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도대체 왜 그러고 사냐?”
거실을 지나가던 남편이 한마디 툭 던졌다. 한 달째 소파에서 자는 나를 보며 하는 말이다. 하긴,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나이 60세에 영어로 강의하겠다고 대책 없이 저질러 놓고 막상 날짜가 다가오니 불안해서 잠도 제대로 못 자는 내가 나도 ‘불편’하다.
1년 전, 미국 뉴욕에서 영어로 강의하겠다고 선언한 그날부터 나는 자발적인 고생길에 들어섰다. 6년째 영어와 씨름 중이지만 당연히 내 영어는 강의를 하기엔 아직 부끄럽다. 결국 20분짜리 강의 내용을 영어로 만들어 무조건 달달 외웠다. 암기력은 나이에 비례해 더 나빠졌고 연습할 때마다 좌절에 빠졌다. 발음은 또 어떤가. 구슬을 뜻하는 ‘Beads’를 3일이나 연습했는데 상대방이 ‘Bees’로 알아들을 때는 정말 화가 났다.
유창한 네이티브의 영어를 듣다가 녹음된 내 발음을 들으면 귀가 그렇게 ‘불편’할 수가 없다. 어설프고 부족한 채 나는 뉴욕에서 현지시간으로 1월 18일 저녁 첫 번째 강의 무대에 올랐다. 청중의 절반이 나를 모르는 뉴요커들이다. 준비한 20분 강연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다행히 미국 청중들은 처음 보는 한국 여자의 이야기를 열린 마음으로 들어줬다. 그리스 출신의 중년 남성은 강연이 끝나고 이렇게 말했다.
“당신 강의에서 사람에 대한 애정과 살아낸 경험에서 나온 진짜 이야기라는 게 느껴져서 좋았어요.”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그 속에서 나는 영어 실력도, 자신감도 좀 더 생겼고 낯선 땅에서 좋은 친구들을 만났다. 사람들의 박수와 응원이 나의 무대를 바꿔줬다. 내가 생각하고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큰 선물을 받은 것이다.
과정은 불편하지만 결과는 행복한 여정. 그것을 나는 ‘행복한 불편함’이라고 부른다. 남들 눈에는 꿈이나 도전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 나는 거창한 꿈을 꿔본 적이 없다. 영어로 해외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야심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나는 습관처럼 내 일상 속에 행복한 불편함을 스스로 배치했을 뿐이다. 불편함을 편안함으로 바꾸는 역동적인 과정 속에서 수많은 인연과 기회를 만나고 삶의 만족감이 높아진다는 것을 셀 수 없이 경험했기 때문이다.
생명은 살아 있는 한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한다. 삶의 본질 역시 변화와 순환이다. 완벽한 편안함은 삶이 생명력을 잃었다는 뜻이다. 지금 편안하다는 것은 곧 불편한 시간이 온다는 뜻이다. 때문에 나는 주도적으로 변화를 만들어내기로 선택했을 뿐이다. 외부요인에 의해 변화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내가 원하는 변화를 만들어내기로. 그 과정은 늘 불편하지만 편안함에 이르는 수고스러운 여정 속에서 우리는 가장 생명답게 살아가는 것인지 모른다.
김미경
올해 나이 딱 60이 됐지만 라이프스타일 나이는 40대라고 주장하는 열정만렙 강사. 174만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이자 3050여성들의 온라인학교 ‘MKYU’를 만들어 함께 성장하는 재미에 푹 빠져 살고 있다.
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