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휴~, 너무 좋습니다. 하나도 불만이 없어요.” 김명호(63)씨는 단독주택에 사는 게 아주 만족스럽다고 거듭 힘주어 말했다. 김씨의 집은 세종시 첫마을에서 서쪽으로 자동차로 5분이 채 안 걸리는 곳에 자리했다. 김씨 집 일대는 독립주택들로 하나의 마을을 이루고 있다. 기존에 지어진 수십 채의 단독주택 외에도 새 부지 조성 공사가 한창이다.
“속이 편하잖아요. 위층, 아래층 신경 쓸 일도 없고요. 작은 아들네 아파트에 가면 닭장에 갇힌 기분이 들더군요.”
김씨 집에는 부인, 아들 며느리 내외와 손녀 셋 등 모두 일곱 식구가 산다. 30대 중반의 아들은 첫마을에 직장이 있는 회사원이다. 한때 대전에서 카센터를 했다는 김씨는 주말이면 예외없이 널찍한 마당 앞의 텃밭에서 이런저런 채소들을 가꾼다.
“고추나 오이 같은 게 자라는 걸 보면 그 자체로 신기합니다. 텃밭 가꾸는 게 운동도 되고 재미도 있으니 더 좋을 수 없지요. 또 장에서 사다 먹는 채소가 거의 없으니 경제적이기도 하고요.”
그의 집 지붕 한쪽에는 태양광 전지판이 설치돼 있는데, 여기서 생산되는 전기만으로도 에어컨을 비롯해 집 안의 가전제품을 돌리는 데 충분하다고 했다.
세종시에 최근 독립주택 붐이 일고 있다. 도시 곳곳에 전원주택 택지 분양을 알리는 현수막이 나부끼는 데서도 단독주택의 열기를 짐작할 수 있다.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세종시의 개발계획지역에서 최근 분양한 단독 택지는 일부 지구의 경우 모든 필지가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3.3평방미터, 즉 평당 가격이 300만원에 육박하는데도 전체적으로 70~80퍼센트의 필지가 팔려나갔다. LH 독립주택 택지 분양 담당 이기만 부장은 “시대 흐름의 변화로 공동주택보다는 단독주택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과거보다 다소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전원주택 택지 공급 여력 넉넉… ‘전원도시’로 자리매김
LH는 세종시 개발계획 지역 내에서만 총 8,300여 필지를 연차적으로 분양한다.(http://www.lh.or.kr) LH가 분양하는 독립주택 택지는 시내에 위치해 도시의 이점을 온전히 누리면서도, 가구별로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매력이다.
전원주택 단지는 LH와 별개로 민간사업자들이 세종시 도심에서 가까운 지역에 조성, 분양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들 전원주택 단지의 경우 택지 매입 비용과 주택 건축 비용을 합해도 비슷한 크기의 아파트 가격에 비해 크게 비싸지 않은 편이어서 적잖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런가 하면 수도권에서 세종시로 이주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일종의 조합을 결성해 전원주택 단지를 직접 조성하는 예도 있다. 이 밖에 드물게는 세종시에서 다소 떨어졌지만 출퇴근할 수 있는 시골 지역에 둥지를 틀려 하는 사람들도 있다.
세종시는 향후 인구 대비 독립주택 거주자의 비율이 상당히 높은 도시가 될 전망이다. 세종시 자체가 녹지의 비율이 높은 전원도시인 데다, 주변 지역의 전원주택 택지 공급 여력이 넉넉하기 때문이다.
세종시에서 일고 있는 단독주택 붐에 대해 정재호 목원대 금융보험부동산학과 교수는 “주거 형태의 다양화라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독립주택과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은 주거 측면에서 장단점이 뚜렷하기 때문에, 거주자들이 자신의 성향과 처지를 잘 판단해 선택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면, 아파트의 경우 환금성이 좋고, 편리하며, 치안이 안정돼 있는 반면 층간 소음으로 인한 갈등에서 보듯, 거주자 개개인의 독립성과 운신의 폭은 제한될 수밖에 없는 등 단점도 분명하다는 것이다.
글과 사진·김창엽(자유기고가)