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시대에 유행했던 경박단소(輕薄短小) 경향이 되살아나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 대표되는 모바일기기가 그중심에 있다. 스마트폰은 MP3와 카메라 등 다양한 기기를 대체하고 있고 태블릿은 개인용컴퓨팅(PC) 사용자를 흡수하고 있다. 초경량 노트북인 울트라북의 유행은 PC 분야가 모바일 환경에 맞추어 변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모든 변화는 사실 애플이 주도한 것이다. 애플이 아이폰으로 멀티터치 인터페이스를 갖춘 스마트폰의 원형을 제시했다. 휴대성이 극대화된 울트라북은 애플의 맥북에어를 복제한 수준이다. 타업체의 태블릿 제품들 또한 애플의 아이패드와 구별이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의 안드로이드 진영이 애플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하고 있음에도 실적 면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모양은 흉내 낼 수 있지만 모바일을 모바일답게 만드는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 없기 때문이다.
애플 제품은 손쉬운 사용을 보장하는 소프트웨어 이외에도 앱스토어 등 전용 유통망을 통해 책, 음악, 동영상 등 풍부한 콘텐츠를 제공하지만 안드로이드 태블릿으로는 인터넷 접속을 제외하면 게임밖에 할 것이 별로 없는 실정이다. 이마저도 유통망에 대한 관리가 없어 불법복제가 판치는 바람에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콘텐츠 창작자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는 형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8을 바탕으로 모바일의 주도권을 찾아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윈도8은 기존의 PC 방식과 태블릿 방식을 동시에 쓸 수 있도록 만들었다. 키보드와 마우스로 업무를 보다가도 화면 부분만을 집어 들면 태블릿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PC용 중앙처리장치(CPU)와 모바일 CPU를 동시에 지원한다.
정보통신(IT) 분야에서 융합이 화두이고 애플 또한 같은 시도를 하고 있어 PC에서 개인용 모바일 컴퓨팅(PMC·Personal Mobile Computing) 환경으로 옮아갈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으로 보아 윈도8의 융합 시도는 아직은 섣부른 것으로 판단된다.
IT 역사를 돌아보면 시장의 요구사항에 비해 상품의 성능이 지나치게 높을 때 파괴적 혁신기술이 등장했었다. 파괴적 혁신기술로 만든 제품은 기존 시장의 요구보다 성능이 떨어지지만 가격 효율성 면에서 월등한 장점을 가진다. 이런 제품이 일단 시장에 도입되면 빠르게 점유율이 상승하면서 성능이 개선되어 곧 요구조건을 충족하게 된다.
PC의 성능이 높아지면서 어느 순간부터 사용자들이 PC의 성능에 무관심해졌듯이 필요 이상으로 높은 성능을 가진 기존 서버도 모바일 서버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
개인용 모바일 컴퓨팅 환경과 빨라진 인터넷 속도로 인해 인터넷서버 분야도 클라우드로 전환되고 있다. 모바일 환경에서는 실시간 백업과 동기화가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며 콘텐츠도 클라우드에서 곧바로 소비된다. 인터넷 속도가 빨라져 하드디스크에서 데이터를 읽어 오는 것보다 클라우드에서 다운로드 받는 것이 더 빠를 정도다. PC 시대에는 개인 하드디스크에 중요 데이터를 백업하는 등 사용자 각자가 안전한 데이터 보관에 신경을 써야 했다면 클라우드 시대에는 온라인 자동 백업, PC와의 자동 동기화 등으로 데이터 보관 자체를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시대가 되었다.
사용자들은 이런 기술적인 내용보다는 실시간 사진 공유와 같은 서비스적인 관점으로 클라우드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을 찍으면 스마트폰 운영체제가 자동으로 전용 클라우드에 업로드하고 PC를 켜면 자동으로 스마트폰 사진함을 동기화시켜 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앱은 사진들을 알아서 개인 보관함에 올리고 공유 여부를 묻는다. 심지어 스마트폰 개인 설정까지 완벽하게 클라우드에 백업되므로 스마트폰을 새로 구입하더라도 이전 상태를 완벽하게 복구할 수가 있다. 전원이 나가면 작성하던 문서가 통째로 사라지는 일은 이제 옛말이 된 것이다.
클라우드는 인터넷에 가상의 거대한 저장장치를 제공한다. 클라우드는 내가 찍은 사진, SNS로 나눈 대화 등 그 어떤 데이터도 무제한으로 담을 수 있는 곳이다. 이 거대한 데이터 뭉치에서 의미 있는 정보를 뽑아낼 수 있는 기술이 바로 빅데이터이다. 빅데이터는 대량의 데이터를 전수조사하여 트렌드를 추출하거나 개별적인 사용자들의 특성을 분류해 낼 수 있다.
개별적인 사용자 특성 분류 분야에서 빅데이터의 위력은 이미 미국 대선에서 증명된 바 있다. 오바마 캠프는 각 사용자의 게시판활동, SNS에 남긴 개인정보와 친구 관계를 분석하여 개개인에게 맞는 선거전략을 수립했다. 단순한 홍보물도 사용자마다 맞춤형으로 제작했다. 실제로 오바마 캠프가 유권자에게 보낸 이메일의 내용은 각기 달랐는데 그 종류가 수천 종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동차는 그 자체로 완벽한 모바일기기이다. 차가 항상 인터넷에 접속 가능한 상태가 되면 스마트카로 변신하게 된다. 자동차 회사들뿐만 아니라 IT 기업들도 차에 스마트함을 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자동진단 기능뿐만 아니라 온라인 지도 서비스를 통한 무료 내비게이션 기능도 이미 기본이 되었다.
구글은 무인 자동차, 즉 차가 알아서 운전하는 자율운전 자동차를 개발하고 있는데 이미 50만킬로미터 이상의 시범주행 기록을 갖고 있다. 이 기록은 지정된 트랙을 벗어나 고속도로와 복잡한 시내를 주행한 것으로 이 과정에서 단 한 건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2013년은 모바일 환경이 더욱 더 극대화되는 해가 될 것이다.
한국도 이에 발 맞추어 모바일 환경에 대한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 창의력 있는 벤처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으로의 전환도 절실하다. 새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을 기대해 본다.
글·김인성 (IT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