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3일 국내 개봉한 대만 리안 감독의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의 원작소설이다. 영화가 흥행하면서 원작소설도 덩달아 관심이 치솟아 국내 베스트셀러로 올라섰다. 이 책은 2001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출간됐고, 이듬해 영국의 ‘부커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이 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이 책은 전 세계 40개 언어로 번역됐으며, 국내에는 2004년 소개됐다.
<파이 이야기>는 인도 폰디셰리동물원 사육사의 열여섯 살 난 아들 파이 파텔의 이야기다. 파이는 힌두교·기독교·이슬람교를 모두 믿는 소년이다. 파이의 아버지가 캐나다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파이네 가족은 짐을 꾸려 동물들과 함께 화물선에 오른다. 그러나 끔찍한 난파 사고가 일어난다. 눈을 떠보니 파이는 부상당한 얼룩말, 점박이 하이에나, 배멀미를 일으킨 오랑우탄, 그리고 리처드 파커라는 이름의 벵골호랑이와 함께 작은 구명보트에 남겨졌다.
하이에나는 리처드 파커를 제외한 모든 동물을 먹어 치웠다. 리처드 파커는 그 하이에나를 잡아먹었다. 파이는 살아남기 위해 모든 동물학적 지식과 기지, 그리고 신앙까지 동원한다. 소년은 227일간 벵골호랑이와 단 둘이 구명보트를 타고 망망대해에서 사투를 벌인다. 위로는 폭풍우가 쏟아지고 배 밑의 태평양에는 상어 떼가 있다. 유일한 동반자는 몸무게가 200킬로그램이 넘는 사나운 벵골호랑이다.
무명이었던 캐나다 작가 얀 마텔은 이 작품을 집필하기 위해 인도 남부의 모든 동물원을 찾아다니며 직접 답사했다. 힌두 사원과 교회, 이슬람 회당을 찾는 등 거의 반년의 시간을 인도 현지조사에 바쳤다. 저자는 “수많은 동물과 수많은 종교가 공존하는 인도가 이 소설을 만들어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파이 이야기>는 한 소년의 성장과정을 그린 소설이기도 하다. 온화한 부모님 밑에서 행복하게 자라던 소년은 망망대해에 홀로 조난당한 채 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 과정에서 끝없는 절망과 공포, 처절한 고독을 경험한다. 마침내 육지에 다다랐을 때는 이미 어른이 돼버린다. 여기서 반전이 있다. 구조된 파이는 병원으로 찾아온 보험사 직원에게 자신의 생존기를 더욱 믿을 만하게 고쳐 들려주고 세간의 의심을 누그러뜨린다.
파이는 이것이 그들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라고 확신한다. 독자는 그의 이야기가 진실인지 아닌지 구별하기 어렵다. 결말은 독자가 무엇을 믿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글·김지연 기자
디자인의 탄생
페니 스파크 지음 ㅣ 안그라픽스·30,000원
우리와 함께 숨쉬어온 디자인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이 책은 ‘디자인’이라는 키워드로 20세기의 문화 양태를 정리했다. 패션·가구·제품·건축·인테리어 등 각 분야의 상징적 디자인 아이콘, 그리고 디자인계 리더들의 이야기에 풍부한 도판을 곁들였다. 이 책은 영국 BBC의 다큐멘터리 <지니어스 오브 디자인>(2010)이라는 TV 시리즈로 방영돼 큰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달라이 라마의 종교를 넘어
달라이 라마 지음 ㅣ 김영사·13,500원
티베트 망명정부의 정신적 지주이자 제14대 달라이 라마인 텐진 가쵸(78)의 에세이다. 라마는 종교라는 제도를 넘어 인간의 근본인 영성에 집중하고, 서로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진정한 조화를 위해서는 종교의 분열을 넘어서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팔순의 노 스승이 삶에서 길어올린 깊은 사유와 빛나는 혜안이 녹아 있는 책이다.
지구의 물음에 과학이 답하다
악셀 보야노프스키 지음 ㅣ 이랑·14,000원
300년 동안 지도에 표시된 가짜 섬 루페스 니그라, 바이칼 호수에 생긴 수 미터의 원형 얼음 등 32가지 지구의 미스터리 이야기를 모았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에 연재됐던 지구과학칼럼으로, 지질학이 삶과 역사에 미치는 영향을 생생하게 설명한다. 저자는 우리가 사는 무대 뒤편에서 일어나는 지질학에 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