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한·중·일 분업구조는 상호보완적이었다. 일본이 하이 엔드 테크(High end tech), 한국이 미드 엔드 테크(Mid end tech), 중국이 로우 엔드 테크(Row end tech) 분야에 특화되며 오랫동안 협조적 분업구조를 유지했다. 그렇다면 향후 10년은 어떨까?
<한·중·일 경제 삼국지>의 저자인 안현호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앞으로 한·중·일 관계는 ‘협조’보다 ‘경쟁’의 양상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일관공정 및 조립가공 산업 분야에서 세 나라의 생존을 건 진검승부가 펼쳐질지 모른다는 게 안 부회장의 예측이다.
30년간 산업 분야에서 공직생활을 한 경제 전문가인 그는 책을 통해 한·중·일 삼국의 경제 판세를 분석하고 우리가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
세계 경제의 제조 기지 역할과 각국의 주력 산업이 비슷한 상황에서 삼국 간 전쟁에서 이기는 나라가 세계를 제패한다는 게 책의 결론이다.
한국과 중국, 일본의 경제는 변화를 위한 변곡점에 와 있다. 먼저 중국은 생산요소 투입 위주의 성장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노동과 자본의 단순 투입으로 고성장을 이뤄왔지만 저자는 이러한 방식으로 중국은 앞으로 8퍼센트가 넘는 성장을 유지하기 힘들 거라고 진단한다. 즉,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경제대국으로서 모든 면에서 우리를 앞섰던 일본은 제조업의 경쟁력 악화로 인해 성장률이 몇년째 정체돼 있는 실정이다. 특히 대표 산업인 전자산업의 붕괴로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감소 추세에 있다. 안 부회장은 일본의 실패 요인으로 글로벌화·디지털화·신흥시장의 부상 등 세계적 추세에 순응하기보다 독자적 시스템에 매몰된 것을 꼽는다. 아울러 강력한 구조조정과 신흥국 진출 등의 시도가 없이는 성장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책은 한국 경제에 대한 쓴소리도 잊지 않는다. 먼저 경제성장의 대부분을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나라가 두 나라와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중소·중견기업의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대기업 중심으로 왜곡된 경제구조를 탈피해 독과점 폐해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제조업에 기반을 두고 수출에 주력하되 고용창출과 양극화 해소를 경제정책의 최우선으로 삼을 것을 제안한다.
‘한강의 기적’을 일군 한국 경제는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풍파를 견뎌왔지만 선진국 대열에는 아직 합류하지 못했다. 안 부회장은 “향후 10년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중차대한 시기”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는 비단 한국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책은 내부혁신을 통해 이 고비를 성공적으로 넘는 나라가 동북아 3국 경제전쟁의 최후 승자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로마가 1,000년 이상이나 계속된 것은 결코 운이 좋아서가 아니고 그들의 자질이 특별히 우수해서도 아니다. 다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직시하고 그것을 개선하려는 기개가 있었기에 번영이 오래 지속될 수 있었다.” 책 말미에 인용된 <또 하나의 로마인 이야기>의 한 구절이 책의 결론을 잘 보여준다. 꾸준한 ‘변혁’의 노력이 ‘번영’을 주도한다.
글·백승아 기자
새로 나온 책
도쿄 산책자
강상중 지음
사계절·13,000원
재일동포이자 구마모토 출신인 강상중 교수가 도쿄 중심부와 변두리 곳곳을 이방인의 시선으로 걸으며 느낀 감상을 에세이집으로 펴냈다. 디지털시대의 급속한 변화 속에서 꿋꿋이 버텨온 진보초 고서점가와 아키하바라, 노동자 주거 지역인 산야 등을 돌아보며 빈곤과 고령화를 비롯해 도시가 안고 있는 문제들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짚어본다.
해 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
에밀 시오랑 지음
챕터하우스·12,000원
루마니아 출신의 염세주의 철학자 에밀 시오랑이 절망을 넘어설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짧고 날카로운 문장에 담았다. 그는 “절망을 절망 자체로 응시할 때 비로소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죽음·허무·절망·고독의 단상을 통해 삶의 가치를 돌아보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다 아는 조선왕실 이야기
공준원 지음
휴먼드림·15,000원
같은 역사적 사건이라도 가치관과 시대적 입장에 따라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그에 앞서 역사적 사실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 이 책은 널리 알려진 역사적 사건을 재조명하고 있다. 주로 조선왕실의 이야기 중 불행했던 과거사가 중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