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은 두말할 것 없이 싸이 ‘강남스타일’의 한 해였다. 가요홍보가 어렵다는 올림픽 와중에, 게다가 한국선수들이 선전을 거듭해 가뜩이나 손을 쓸 수 없는 마의 시점을 박차고 솟아오른 이곡은 순식간에 국내 신드롬을 넘어 글로벌 센세이션으로 번져나갔다. 빌보드 2위에 오른 뒤 1위를 고대한 국내 언론과 대중은 2개월간 새벽잠을 설치며 빌보드 차트만을 눈을 부릅뜨고 주시했다.
빌보드 7주간 2위, 영국 차트 1위를 비롯한 세계 26개국 차트 1위, 유튜브 9억 조회 신기록 등 모든 게 월드토픽이었고 단군 이래 최대의 문화적 쾌거였다. 싸이 자신도 믿기지 않는 듯 “꿈속에서 사는 느낌!”이라고 했다. 전 세계가 말춤에 빠져들었고 갖가지 ‘스타일’이 봇물 터지듯 나오는 가운데 미국 대선 판에선 ‘오바마 스타일’ ‘롬니 스타일’까지 등장했다.
강남스타일 대성공은 수년간의 K팝 해외진출과 열풍이 집적되어 나온 산물이었다. 올해 K팝을 싸이로만 정리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얘기. 같은 YG 소속사의 빅뱅은 월드투어로 기염을 토했고, SM의 간판 소녀시대와 아시아 젊은 팬들에게 ‘한류의 제왕’으로 통하는 슈퍼주니어는 유닛과 팀으로 올해도 맹활약을 펼쳤다.
샤이니는 ‘셜록’이란 곡으로 평단의 찬사를 받았으며, 카라는 한국 걸 그룹 중에서는 최초로 일본의 도쿄돔에서 단독공연을 가졌다. ‘미드나잇’의 비스트와 올해 걸 그룹 최고 히트곡이라고 할 ‘나혼자’의 씨스타도 좋은 한 해를 보냈다.
하반기가 싸이의 독점이었다면 상반기는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의 버스커버스커가 석권했다. 이들은 순수한 맛의 통기타 어쿠스틱 사운드를 내걸어 전자음으로 도배된 아이돌 음악과 분리선을 치면서 디지털 복판에서 아날로그 음악의 위력을 발휘했다.
커피전문점, 의류매장, 비어 펍 등 청춘이 집결하는 공간은 이들의 ‘벚꽃 엔딩’ ‘꽃송이가’ ‘여수밤바다’를 틀지 않고는 배겨나질 못했다. 버스커버스커의 1집 판매량은 톱 아이돌 그룹만이 가능한 10만장 판매를 돌파했다.
영화 <건축학개론>에 삽입된 전람회(김동률)의 ‘기억의 습작’은 1990년대 음악의 재림을 주도하면서 복고의 중심을 7080에서 90으로 이동시켰다. 버스커버스커의 음악도 기본적으로 90 음악에 선이 닿아있었다. 갑자기 김동률은 물론, 1990년대 가수인 듀스, 015B, 더 클래식 등 아날로그 마지막 시대의 음악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인디 음악도 지난해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나는 가수다>에 출연한 인디 출신 밴드 국카스텐이 주목을 받았으며,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인 <탑밴드>에서 1, 2위를 한 피아와 로맨틱 펀치도 인기가 점프했다. 인디 밴드들은 음반보다도 록페스티벌을 비롯한 공연에서 두각을 나타냈지만 일반인들을 사로잡는 히트곡은 내놓지 못해 여전히 미완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레전드 가수들도 빛났다. 패티김은 은퇴선언 뒤 숨 가쁜 순회공연에 돌입했고, 신중현도 성공적인 연말공연을 치렀다. 산울림은 활동 35년을 맞았고 ‘X세대 대통령’ 서태지도 올해가 데뷔 20주년이었다. 전설이든, 아이돌이든, 인디든 가요와 가수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이었던 한 해였지만 결과적으로 판을 정리한 것은 싸이였다.
스스로도 ‘이래저래 잊을 수 없는 해’라고 한 것처럼 2012년과 싸이는 동의어가 됐다.
글·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