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행복의 조건> 저자인 조지 베일런트 교수를 포함한 하버드대학교 연구팀은 누구나 한번쯤 당면했을 법한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했다. 정답은 없지만 좀 더 현명한 답은 있을 거라 믿었다. 총 814명에 이르는 사람들의 생애가 연구 대상이 됐다. 1930년대 말 하버드대에 입학했던 학생 268명, 서민 남성 456명, 재능이 뛰어난 여성 90명이 그들이다.
흥미로운 점은 연구가 실시간으로 진행됐다는 사실이다. 즉 814명이 지나온 삶을 회고하는 방식으로 조사하지 않고 20대에 겪은 일은 20대에, 30대에 겪은 일은 30대에 기록하는 방식을 취했다. 그래서 연구 기간만 장장 72년이 걸렸다. 많은 재원과 연구원들의 인내와 노력을 요하는 일이었다.
하버드대학교 연구팀이 전례 없는 연구 끝에 찾아낸 것은 행복의 조건이 존재한다는 점이었다. 이들은 70~80세에 이른 연구 대상자들의 마지막 생애 10년이 ‘50세 이전의 삶’을 통해 예견된다는 점을 찾아냈다. 더 중요한 것은 행복을 좌우하는 것이 사람의 힘으로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렇게 밝혀낸 7가지 ‘행복의 조건’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부와 명예, 학벌 등이 아니었다. 행복의 조건 중 으뜸은 ‘고난에 대처하는 자세(성숙한 방어기제)’였다. 그것을 뒷받침하는 것은 47세 무렵까지 형성된 인간관계였다. 나머지 6가지는 교육연수(평생교육), 안정적인 결혼생활, 비흡연(또는 45세 이전 금연), 적당한 음주(알코올 중독 제외), 규칙적인 운동과 적당한 체중이었다.
연구팀은 50세를 기준으로 이 7가지 가운데 5~6가지를 갖춘 106명 중 50퍼센트가 80세에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들 가운데 ‘불행하고 병약한’ 이들은 7.5퍼센트에 머물렀다. 반면 50세에 위 조건 중 3가지도 채 갖추지 못한 이들 중 80세에 행복하고 건강한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4가지 이상의 조건을 갖춘 사람보다 80세 이전에 사망할 확률이 무려 3배나 됐다.
책에는 7가지 결론뿐 아니라 연구 대상들이 어떻게 행복한 삶을, 또는 불행한 삶을 살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들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각 사례는 실제 한 사람이 겪는 인생의 굴곡이다. 이는 보는 독자들에게 한 편의 드라마와 같은 재미를 주며 동시에 공감과 연민, 나아가 깨달음과 자기반성을 하게 해준다.
이 연구를 1967년부터 진행해온 조지 베일런트 교수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관계이며, 행복은 결국 사랑이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는 이어 “행복이란 과학으로 판단하기엔 너무나 인간적이고, 숫자로 말하기엔 너무나 아름다우며, 진단을 내리기엔 너무나 애잔하다”고 말했다. 어떠한 데이터로도 밝혀낼 수 없는 극적인 주파수를 내는 것이 다름 아닌 삶이란 것이 장기간 연구를 통해 얻은 베일런트 교수의 결론이다.
글·남형도 기자 2013.09.02
새로 나온 책
<유행의 시대>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오월의 봄·13,000원
사회사상가 바우만이 유동하는 현대사회의 문화를 되짚어본다. 문화는 이미 소비시장의 지배를 받고 있으며, 유행에 종속된 현대인들은 소비에 매달려 살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세계화 기치 아래 온 인류가 공유하는 똑같은 문화는 결국 초국적 자본이 최대한의 이윤을 얻기 위한 상품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지음
21세기사·15,000원
미국에서 태어나 하버드대에서 동아시아 문명학 박사를 받은 저자는 한국의 훌륭한 문화유산과 독특한 장점을 언급하며 그것을 어떻게 지켜나가야 하는지 역설한다. 시대착오적인 약소국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당당하게 국제사회에 나아갈 것을 제안하며 한국의 역사 속에서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나아가 저개발국가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룬 특이한 국가 경험을 가진 한국이 선진국의 일원으로 국제사회를 선도하는 보편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