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너무 많아도 문제고 너무 적어도 문제다.
인구도 마찬가지다. 통계청이 8월 26일 발표한 ‘2012년 출생통계 결과’ 확정치를 보면 지난해 48만4,550명이 태어나 전년 대비 2.8퍼센트(1만 3,285명) 증가했다. 아이 낳기를 꺼리는 사회적 인식이 달라진 것 같아 반가운 소식이었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산아제한 정책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출산에 대한 인식을 획기적으로 바꿔놓은 대단한 캠페인이다. 산아제한이라는 정부정책은 광고 메시지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그 시절을 생생히 증언하고 있다.
1960년대의 ‘적게 낳아 잘 기르자’, 1970년대의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1980년대의 ‘둘도 많다’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 같은 계몽적 카피는 인구정책의 변화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내용들이다. 심지어 주부클럽연합회는 1974년을 ‘임신 안하는 해’로, 1975년을 ‘남성이 더 피임하는 해’로, 1976년을 ‘나라사랑 피임으로의 해’로 정하고 범국민적 계몽 사업을 전개하기도 했다.
임신을 하고 안 하고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만, 피임을 나라 사랑하는 방법이라고까지 했으니 출산을 권장하는 지금과 비교해보면 고소(苦笑)를 금할 수 없다. 광고 사례를 보자.
대한가족계획협회의 ‘부끄러움’ 편(동아일보 1985년 8월 15일)에서는 ‘셋부터는 부끄럽습니다’라는 헤드라인을 써서 아이가 많으면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고는 초등학교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질문에 아이들이 대답하는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선생님께서 물어보셨습니다. ‘형제가 몇이지요?’ ‘저 혼자예요’ ‘나랑 동생이랑 둘요’ ‘우리 집은 셋이에요’ ‘와 많다’ 친구들이 모두 쳐다보았습니다.”
손가락을 하나 둘 펼친 오른쪽 아이와 왼쪽 아이는 환하게 웃으며 손을 들지만, 세 손가락을 펼친 가운데 아이는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자칫하면 따돌림을 당할 수도 있겠다 싶어 안타깝다.
그렇지만 광고의 표현만 놓고 보면 아이들의 표정을 익살스럽게 표현한 일러스트레이션이 돋보인다. 자녀가 하나 아니면 둘이어야 하는 시대에 셋이면 행복의 양은 줄어들고 심지어 부끄러워하기까지 해야 한다는 것이다.
1970년대 들어서 정부의 지속적인 계도로 출산율은 4명대로 떨어져 큰 효과를 보았다. 1980년에는 2.83명까지 출산율이 하락했지만 정부는 인구 억제 정책을 더 거세게 밀고 나갔다. 어쩌면 1980년대 중반쯤에 인구문제를 좀 더 거시적으로 내다보고 미래예측을 했더라면 지금의 인구정책에 좀 더 여유가 있었을 터.
최근 출산율이 약간 늘었지만 OECD 평균 기준으로 볼 때, 한국은 합계출산율 1.3명 이하인 초(超) 저출산국가의 경계선에 있다고 한다.
만약 1980년대 중반쯤에 정책의 완급조절을 했더라면 지금에 와서 ‘초’자는 뗄 수 있지 않았을까? 더욱이 2012년 6월, 우리나라는 ‘20-50클럽’에 세계에서 일곱째로 가입하여 국가적 위상을 높였는데, 그 시기도 조금 더 앞당겨졌으리라. 이제 다시 광고를 한다면 “아이 낳는 당신이 애국자입니다” 같은 헤드라인을 써야 하지 않을까 싶다.
글·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2013.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