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는 자원도 없고 빈곤과 무질서에 다종족·다문화사회로 갈라진 최악의 여건 속에서 지도자의 뛰어난 리더십과 국민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40년 만에 세계 일류국가로 도약했다. 국민통합과 세계적인 경쟁력, 부패 없고 유능한 정부, 강력하고 공정한 법치와 복지 등 여러 면에서 배우고 참고할 점이 많은 나라다.”
2008년 7월 당시 국회의원이던 박근혜 대통령이 싱가포르 방문길에 오르며 한 말이다. 박 대통령은 인구 530만 명의 도시국가가 1인당 국내총생산(GDP) 5만 달러, 국가경쟁력 세계 2위라는 수식어를 얻기까지의 성장과정에 주목했다.
한때 한국과 함께 ‘아시아의 네 마리의 용’이라 불린 작은 국가가 국제금융·교육·물류 중심지로 올라선 비결은 무엇일까? 유명 칼럼니스트인 톰 플레이트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총리 및 장관으로 52년간 재임한 리콴유에게서 찾는다. 1959년 1인당 GDP 400달러의 가난한 나라가 반세기 만에 국제 사회의 주요 구성원으로 우뚝 성장하게 된 것은 그의 강력한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그동안 리콴유에 대한 평가는 엇갈려왔다. 싱가포르와 이웃인 베트남의 트라이비에트국제대학교 총장 톤누티 닌 여사는 “싱가포르와 리콴유는 따로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라고 말하며 그를 높이 평가했다. 반면 <뉴욕타임스>의 한 칼럼니스트는 그를 ‘동남아시아의 작은 히틀러’라 부르며 그의 리더십을 비꼬았다.
<리콴유와의 대화>는 리콴유와 싱가포르를 둘러싼 선입견을 깨트리는 책이다. 저자는 2009년 진행된 독점 인터뷰 자료를 토대로 정치인으로서의 리콴유뿐 아니라 인간 리콴유의 ‘리더십’을 파헤치는 데 주력했다.
저자는 영화적 상상력을 동원했다. 리콴유와의 인터뷰를 ‘한 시대를 상징하고, 최근까지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카리스마 넘치는 한 감독과의 대담’이라고 상정해 그의 유교적 가치관과 미국 대통령과의 인연, 주변국과의 에피소드 등을 입체적으로 다뤘다.
리콴유는 저자와의 인터뷰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운명을 개척해나가는 사람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척박한 환경에서 ‘생존’을 일궈내는 데에도 이 개척정신의 힘이 컸다. 리콴유는 철저한 ‘성과주의자’다. 국민의 사랑을 받기 위해 정치적 결단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그가 ‘마키아벨리주의자’라고 종종 오해를 받는 이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의 강력한 리더십이 없었다면 지금의 싱가포르도 없다는 점이다.
“리더란 사람들을 격려하고 자극하는 자리이지 자신의 복잡한 생각을 공유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는 리콴유의 철학에서 그에 대한 곡해를 날려버릴 수 있지 않을까?
글·백승아 기자
새로 나온 책
상식과 교양으로 읽는 중국의 역사
이유진 지음
웅진지식하우스·13,000원
중국에 관한 방대한 지식을 ‘역사’라는 키워드로 정리한 책이다. 알기 쉽고 유익한 중국 입문서를 표방한다. 중국 신화를 전공한 저자는 신화·전설의 시대부터 G2시대를 맞이한 현대에 이르기까지 3,000년에 깃든 수많은 이야기 가운데 50가지를 골라 재미있게 풀어냈다. 중국에 대한 우리의 상식과 교양지수를 높이는 책이다.
희망의 귀환
차동엽 지음
위즈앤비즈·14,800원
밀리언셀러 <무지개 원리>의 저자 차동엽 신부가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책을 출간했다. 저자는 피로사회의 출구전략으로 ‘희망담론’을 제시한다. 무책임한 희망 부추기기가 아니라 희망의 원리 그 자체를 보여준다. 포옹하라·춤추라·심기일전하라·즐겨라 등 4개 파트로 구성된 책은 현대인들의 지친 마음을 힐링의 언어로 위로한다.
컬처 쇼크
재레드 다이아몬드 외 지음
와이즈베리·20,000원
미국의 유명 편집자인 존 브록만이 지식인 모임 ‘에지 재단(Edge Foundation)’의 글을 엮었다. <총, 균, 쇠>의 저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를 비롯해 작가·과학자·철학자·예술가 등 각계 지성인 25명이 이 시대를 진단하고 미래를 내다본다. 저자들은 ‘포괄적인 문화이론’ ‘디지털 마오이즘’ 등을 주제로 통섭적 분석을 시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