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출근하면 항상 보는 세 가지 글귀가 있다. 첫 번째는 ‘문화가 있는 삶, 행복한 대한민국’, 두번째는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 세번째는 ‘역지사지(易地思之)’다.
이 중 ‘문화가 있는 삶, 행복한 대한민국’은 글귀만 읽어도 마음이 풍요로워지고 행복함을 느끼게 된다.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이 경제적·시간적·심적으로 여유가 생겨 문화생활을 마음껏 즐기는 모습이 상상되기 때문이다. 또 대한민국 5천 년 역사의 유·무형 문화유산, 문화예술, 콘텐츠산업이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문화융성 대한민국’을 상상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새 정부의 국정기조 중 하나로 제시된 ‘문화융성’은 문화가 기운차게 일어나 번성한 대한민국을 꿈꾸게 한다.
그러나 문화융성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문화란 ‘자연상태의 어떤 것에 인위적인 작용을 가하여 그것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화융성을 위해서는 그것이 문화예술이든 콘텐츠산업이든 관계없이 창작자의 지속적인 창조활동이 이루어져야 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창작자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창작자가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면 지속적인 창조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문화융성을 위해서는 국민들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여유가 주어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문화융성은 국가가 지향해야 하는 최고의 가치일 수도 있다.
문화융성 외에 새 정부가 가장 강조하고 있는 것은 ‘창조경제(Creative Economy)’다. 그러나 창조경제의 개념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가 잘 사용하지 않던 ‘창조’라는 용어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창조경제는 과학기술과 산업이 융합하고, 문화와 산업이 융합하고, 산업 간의 벽을 허문 경계선에 창조의 꽃을 피우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창조경제의 개념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각 부처는 각자의 입장에서 창조경제를 설명할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일부 언론에서 “창조경제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창의적 아이디어 바탕으로 독창적인 상품·서비스 개발
그러나 각 부처에서 말하는 창조경제의 개념이 틀린 것은 아니다. 다 맞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모호하다’라는 의견이 나오는 것은 창조경제의 개념을 총체적이 아니라 부분부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창조경제의 개념을 총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조경제의 개념을 간략화해 보면 ‘상상력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창조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상품화·창업·융합)해 새로운 부(富)와 일자리를 창출,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경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창조경제의 핵심축은 무엇일까? 창조경제의 핵심축은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사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제시한 창조경제의 핵심축은 바로 문화(Culture)와 기술(Technology), 즉 ‘C’와 ‘T’다.
여기서 문화는 5천 년 유·무형의 문화유산과 문화예술, 콘텐츠산업을 포괄하는 것이며, 기술은 정보통신기술(ICT)과 과학기술이 핵심이다. 따라서 창조경제란 ‘문화(C)와 기술(T)을 근간으로 기존 산업과의 융합을 통해 창조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여 부(富)와 일자리를 창출하고, 이를 통해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창조경제의 개념을 이렇게 정의한다면 창조경제를 위해 가장 중요한 정책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문화(C)와 기술(T)을 세계적 수준으로 육성시키는 일이다. 왜냐하면 이 두 가지가 창조경제의 핵심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발전된 문화와 기술을 토대로 문화와 과학기술, 문화와 산업, 산업과 산업의 융합을 통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창조상품과 서비스가 개발될 수 있도록 제반환경을 구축해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화융성’과 ‘창조경제’에서 핵심이 되는 산업을 하나 고르라면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그것은 바로 5천 년 유·무형의 문화자산을 바탕으로 상상력과 첨단 과학기술의 융합을 통해 대한민국의 국가브랜드를 제고할 뿐 아니라 부가가치와 일자리도 창출하는 ‘콘텐츠산업’이다.
사실 ‘Creative Economy’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영국의 전략가 존 호킨스도 그렇고 ‘Creative Economy Report 2010’을 작성했던 유엔에서도 문화예술과 함께 콘텐츠산업을 창조경제의 가장 핵심적인 산업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디지털과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ICT산업은 인프라로서의 의미와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다르게 생각하기, 역지사지 정신 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최근 창조경제에 대한 논의에서 너무 ICT 부분만 강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문화예술과 콘텐츠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문화와 기술을 핵심축으로 하는 ‘창조경제’와 별도로 ‘문화융성’이라는 국정기조를 발표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렇다면 ‘문화융성’의 측면에서도, ‘창조경제’ 측면에서도 콘텐츠산업은 과학기술과 함께 새 정부의 핵심 전략산업으로써 육성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어야 할 것이다.
문화융성과 창조경제, 이 두 가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문화융성과 창조경제는 세계적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라 이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필수적 과제인 것이다. 따라서 문화융성과 창조경제의 성패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도 문화융성과 창조경제는 반드시 이루어내야 한다. ‘문화융성과 창조경제로 행복한 대한민국’을 꿈꿔본다.
글·김진규(한국콘텐츠진흥원 CT개발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