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기적 같은 변화라서 저도 믿기지가 않아요.”
지우 엄마는 말하는 동안 여러 번 눈시울을 붉혔다. 큰 딸 지우가 방황을 시작한 것은 중학교 때 남편이 갑자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면서다. 본래 워커홀릭이었던 지우 엄마는 가장이라는 책임감이 더해져 일에 빠져 살았다. 그 사이 아이는 학교를 자퇴하고 방에만 틀어박혔다. 스무 살이 된 딸의 방에는 화장품 대신 술병이 굴러다녔고 입만 열면 욕이었다. 화병이 난 엄마와 분노 조절을 못하는 딸이 부딪치면 동네가 떠나갈 정도로 큰소리가 났다.
그런 아이가 갑자기 바뀌었단다. 오후 3시에야 간신히 눈을 뜨던 아이가 매일 아침 8시에 일어난다. 입에 달고 살던 욕 대신 엄마한테 자기의 꿈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에는 일본어 자격증 시험에도 합격했다. 이 모든 변화가 일어나는 데 걸린 시간은 딱 3개월. 정신과 상담이나 치료를 받은 것도 아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 자초지종을 들은 나는 지우 엄마에게 말했다.
“아이를 바꾸려고 했으면 절대 안 바뀌었을 거예요. 엄마가 바뀌어서 아이가 달라진 겁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지우 엄마는 최근 몇 달 사이 정말 많이 바뀌었다. 한마디로 ‘아이 엠(I am)’이 회복된 것이다. 우리는 태어날 때 ‘나는’이라는 주어 하나만 가지고 태어난다. 존재 자체가 목적인 존재. 그런데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아이 엠 뒤에 다양한 단어가 필요하다. 직업도 필요하고 돈, 집, 사회적 지위와 성공도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아이 엠을 잘살도록 도와주는 다양한 수단인 ‘잇(It)’들이다. 그런데 잇의 세계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다보면 목적과 수단이 바뀐다. 사람을 숫자와 등수와 성과로 정교하게 등급을 나누는 세상에서 아이 엠을 잊어버리고 잇에 쫓기며 잇이 시키는 대로 살게 된다.
잇이 주인이 되면 나 스스로는 물론이고 타인도 ‘잇템’ 취급하게 된다. 잇은 결코 상대방을 인격적으로 대할 수 없다. 잇과 잇의 관계는 서로를 수단으로 취급한다. 자녀를 ‘아이 엠’이 아닌 잇으로 대할 때 부모자식 관계가 망가지고 아이들이 서로를 잇으로 대할 때 학교폭력이 기승을 부린다.
지난해부터 나는 아이 엠이 다시 주인 자리를 회복할 수 있도록 ‘미라클 루틴 BOD 워크숍’을 열어왔다. 마침 올해 초 두 모녀가 함께 참여했다. 아이 엠을 먼저 회복한 지우 엄마는 아이의 손을 잡고 산책하기 시작했고 아이는 그런 엄마의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요즘은 저녁마다 함께 다이어리를 쓰며 서로의 하루를 칭찬하고 격려한단다. 한결 편안해진 지우 엄마를 볼 때마다 나는 이 말을 가슴에 새긴다. ‘누군가를 바꾸고 싶다면 먼저 스스로를 바꿔라.’
김미경
올해 나이 딱 60이 됐지만 라이프스타일 나이는 40대라고 주장하는 열정만렙 강사. 174만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이자 3050여성들의 온라인학교 ‘MKYU’를 만들어 함께 성장하는 재미에 푹 빠져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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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