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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T_IMAGE]2,original,right[/SET_IMAGE]동치미를 담그려고 시장에서 무를 샀다. 가게 아주머니가 당연하다는 듯 무에 붙어 있는 싱싱한 무청을 칼로 쑥떡 잘라낸다. 내가 기겁을 하며 무청이 있는 그대로 달라고 했더니 아주머니 하는 말이 요새 젊은 사람들 같지 않다고 한다. 그렇다면 시장 아주머니가 말하는 요새 젊은 사람들이란 어떤 사람들인가. 흙 묻어 있으면 안 되고 ‘지저분한’ 무청 달려 있는 것도 싫어하는 것이 요즘 젊은 사람들이다. 무 하나도 대형 마트에서 ‘깎은 밤 같이 포장’해 진열한 것을 산다는 것이다. 무 살 때는 분명히 무청 없는 깨끗한 것을 골라 사고도, 시래기 산다고 마트에 가는 사람들이 있다. 무 다르고, 시래기 다른 줄 아는 사람들….
얼마 전에는 아이에게 아토피성 피부염이 있다며 울상짓던 이웃 새댁이 백화점에서 사왔다며 아이 털옷을 자랑한다. 그 집에 가 보면 카펫에, 소파에, 침대에, 거기에다 냉장고를 열어 보면 온갖 인스턴트 식품이 즐비하다. 그래놓고는 또 아토피 고친다고 병원을 들락거린다. 아이 아토피 고치려면 먼저 카펫·소파·침대부터 치우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더니, 그 정도 안 갖추고 사는 집이 어디 있느냐는 것이다. 그전에는 아무것도 없이 살아도 아무렇지 않고 잘만 살았는데, 새집으로 이사하고 보니 세간도 새것으로 바꾸고 다시 그 세간들 때문에 병 나고 빚을 지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사람들….
어디 그뿐인가. 눈만 뜨면 맛있는 집을 찾아다니는 사람이 비만 때문에 운동을 한다. 그것도 그냥 운동이 아니라 돈 들여 하는 운동이다. 그뿐이랴. 예전에는 그냥 아무데서나 노래를 부르던 사람들이 이제 노래는 노래방에서만 해야 하는 줄로 알게 되었다. 그전에는 컴퓨터 없이도 글만 잘 쓰고 살았는데, 지금은 컴퓨터 없이는 생각도 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휴대전화 없어도 우리 생활에 불편할 것 하나 없었던 기억이 생생한데도, 지금은 그것이 없던 시절에는 어떻게 살았을까 싶다는 사람들도 있다.
경제가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경제는 언제나 어려웠던 것 같다. 나 어렸을 때는 늘 배가 고팠지만, 가난하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 보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배고프지는 않지만 늘 가난하다는 생각이 거의 강박관념으로 내 머릿속을 지배한다.
왜인가? 무엇이 문제인가? 결국 내가 아무리 돈을 벌어도 내 생활이 늘 허덕이는 것은 내 생활 자체가 그만큼 돈이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되는 생활 패턴으로 구조화되어 있기 때문 아니겠는가? 그런 생활 패턴을 바꾸지 않는 한, 마셔도 마셔도 해소되지 않는 갈증처럼 돈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을 것이다.
무 따로 사고, 시래기 따로 사는 고비용 생활 패턴을 바꿀 수 있는 길은 원래 무청 달린 그대로의 무를 사는 것뿐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사실 모든 문제는 바로 그 ‘원래의 모습’을 벗어난 순간부터 파생되는 것 아니겠는가? 원래, 있는 그대로! 그러면 아무 문제 없는 것을, 왜 그리 복잡하게 살아야 하는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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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