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창조경제는 과학기술과 산업이 융합하고, 문화와 산업이 융합해 산업 간의 벽을 허문 경계선에 창조의 꽃을 피우는 것이다.”
지난 2월 25일 취임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창조경제의 핵심으로 ‘과학기술’과 ‘IT산업’을 지목하고, 이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을 약속했다. 과학산업을 국가성장의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과학기술이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요소로 각광받는 시점에서 눈여겨볼 만한 책이 있다. 1925년 전화 발명자인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1847~1922)의 이름을 따 설립된 벨 연구소의 성공과 실패를 다룬 <벨연구소 이야기>다. 벨 연구소는 지난 80여 년 동안 반도체·컴퓨터·정보통신 분야에서 미국의 수많은 기업과 일자리를 만들어낸 정보기술혁명의 기폭제이자 미국 경제의 고속성장을 가능케 한 동력이기도 하다.
<벨 연구소 이야기>는 벨 연구소가 일군 기술혁신이 산업의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미국의 경제성장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두 가지 측면에서 벨 연구소를 바라볼 것을 주문한다. 첫째는 과거의 영광을 통해 벨 연구소의 성공요인을 읽어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이디어 산실이었던 위대한 연구소가 빛을 잃게 되는 과정을 통해 반면교사의 교훈을 얻자는 것이다.
저자는 벨 연구소의 성과는 “아이디어를 내는 과학자와 그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만드는 엔지니어의 힘이 하나로 합쳐져 이뤄진 것”이라고 말한다. 즉, 과학자와 엔지니어를 융합하는 독특한 협력문화가 벨 연구소를 세계 최고 산업연구소 자리에 올려놓았다는 것이다.
벨 연구소를 이끈 경영진은 과학기술이 한두 명의 천재에 의해서만 발전하는 게 아니라 평범한 기술자들의 새로운 것에 대한 창의적 열정이 하나로 모일 때도 위대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믿었다. 따라서 과학기술자 개개인의 능력 못지않게 그들로부터 아이디어가 생산되는 과정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한편 세계 최고의 산업 연구기관으로 군림하던 벨 연구소는 1960년대 초 미국 서부에서 시작된 인터넷 초기 기술혁명에 눈뜨지 못하고 수명을 이어오다 급작스레 무너졌다. 혁신적 발명의 전통을 자랑해온 AT&T조차도 1990년대 중반 불어온 인터넷 혁명의 바람은 이겨내지 못했다. 책은 아무리 뛰어난 인재가 많더라도 그 능력을 끌어낼 수 있는 기관이 없으면 발전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제 막 출발선에 선 미래창조과학부가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글·백승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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