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관광 아이디어 경진대회’ 대상 받은 김일수·정유진
해외여행객들로 공항이 매일 북적이고 있다. 국내여행을 한다고 해도 호캉스가 대세다. 희망 관광지에 ‘농촌’은 잘 없다. 여기에 물음표를 단 학생들이 있다. 세종대학교 호텔관광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김일수·정유진·정윤화 씨다. 8월 26일 ‘농촌관광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주인공들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이 주관한 이번 대회는 ‘찾고 머물고 싶은 농촌’을 조성하고자 기획됐다. 2030세대 청년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 발굴을 통해서다. 올해 2회째를 맞이했다. 59개 팀이 출전했고 9개 팀이 수상했다. 심사위원들은 주제 참신성, 내용 완결성, 정책 활용성 등을 전반적으로 평가했다. 8월 7일 1차 서면심사 후 9개 팀을 선정해 8월 22일 발표심사에서 최종 순위를 결정했다.
대상작의 주제는 ‘옥천에 웰(well)일이슈’다. 웰일이슈는 ‘웬일이슈’라는 충청도 사투리에 ‘웰니스(wellness)’를 접목한 단어다. 지방자치단체(옥천군)·직장인·기업의 상생을 목적으로 교류형, 휴식형, 운동형 등의 다양한 웰니스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지역화폐 사용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도 제시했다. 대상 팀은 농림축산식품부장관상과 200만 원을 받았다.
2학년 김일수(21학번) 씨는 “올해 1학기 종강을 앞두고 교수님께서 ‘방학 때 특별한 계획이 없으면 이 대회에 참가해보라’고 해서 뜻이 맞는 친구들과 출전을 준비하게 됐다”면서 “수업시간에 인구소멸위험지역이 많다고 배웠는데 그간 쌓아온 전공지식이 대회 준비에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이들은 여름방학을 대회 준비를 하며 보냈다고 한다. 옥천 일주도 하고 마을 이장(옥천읍 협의회장)과 심층 인터뷰도 했다.
정유진(22학번) 씨는 “농촌 관광이 활성화되지 않는 대표적 이유는 인프라 부족과 교통 문제”라면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농촌으로 유인할 수 있을지를 가장 많이 고민했다”고 했다. 대상 수상자 3명 중 2명을 만나봤다. 정윤화씨는 개인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옥천을 선정한 이유가 뭔가?
정유진 씨(이하 정) 우선 정지용생가, 장령산자연휴양림 등 관광자원이 우수하고 접근성도 뛰어나다. 경부고속도로와 경부선이 지나가는 교통의 요지며 대전과 청주 등 주요 도시와도 가깝다. 농업종사자 비율이 높다는 점도 한몫했다. 인구의 약 10.4%가 농업에 종사한다. 주민 소득창출의 대다수가 농업을 통해 이뤄지고 있으나 고령화로 농업 가능인구는 감소 추세다. 부가수익창출 수단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실제로 옥천의 고령인구 비율은 34.9%로 초고령화 지역이며 국내 소멸위험지역 상위권이기도 하다. 소멸위험지수가 1 이상이면 인구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데 옥천은 0.18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지속가능성이 있는 지역이다. 농촌 신활력 플러스 사업의 일환으로 지속가능한 농업교육과 체험프로그램을 시행 중이고 ‘2024 ESG 코리아어워즈’에서 충북권역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웰니스를 키워드로 삼은 배경은?
김일수 씨(이하 김) 2022년 농촌관광실태조사에 따르면 ‘일상 탈출, 휴식, 치유’가 농촌관광을 하는 가장 주된 동기였으며 모든 연령대에서 웰니스 관광의향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또한 한국관광공사의 ‘2024년 관광트렌드 전망 및 분석 보고서’는 웰니스 관광이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활성화 중이라고 했다. 웰니스가 농촌관광의 동기를 만족시키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한 배경이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주로 해외여행이나 호캉스를 선호하는데 농촌 웰니스 관광의 수요가 있을까?
김 웰니스 하나만으로는 부족한 게 사실이다. 농촌을 찾게 만드는 강력한 유인책으로 직장인의 ‘유급휴가 지급’을 고안한 이유다. 직장인이 옥천에 와서 체험 프로그램을 즐기면 기업에서 휴가를 주는 개념이다. 2003년부터 농촌과 도시의 교류 활성화를 위해 시작된 ‘일사일촌’ 사업에서 착안했다. 기업 내 웰니스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기도 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의 일생활균형지원센터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워라밸 트렌드 키워드 또한 ‘직장 웰니스’였다.

어떤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건가? 기업과 옥천군이 업무협약을 맺는 방식인가?
정 충청북도 권역 내 중소기업과 옥천군이 결연을 맺는 거다. 해당 기업 직원들은 휴일에 옥천군 농촌 웰니스 관광을 체험하고 각 프로그램 인증 구역에서 인증 스탬프를 받는다. 3개 이상의 프로그램 완료 후 스탬프 용지를 옥천군청에 가져가면 군청에서는 회사에 제출할 인증서를 지급해주는 방식이다. 회사에서는 인증서 확인 후 하루 유급휴가를 지원해주면 된다.



체험 프로그램으로는 어떤 것을 구상했나?
김 크게 교류형·휴식형·운동형 프로그램으로 나눴다. 교류형은 지역주민과 참여자들 간의 사회적 교류, 교감 및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도록 했다. 옥천에서 생산된 복숭아와 포도를 활용해 지역주민과 함께 차와 떡을 만드는 다도체험 등이 있다. 휴식형 프로그램은 정신과 신체의 이완을 통한 심신의 재충전 및 일상회복을 목적으로 한다. 일출·일몰 명소로 불리는 옥천 용암사에서 뜨고 지는 해를 보고 족욕을 즐기고 해먹에 누워 밤하늘을 감상하는 일정을 짜봤다. 옥천 지역은 휴경지 증가로 유휴지역 활용의 필요성이 증대됐다. 때문에 운동형 프로그램으로는 지하수로 채워진 논을 풀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구상해봤다. 머드풀장에서 수영도 하고 보트도 타는 거다. 웰니스 프로그램 활동 이후에는 설문조사와 자율신경계 검사를 통한 치유 변화를 파악해 구전 정보 수용 및 확산 또한 꾀할 수 있도록 했다.

재방문 유도를 위한 장치는 뭔가?
정 옥천에서 사용한 금액의 10%를 옥천군 지역 화폐인 ‘향수OK카드’에 적립해주는 방식을 구상했다. 지역화폐는 해당 지역에서만 사용 가능하고 저축을 할 수 없다는 지역순환적 설계로 자금이 밖으로 유출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옥천군을 재방문할 수 있는 유인책이 될 수 있으며 결국 옥천군·기업·직장인의 선순환 구조 속에서 상생할 수 있는 모델이라 생각한다.

마을 이장도 직접 만났다고 들었다.
김 이장님께 무작정 전화를 걸어 “세종대학교 학생인데 이런 대회를 준비 중이다. 만나달라”고 말했다. 흔쾌히 수락했고 옥천 일일 가이드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현재 옥천 관광형태가 자연경관 감상, 유적지 관광 등의 수동적 형태로 이뤄지고 있어 체험·경험 요소를 확충해 능동적 경험을 이끌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옥천 관광객은 중장년층 이상이기 때문에 청년층의 방문 유도가 필요하다는 말도 했다. 큰 도움이 됐다.

대상 수상을 예상했나?
김 예상 못했다. 발표심사 때 교수, 농식품부 관계자 약 10명이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다. 무척 떨렸다. 한 심사위원이 근로자 휴가지원제도의 정책적인 내용과 예산 문제에 대해 질문했는데 답을 잘 못했다. 시범사업을 통해 보완해나가겠다고 했다. 스스로 미흡했다고 생각해서 대상은 못 타겠다 싶었다. 그런데 상을 받게 됐다.

상금 200만 원은 어디에 쓸 예정인가?
정·김 우선 이장님께 선물을 보내드릴 생각이다. 나머지는 관광시장에서 소비하면서 다양한 경험과 아이디어를 얻는 기회로 활용하겠다. 특히 여러 소멸위험지역을 찾아다니며 쇼트폼(짧게 편집해 올린 동영상)을 제작해 이들 지역을 홍보할 수 있었으면 한다.

호텔관광경영학과 졸업 후 진로 계획은?
정 관광마케팅에 관심이 많다. 최근 ‘에어비앤비 아카데미’라는 산학협력 장학 프로그램 수업을 들으며 공유숙박에도 관심이 많이 생겼다.
김 서비스직, 특히 호텔업을 생각 중이나 확정한 것은 아니다. 호텔관광경영학과는 졸업 후 두 개의 학위를 받는다. 경영학사와 호텔관광경영학사다. 전공 수업도 회계, 경제, 경영을 모두 배우기 때문에 진로 선택의 범위가 넓은 편이다.

국내 관광 활성화를 위해 제언한다면?
김 젊은 세대 공략을 위해서는 소셜마케팅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멋진 여행 사진과 영상을 보면 자연히 가고 싶어진다. 요즘은 쇼트폼이 관광매력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수단인 듯하다. 앞으로 전공수업을 열심히 듣고 다양한 여행 경험도 해보면서 국내 소멸위험지역을 살릴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꾸준히 강구해보겠다.
정 요즘 사람들은 진정성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나고 그 과정에서 현지인의 삶 안에 들어가보길 원한다. 이때 타인의 삶의 공간을 침범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진정성을 찾는 경로를 새롭게 구상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해봤다. 지속가능한 국내 관광을 위해서는 관광과 일상이 공존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해보인다. 관광은 부가가치가 상당히 높은 사업이다. 이번 대회처럼 젊은 세대들의 아이디어를 통해 국내 관광의 상품성을 높이는 기회도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