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이름과 짝지어져 쌍으로 불리는 먹거리가 있다. 봄도다리·가을전어 등이 그런 경우인데, 통상 제철 식재료의 대표라 할 만한 것들을 그렇게 부른다. 봄주꾸미도 그 중 하나다. 어느 계절보다 먹을 것이 다양하게 나는 봄의 대표선수로 도다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을 보면 봄주꾸미의 성가가 높기는 한 모양이다.
하기는 요즘 서해안에서 많이 잡히는 산란 전의 주꾸미는 살이 쫀득하면서도 봄나물처럼 향긋한 것이 회·볶음·찜·구이·샤브샤브·무침 등 무엇을 해먹어도 입에 착 감긴다. 그 자별한 맛이 소문난 탓인지 예전에는 바닷가 사람들이나 즐기던 주꾸미가 요즘은 전국적 지명도를 얻었다.
봄주꾸미를 먹을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알이다. 흔히 머리라고 부르는 몸통을 살짝 데쳐 그 속에 가득한, 밥알같이 생긴 알을 톡톡 터뜨리며 먹는 맛은 예사롭지 않다. 그 생김새 때문에 바닷가 사람들은 주꾸미 알을 ‘주꾸미밥’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일본 사람들은 아예 주꾸미를 밥낙지라는 의미의 ‘이이타코(飯·반초)’라고 부른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반초는 꼴뚜기의 다른 이름이라 좀 헷갈리기도 한다. 주꾸미와 낙지·꼴뚜기를 구분하지 못하는 이들도 많은데 심지어 주꾸미를 낙지새끼로 착각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들을 쉽게 구분하는 방법은 다리의 숫자와 그 생김새다. 주꾸미와 낙지는 다리가 여덟 개로 팔각목(八脚目)에 속하고, 꼴뚜기는 오징어와 같이 다리가 열 개여서 십각목(十脚目)에 속한다.
주꾸미와 낙지는 같은 문어과에 속하기는 하나 종류가 다르다. 주꾸미는 낙지에 비해 몸집도 작고 다리도 일정하게 짧은 반면, 낙지는 두 개의 다리가 나머지 여섯 개의 다리보다 훨씬 길어 겉모습만으로도 구분하기는 쉽다. <자산어보(玆山魚譜)>는 주꾸미를 “준어( 魚)라 하고, 속명을 죽금어(竹今魚)라 한다. 크기는 4∼5치에 불과하고 모양은 낙지(章魚)와 비슷하나 다리가 짧고 몸도 낙지의 반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서유구가 저술한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의 ‘전어지(佃漁志)’는 주꾸미를 망조어(望潮魚)라고 했고 속명을 ‘ 근이’로 기록했다. 그런데 망조어는 꼴뚜기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해 혼란스럽다. 예전에는 주꾸미를 꼴뚜기로 부르기도 했다니 한번 규명해볼 일이다. 사실 장어(章魚)라는 이름도 낙지를 지칭하기도 하고 문어를 뜻하기도 한다. 옛 선인들도 비슷비슷하면서 다양한 연체동물류들을 구분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것 같다. 아무튼 주꾸미와 낙지·꼴뚜기는 다른 종류이며, 죽금어나 근이 같은 옛 이름들이 주꾸미의 어원인 것만큼은 짐작할 수 있다.
주꾸미는 잡는 방법도 특이하다. 주꾸미를 잡는 방법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전통적인 ‘소라방’을 이용하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낭장망’이라는 그물로 잡는 방식이다. 소라방은 주꾸미가 몸집이 크고 입이 넓은 피뿔고둥 껍질 속에 알을 낳고, 서식하기도 하는 습성을 이용한 방법이다. 피뿔고둥 껍데기를 줄줄이 매단 소라방을 주꾸미가 살 만한 곳에 던져놓으면 주꾸미는 그 껍데기를 은신처로 생각하고 들어가는데 그때 소라방을 그대로 건져 올려 잡는 것이다.
소라방을 이용하면 씨알 좋은 알배기를 산 채로 잡을 수 있기 때문에 낭장망으로 잡는 것에 비해 어획량은 적어도 상품가치가 높은 주꾸미를 확보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4월이 되면 서해안 곳곳에서 주꾸미 축제가 열린다. 태안의 몽산포횟집에 가면 싱싱한 주꾸미로 만든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글·예종석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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