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T_IMAGE]1,original,left[/SET_IMAGE]기온이 하루가 다르게, 거의 뚝뚝 소리가 날 정도로 떨어지고 있다.
누가 그랬던가. 틀림없이 그 또한 가난한 사람이었으리라. 추워지면 서러워지는 사람은 ‘없는 사람’이라고. 바로 그 ‘없는 사람’의 본능으로, 그러니까 추워서 서러워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하여 서둘러 시장에 나가 양말이랑, 내의를 산다. 그러니까 내복.
요즘 내복들은 옛날처럼 두껍지가 않다. 흔히 빨간 내복이라 불리던 ‘엑슬란’ 한 벌 사 입고 그 위에 ‘토퍼’ 하나 껴입으면 닥쳐오는 한겨울이 두렵지 않았다. 아무리 둘러봐도 그 내복이 없어 얇으나마 새로 몇 벌 사고 보니 안심이 된다. 그러나 웬걸, 아이들 앞에 내복 한 벌씩을 내놓으니, 대번에 나오는 소리가 ‘촌스럽게’다. 촌스러운 내복은 안 입고 그냥 반팔에 반바지 차림이다. 그래놓고는 춥다고 한다. 추우면 내복 입고 두꺼운 옷 입고 양말 신으면 될 걸, 실내에서 입는 옷은 언제나 여름옷이다. 촌스럽고 귀찮아 긴팔옷은 안 입고 보일러 단추만 눌러댄다. 그게 어디 우리집뿐인가. 아래, 위, 옆집들도 다들 그 모양이다. 짐승들도 날이 추워지면 제 몸 단속은 할 줄 안다. 그러나 비가 와도 비설거지 할 필요 없고 눈이 와도 눈청소 할 줄 모르는 ‘아파트족’들은, 제 몸 단속하는 것도 잊어버렸다. 그리고는 보일러에 의존하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에까지 제소되고 어쩌고 하면서 지금은 시정이 되었다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여학생들 교복은 여름이나 겨울이나 한가지로 무조건 치마만 입어야 했다. 여성의 몸은 따뜻하게 하는 것이 좋다는 생물학적 특성이 아니더라도 한겨울에 얇은 ‘살양말’ 하나로 견디게 하는 건 거의 고문 수준이다.
학생 때부터 그렇게 단련되어서일까. 멋부리다 얼어죽는다는 말도 있듯이, 젊은 여성들은 또 멋낸답시고 한겨울에도 내복을 안 입는다. 그래서 젊은 남성들에게 묻고 싶다. 내복 입은 아가씨는 싫은가요? 매력이 없는가요? 그러나 나는 확실히 말해 주고 싶다. 내복입어 버릇한 아가씨가 훨씬 매력 있을 거라고. 항시 몸을 따뜻하게 유지했으니 건강할 거라고.
왜 이렇게 내복타령인가. 지구온난화가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리고 그 소식은 사실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 어찌 되는가. 벌써 그 징조들이 나타나고 있다. 급작스러운 홍수가 그것이다. 우리나라도 점점 온대에서 열대우림화하고 있다는 보고가 나왔다. 예전에는 강원도에 강릉 같은 해안가 빼고 감나무나 대나무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강원도에도 감나무 대나무가 자란다고 한다.
추운 지방에도 감나무나 대나무가 자라면 좋다고 생각하면 위험하다. 그것이 바로 공멸의 징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그렇게 흔하던 겨울명태를 지금은 동해에서 보기 어렵다고 한다. 빙하가 녹고 있다고 한다. 오존층이 파괴되고 있다고 한다. 지구가 감당해 내기 어려울 만큼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있다고 한다. 자동차 매연, 겨울에는 보일러 연통에서 또 그렇게 이산화탄소들이 쏟아져 나온다. 자동차 매연과 난방기기가 공장굴뚝보다 더 많은 오염원을 배출하고 있다고 하는데, 날이 추워지면 걸리는 감기가 요즘은 단순히 날이 추워서 걸리는 게 아니라 추운 날씨만큼 사람들이 많은 에너지를 쓰고 그 결과로 공기가 또 그만큼 나빠지기 때문이기도 하지 않을까. 내복들을 준비하자. 그래서 돈도 아끼고 건강해지자. 날씨가 추워지면서 문득 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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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