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로스증후군
최근 영화배우 유해진이 반려견을 떠나보내고 3년간 후유증을 앓았다고 고백했다. 그와 마찬가지로 반려견을 잃고 정신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반려인이 늘고 있다. 일명 ‘펫로스증후군(Pet Loss Syndrome)’이라고 한다.
KB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를 보면 2022년 말 기준 반려동물을 기르는 반려가구는 552만 가구다. 수적 증가뿐 아니라 입양부터 양육, 장례까지 가족에 준하는 책임감으로 돌보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반려가구의 81.6%가 ‘반려동물은 가족의 일원’이라고 여기고 있는 만큼 반려동물과의 사별로 인한 슬픔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제는 이것이 오래 지속됐을 때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2023년 9월 경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운선 교수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JKMS’에 발표한 결과 반려동물 상실 경험이 있는 137명 중 절반 이상이 심각한 수준의 상실감과 불안장애, 불면증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지속적인 심리적 부적응을 초래하는 병리적 슬픔 반응 수준을 측정하는 검사(ICG)에서 25점을 초과했는데 이는 중등도 이상의 심리적 문제를 겪고 있다는 의미다. 박종석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는 “보호자로서 반려동물을 잘 돌보지 못했거나 제때 병원에 데려가지 못해 사망했을 수 있다는 미안함으로 오랜 시간 자책하는 경우가 있다”며 “비언어적 소통을 하는 관계였기 때문에 내 마음을 마냥 공감해주는 ‘특별한’ 가족을 상실했다는 점에서 아픔의 깊이가 더욱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학범 수의사가 집필한 ‘반려동물과 이별한 사람을 위한 책’에 따르면 ▲극심한 우울감, 죄책감, 불안감을 경험한다 ▲쉽게 잠들지 못하고 중간에 깨어난다 ▲쉽게 무기력감이나 피로감을 느낀다 ▲일상생활이나 직무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식욕이나 체중에 큰 변화(1개월 동안 5% 이상)가 생겼다 ▲죽음이나 자살을 자주 생각한다 ▲사별 순간에 대한 기억이 자주 떠올라 힘들다 ▲예민하고 긴장된 상태인 경우가 많다 ▲자신, 타인, 세상에 대한 부정적 신념이 생겼다 ▲사별을 떠올리게 만드는 장소, 사람, 대화를 피한다 중 5개 이상이 해당되면 펫로스증후군을 의심해볼 수 있다.
펫로스증후군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박 교수는 온전히 슬퍼하고 건강하게 이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슬픈 감정을 억지로 외면하거나 누르기보다 충분히 느끼고 드러내는 것이 좋다. 추억을 돌아보고 기념할 수 있는 기록물을 만들거나 추모의식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같은 경험을 가진 반려인들과 소통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주변에서 정서적으로 지지하고 감정을 나눌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상실감에 매몰되는 일을 피할 수 있다.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다면 이들이 언젠가 세상을 떠날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이근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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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