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다림 끝에 취업한 사람이 있다.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 바라던 연구직으로 가게 되었다며 한껏 들떠 있었다. 그런데 출근 첫날 직원들과 상견례 직후에 이직을 결심했다. 직원 중에 행복해 보이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란다. 행복은 고사하고 직원들의 얼굴에는 불만과 부정적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일이 고되고 힘들어도 존중받고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느끼면 그런 표정은 나오지 않는다. 급여와 복지 수준이 나쁘지 않음에도 직원들이 불행하다면, 이곳에서 개인과 조직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이직 결심에 대한 설명이다. 어찌 보면 황당하고 배부른 소리 같지만, 행복심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나름 타당성이 있는 이유다.
행복한 사람이 성공과 번영을 이룬다는 연구 결과들이 최근 학계에서 꾸준히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성공과 번영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다. 그러나 직업과 소득, 건강, 친밀한 사회적 관계 등이 그 지표가 될 수 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먼저 직업적 측면을 보자. 행복한 사람들은 불행한 사람보다 실직 기간이 짧고 돈을 더 잘 벌 뿐 아니라, 직장에서 생산성이 높고 상사에게 능력을 인정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22세에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사람들이 29세가 되어서도 소득이 더 높다고 한다.
건강과 사회적 관계도 마찬가지다. 행복한 사람은 불행한 사람보다 10년 정도 수명이 더 길고, 남을 돕고 좋은 대인관계를 유지한다. 얼굴 표정을 보면 그 사람이 진짜 행복해서 웃는지 가짜로 웃고 있는지 알 수 있는데, 20대에 진짜 미소를 지은 여성들은 이후 결혼한 비율이 높고 결혼생활에도 만족해한다고 한다.
왜 그럴까? 자신이 직원을 채용하거나 결혼 상대를 결정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침울하고 불만족스러운 사람과 환한 미소를 짓는 행복한 사람 중 누구에게 더 마음이 가겠는가?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해보겠다는 마음이 들었던 때를 떠올려보자. 그 당시 우울한 기분이었는가, 아니면 행복했는가?
불행한 사람은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급급하여 장기적인 안목을 갖기 힘들다. 내 문제에 빠져 있다 보면 남을 돕고 돌볼 여유도 갖지 못한다. 불행한 사람에게 도전의식과 적극성을 기대하기란 더더욱 어렵다. 그러다 보니 행복한 사람들이 직업적·사회적·신체적 측면에서 더 성공하는 것이다.
직원들이 도전적으로 일하고 서로 도우며 건강한 조직은 발전할 수밖에 없다. 구성원의 건강, 물질적 여유, 만족스러운 결혼생활은 번영된 사회를 이루는 구성요소다. 따라서 현재 행복은 미래에 개인과 사회가 얼마나 번영할지 알려주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가르치다 보니 아무래도 학생들의 심리 상태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런데 갈수록 어둡고 지친 표정의 학생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학과 공부에 취업 준비, 등록금 마련을 위한 아르바이트까지 해야 하니 고달플 만도 하다. 그래도 행복이라는 자산은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쩌면 그것이 개인의 성공과 사회 발전을 이루는 소중한 스펙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글·구재선(중앙대학교 교양학부대학 교수·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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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