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뭐람. 대략 난감. 아니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상황.
‘출석요구서’라니? 어제저녁이었다. 이메일을 확인하려는데 출석요구서란 제목의 메일이 있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더니, 웬 출석요구서? 다급한 마음에 메일을 열었다. 서대문경찰서 사이버범죄수사2팀 명의로 밤 8시40분쯤에 발송된 메일이었다. “귀하(ip 주소 ****) 또는 가내 사용자에 대하여 불법행위에 대하여 조사예정이오니 2013. 3. 27(수) 14:00에 서대문경찰서 사이버범죄수사팀으로 출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인터넷상 불법파일을 공유했다는 것이다.
참으로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인터넷상으로 불법파일을 공유한 적도 없거니와 소식을 주고받는 이메일 확인이나 뉴스검색 이외에 인터넷을 이용한 적도 별로 없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얼마 전에 한 포털 사이트의 카페 매니저가 전화를 해 나의 회원 자격을 일시 박탈할 수밖에 없다고 한 적이 있었다.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해킹되었는지 도저히 나라는 사람이 썼다고 볼 수 없는 메일이 마구 올라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얼른 신고하고 허겁지겁 비밀번호를 바꾸었다.
몇 년 전에는 신용카드 정보를 해킹당해 피해를 본 적이 있다.
당시 미국에 머물고 있어 국내 카드는 거의 사용하지 않던 무렵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카드 정보를 보니 스톡홀름에서 3차례에 걸쳐 상당한 금액이 사용된 것으로 되어 있었다. 스톡홀름이라니. 가보고 싶었지만 그때까지 가보지도 못했던 곳이었다. 그곳을 나에 앞서 내 신용카드가 여행한 모양이었다. 카드사에 신고하고 알아보니 모두 현장에서 카드를 사용한 것이라고 했다. 카드사에서는 나더러 그 시간에 스톡홀름에 있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라고 했다. 마침 그 기간에 캐나다를 다녀와 출입국 도장이 찍힌 여권 사본을 제출했다. 그럼에도 일단 대금을 결제한 다음 나중에 사건이 해결되면 환급받을 수 있다고 했다. 부득이 적금을 해약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황당 시리즈 3편일까, 미심쩍어하면서도 나의 손은 이끌리듯 ‘출석요구서’ 첨부파일을 열고 있었다. 그런데 위험 경고가 나오면서 열리지 않았다. 더욱 이상했다. 친구 중 경찰이 있어 전화를 했다. 출석요구서를 이메일로 보내는 경우도 있으니 우선 전화해서 사정을 알아보라고 했다. 밤늦은 시간이니 당장 전화해 확인해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경찰이 아닌 다른 친구는 피싱 메일일 수 있다고 첨부파일을 열지 말라고 했다.
그 얘기를 듣고 나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렇지 않아도 은행이나 카드사로부터 여러 차례 조심하라는 경계경보 메일을 받은 터였다. 그러다 찬찬히 보니 대한민국 경찰이 공식적으로 발송한 요구서라고 보기에는 어설프고 문장이 틀린 곳도 많았다. 더 살펴보니 주소와 전화번호도 약간씩 달랐다. 수신자 메일 주소에 다른 이의 주소도 있었고, 수신인으로 내 이름을 적지도 않았다. 그래도 미심쩍어 아침 9시에 경찰서에 전화를 해보니 이메일로 출석요구서를 보내지 않는다고 했다. 우선 삭제하고 열어보았다면 컴퓨터 보안프로그램을 손보라고 했다.
모든 일에는 비용이 들게 마련이다. IT혁명과 더불어 만개한 SNS시대에도 그렇다. 신속·효율 등 여러 편익의 뒤편에 불신과 불안을 조장하는 그림자들의 비용이 만만치 않다.
글·우찬제(서강대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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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