그렇다고 소통을 위한 시도를 멈춰서는 안된다. 그런 노력이 있어야 상대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하고 상황에 따른 ‘대응 전략’을 짤 수 있기 때문이다. 전략이라고 해서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현실적으로 내가 둘 수 있는 물리적 거리를 두는 것도 좋은 전략이고 상대를 공감하며 용서하고 수용하겠다는 결심을 하는 것도 괜찮은 전략이 될 수 있다. 타인의 사소한 배려가 감동으로 다가오듯이 내 몸과 마음을 향한 관심과 결심도 마음을 치유하는 힘이 된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가학적인 말보다 피할 수 없다면 소통하라는 말이 무너진 가족관계를 회복하고 상처를 치유해줄 마음의 치료제가 돼줄 것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마인드풀링(Mindfuling) 대표이자 ‘마음 찻집’ 유튜브를 운영하며 한부모가정 모임인 ‘그루맘’ 교육센터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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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