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집 마련은 예나 지금이나 서민들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한국주택은행은 서민들의 내집 마련을 도와주기 위해 정부주도로 출범한 특수은행이다. 1970년대 들어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하자 정부는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 주택 수요자의 주택청약통장 가입순위에 따라 주택을 우선 분양하는 제도를 실시했다.
누구나 한번쯤은 청약저축·청약예금·청약부금에 가입해 일정액을 납부하며 세월이 빨리빨리 흐르기를 바랐던 기억이 있으리라. 주택청약 자격 1~3순위가 되면 아파트에 입주한다는 생각에 주택은행 창구에 늘어선 긴 줄도 지루해하지 않고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던 경험이 있을 터이다.

한국주택은행(현 KB국민은행)의 광고 ‘명칭 변경’ 편(경향신문 1969년 1월 8일)을 보자. 이 광고에서는 “새해부터 주택금고는 주택은행으로 명칭이 변경되었습니다”라는 헤드라인으로 이전의 주택금고가 주택은행으로 이름이 바뀌었음을 알렸다. 지면을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 간명하게 구성했다. 왼쪽에는 “복지 저축 운동 전개. 집 도와주기 저금운동”이라는 카피를 써서 알뜰한 저금이 무주택자의 내집 마련에 기여한다고 설명하고, “자기앞수표같이 편리하고 이율 높은 주택채권 연리 33.33퍼센트”라며 주택채권의 혜택도 강조했다. 오른쪽에는 “예금을 많이 하신 분이나 주택채권을 사신 분에게는 일반 대출도 해 드립니다”라며 ‘일반 대출 취급’을 두드러지게 표현했다. 중앙에는 “한푼 두푼 모은 부금(賦金), 감세(減稅)되고 집이 됩니다”라며 왼쪽과 오른쪽 메시지를 종합하는 결론을 제시했다.
광고를 만든 디자이너가 나름대로 고민한 흔적도 엿보인다. 헤드라인의 “…부터 주택금고는 명칭이 변경되었습니다” 부분을 검은 바탕에 흰글씨로 처리하고 나니, ‘새해 주택은행으로’ 부분만 남게 되어 새해부터 주택은행으로 명칭이 바뀌었다는 사실이 더욱 돋보인다. 요즘 기준으로는 좀 촌스러워 보이지만 메시지 전달은 효과적이다. 오른쪽에 집 모양을 그려 검은 바탕에 흰 글씨로 ‘일반 대출 취급’을 돋보이게 한 것에서도 디자이너의 솜씨가 엿보인다.
어쨌든 1967년 설립된 한국주택금고는 1969년에 이름을 한국주택은행으로 변경했다. 서민주택 자금을 조성해 주택 자금의 공급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정부 정책의 일환이었다. 그 후 한국주택은행은 오랫동안 주택금융의 제반정책을 수행하는 특수은행의 역할을 해 오다 2001년에 국민은행과 합병했다. 지금은 기존의 청약저축·청약예금·청약부금의 기능을 한데 묶어놓은 ‘주택청약종합저축’ 하나만으로 국민주택과 민영주택을 가리지 않고 모든 신규 분양주택에 청약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동안 정부에서 추진해 온 공공주택 브랜드도 국민주택·보금자리주택·행복주택 등으로 그 이름이 바뀌었다. 주택 브랜드 이름이 어떻게 바뀌어도 그 핵심에는 가족과 가정의 행복이 전제돼야 한다. 1969년 광고에 나타난 한국주택은행의 슬로건은 “가정의 단란을 약속하는…”이다. 촌스러운가? 아파트에 살고 핵가족화가 진행됨으로써 우리 사회는 가족의 해체를 겪어왔다. ‘가정의 단란을 약속하는’ 주택정책이 기다려진다.
글·김병희(한국PR학회 회장·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2014.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