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문화가 중요하냐고 묻는 것은 어리석은 질문이 되었다. 굳이 저명한 미래학자들의 말을 빌릴 것도 없이 이제 문화는 이 시대의 당당한 주연이 되었다. 문화가 그만큼 주목받게 된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3월 28일 업무보고를 통해 문화융성을 ‘문화의 융성’과 ‘문화를 통한 융성’으로 정리했다. 우선, 문화의 융성은 인문·예술·콘텐츠·체육·관광 등 문화 분야의 역량이 전반적으로 향상되고 예술가의 창작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며, 시민들의 문화 향유권과 사회 내의 문화 다양성이 확대되는 것이라 했다.
문화를 통한 융성은 문화가 가진 다양한 가치와 힘이 다른 사회 분야의 발전에도 기여하는 것을 말한다. 즉, 문화적 자원과 그 속성인 창조성과 다양성이 정치·경제·사회·기술·공동체·역사·국제교류 등 21세기 창조국가 성장의 중요한 동력으로 활용되는 것을 말한다. 그런 측면에서 문화가 융성하고 문화가 있는 삶을 위해서 행복을 키우는 문화, 경제를 키우는 문화, 갈등을 없애는 문화, 국격을 높이는 문화로 나누어 정리한 것은 충분히 고민하고 연구한 결과라고 판단된다.
그러나 문화융성은 단시간에 일사분란하게 이룰 수 있는 간단한 화제(話題)가 아니다. 단순히 좁은 의미의 문화가 융성하고 문화가 가진 창조성과 다양성의 가치가 다른 분야에 접목되는 것만일 수 없다. 지난 4월 25일 한국행정학회 학술대회에서 정홍익 가톨릭대 교수가 제기한 대로 문화융성이란 규범문화(規範文化)·인지문화(認知文化)·정서문화(情緖文化)가 고루 발달한 것을 말한다. 그리하여 문화가 융성한 나라란 올바른 시민정신이 발달하고, 사회적 자본과 소프트파워가 강하며, 물질적 욕구를 넘어 정신적 가치를 중시하고 예술과 오락을 향유하고 즐길 수 있는 나라, 문화산업이 발달해 문화 경쟁력이 있는 나라라고 할 수 있는데, 사실 이런 나라를 이루는 작업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최근 정부가 문화융성을 주창하며 분위기를 선점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문화는 비정치적인 속성이 강해서 정부가 노력한다고 해서 곧바로 결실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한 나라와 공동체의 문화는 국민 개개인의 가치와 행태가 모여서 형성되기 때문이다.
마침 새 정부가 문화융성을 국정기조로 삼은 지금이야말로 백범 김구 선생이 한없이 가지고 싶어 하던 높은 문화의 힘을 배가시킬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사회 곳곳에 문화의 향기가 배어나는 사회, 그것으로 국민이 행복해하는 사회, 이웃을 배려하며 하나로 화목하며 사는 사회, 다른 나라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수준 높은 삶의 가치와 예술을 가진 사회, 문화산업이 발달한 그런 사회, 이름 하여 문화가 융성한 나라로 나아가면 좋겠다.
글·박양우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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